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슷한 예는 '스크린 도어'라는 말이다. 지하철 어디에 많이 써 붙여 놓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항상 지하철을 탈 때 나오는 안내 방송을 통해 귀에 못이 박히도록 '스크린 도어'라는 말을 듣는다. 단지 글자를 한글로 적는 문제가 아니라 굳이 쓰지 않아도 될 외국어 단어를 이용해 사물의 이름이나 생활 용어를 만드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안전문, 안전 덧문'이라고 하면 더 의미가 분명할 텐데 '스크린 도어'를 고집하고, '손잡이'라고 하면 될 걸 '핸드 레일'이라고 쓰며 그 뒤의 괄호 속에 '손잡이'라는 말을 덧붙인다. '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은 당연히 '스쿨 존'이다.

중국 식품의 멜라민 파동이 나기 직전에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식품의 표시 기준에 관한 규정을 고치려 했다. 외국어 표기가 전체 면적의 절반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없애려 한 것이다. 식품의 표시 기준 대상은 단지 상품명만이 아니라 원산지나 성분, 원재료 등을 포함한다. 이 규정을 고쳐 시행하기 직전에 바로 멜라민 사태가 중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우리 한글문화연대는 멜라민 사태 이전부터 개정의 부당함을 지적하였지만, 식약청이 개정을 포기한 건 우리 주장 때문은 아니었으리라.
다른 여러 가지 삶의 가치 이전에 안전과 건강은 행복의 최우선 조건이다. 정부와 공공 영역에서 특히 건강과 안전에 관한 용어 사용은 철저히 국민 대다수가 알아들을 수 있는 우리말과 한글 사용 원칙을 제도화해야 한다. 안전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세이프티 퍼스트'라는 구호를 붙여 놓은 어느 지하철 역에서 차를 기다리며 이런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