(부다페스트=연합뉴스) 그리스의 시위 정국이 수습하기 어려운 혼란 속에 빠져들고 있다.
16세 소년이 지난 주말 경찰관의 총에 맞아 숨진 뒤 그리스 전역에서 좌파 청년들의 폭력 시위와 방화, 파괴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그리스 양대 노조는 10일 하루동안 정부의 연금 개혁 및 경제 정책에 항의하는 24시간 일제 파업을 실시하겠다고 선언했다.
코스타스 카라만리스 총리는 시위 정국 속에서 파업이 일어날 경우 극도의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자제를 호소했지만 노조는 오히려 정부의 항복을 받아낼 수 있는 기회로 보고 강경한 태도를 버리지 않고 있다고 AFP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이번 그리스의 시위 정국은 16세 소년의 죽음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지만 배경에는 수년간 계속돼온 고위 관리들의 잇단 부패 스캔들과 내분, 무리한 개혁에 대한 국민적 불만이 분출한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그리스의 우파 신민주당(ND) 정부는 작년 여름 대형 산불에 대한 무기력한 대응으로 그해 9월 총선에서 야당의 집중적인 포화를 받았지만 집권 4년간 경제적 성공을 배경으로 가까스로 재집권에 성공했다. 그러나 집권 2기에 우파 정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끊이지 않는 부패와 내분, 시위와 파업이었다.
총선 직후인 10월 연금과 교육개혁 등 정부 정책을 놓고 야당이 제기한 의회 신임투표를 힘겹게 통과한 신민주당 정부는 지난 1월에는 문화부 최고 권력기관인 중앙고고학위원회의 크리스토스 자코폴로스 위원장의 섹스 및 부패 추문으로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3월 이후에는 정부의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양대 공공노조의 총파업과 대형 시위가 계속됐다. 정부는 고령화 사회를 맞아 현재의 연금 제도가 유지될 경우 그리스의 국내총생산(GDP)의 2배에 해당하는 4천억 유로의 적자로 파산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근로자 은퇴 연령을 높이고, 연금 수령 혜택을 삭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연금법 개혁을 추진하고 있으나 현재 전국민적 저항에 부딪힌 상태다.
최근에는 카라만리스 총리의 최측근 중 한 명이자 전직 내무장관인 야니스 케팔로야니스 총리 고문이 범인 은닉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고 정부 내에서도 정직 처분을 당했으며, 얼마 전에는 정부가 정교회 사원과 부적절한 부동산 거래로 부당 이익을 취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잇따라 터진 관리들의 부패사건에 대해 당내에서조차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자 카라만리스 총리는 전직 문화부 차관을 지냈던 페트로스 타툴리스(55) 의원 등 정부에 비판적인 여당 의원들을 잇따라 출당 조치했다. 신민주당은 현재 의회 과반 의석에 불과 한 석의 여유만을 남겨놓은 상태다.
이밖에 지난 10월부터는 적자투성이의 국영 올림픽 항공사 매각에 반대하는 시위가 반정부 시위와 뒤섞여 고도(古都) 아테네 도심이 연일 시위대의 구호와 깃발에 뒤덮이는 등 그리스는 한시도 바람잘 날 없는 혼란 정국이 계속됐다.
여기에 금융위기가 불러온 경제침체와 빈부격차 확대가 정부의 경제개혁 능력에 대한 불신마저 가중시켰다.
정부 지지도가 급락하면서 최근 여론 조사에서 사회당은 8년 만에 처음으로 지지도에서 여당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당이 조기총선을 요구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리스 극도의 '혼란정국'..누적된 불만 분출
부패 추문-무리한 개혁-경제위기로 대정부 불신 증폭
입력 2008-12-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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