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와일라잇 (Twilight)

2008년/ 미국/ 121분/ 판타지, 로맨스
감독: 캐서린 하드윅
출연: 로버트 패틴슨, 크리스틴 스튜어트, 빌리 버크
개봉일: 2008.12.10.수
홈페이지: http://www.twilight2008.co.kr/
★★★★★☆ (5.5/10)

모든 것이 수치(數値)로 평가되는 작금의 시대, '트와일라잇'은 차갑고 전략적인 마케팅 소비문화시장의 최전방에 위치한 '대표상품'이라 할 것이다. 2005년 발간된 첫 번째 소설이 커다란 성공을 거두면서부터 이미 이 현대적인 로맨스 판타지의 영상화는 기정사실화 되었지만, 부지런하게도 매년 한 편씩 꾸준한 속편이 발표될 때마다 갱신된 새로운 기록들과 그만큼 집요해진 팬들의 날카로운 시선은 영화화에 있어 무시못할 부담으로 가중되어만 갔다. 하지만 이는 그만큼 확실히 자리매김한 인지도와 더불어 확실한 흥행성에 대한 반증인 것도 사실. 결국 모습을 드러낸 영화 '트와일라잇'은 예상대로 원작소설이 일궈낸 신드롬의 연장선상에서 새로운 기록들을 써 내려가고 있다.


국내 수입사 역시 이런 화제성과 성공의 데이터들을 최선의 홍보도구로 선택하고 있지만, 그들에게 유감스러운 사실은 그 화려한 기록들이란 게 국내 관객들에게는 그리 살갑게 느껴질 정도의 현실은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 영화의 개봉과 발맞춰 한 동안 뜸했던 원작소설에 대한 관심도 이전보단 커졌고, 더불어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번역서의 판매량도 증가한 것으로 보이지만, 평범한 주부였다가 처녀작 한 편으로 거대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원작자의 공통된 이력으로 더욱더 비교의 대상이 되고 있는 '해리 포터' 시리즈가 불러일으킨 정도의 대중적인 화제로까지 확장된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이런 전반적인 배경과 원작에 대한 사전정보 없이, 만약 흡혈귀라는 신비로운 소재나 예고편에서 잠시 엿볼 수 있는 긴박한 액션 신에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는 관객들에게라면 이 작품은 더욱 실망스런 작품이 돼버릴지도 모른다. 나름 새롭게 해석하고자 노력한 흡혈귀에 대한 정의는 그리 신선하지도 매력적이지도 않으며, 영화 전체에 있어 작은 부분에 할애되고 있는 액션 장면들은 소극적이고 구태의연하기 때문이다. 많은 부분 생략되고 축소된 서사와 배경의 빈약함은 이야기 자체의 설득력을 잃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천만 다행스럽게도 이 작품이 관객들의 소중한 시간과 돈을 빼앗는 철저히 '몹쓸' 작품 정도로까지 추락하지 않은 데는 그나마 -원작에 있어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리라 생각되는- 하이틴 무비의 생기발랄함과 통속적 로맨스 소설이 지니는 애잔한 감성이 어느 정도는 살아있다는 덕이 크다. 그리고 당연히 그것은 프로덕션 디자이너, 건축가 등 다양한 이력을 지니고 있는 여류감독 '캐서린 하드윅'의 남다른 식견과 선택의 결과일 것이다.

여전히 미국이라는 거대한 상업문화 생산국이 만들어낸 전략적 상품이라는 한계는 그리 즐겁지도 신통치도 않지만, 되레 그래서 가장 현실적인, 현재진행형의 대중문화를 확인하는 텍스트가 될 수 있다는 아이러니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자 이 영화를 부각시키는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