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생활에 보탬이 됐는데 이제는 정말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합니다."

17일 오전 6시께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 주택가 골목에서 폐지를 줍고 있는 김모(74) 할머니는 한숨 섞인 푸념부터 늘어놨다.

체구에 비해 엄청나게 커 보이는 손수레를 끌고 있는 김 할머니가 새벽부터 나와 주택가, 슈퍼마켓 등을 돌며 종이박스나 폐지 30㎏, 빈병 등을 주워다 고물상에 팔고 손에 쥐는 돈은 고작 1천500원선.

김 할머니는 "지난 여름엔 하루 평균 3천원 정도를 벌 수 있었는데 최근에는 절반으로 줄어들었다"며 "올 겨울을 어떻게 날지 걱정이 태산같다"고 했다.

고철값 폭락에 이어 폐지값마저 형편없이 떨어지면서 폐지를 주워 생활하는 노인들이 겨울 날씨보다 더 추운 경기 침체의 한파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등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폐지 수거 노인들은 자신의 생계를 해결해 왔으나 요즘은 폐지값 폭락으로 온종일 폐지를 모아도 2천원을 벌기 어려운 실정이다.

가격은 떨어져도 수거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져 조금이라도 더 많이 모으려면 새벽잠을 포기하고 더 일찍 집을 나서야 한다. 김 할머니는 "조금이라도 더 벌려면 많이 주워야 한다"며 "더 많이 줍기 위해선 남보다 일찍 나와야 한다"고 했다.

안양지역 재활용업계에 따르면 폐지(신문지, 종이박스 등) 시세는 올 상반기만 해도 ㎏당 150~200원이었으나 최근 ㎏당 40~60원대로 떨어졌다. 고철가격도 ㎏당 가격이 지난 8월 600원선에서 이달 들어 120원대로 떨어졌다. 빈병류, 깡통 가격도 사정은 비슷하다.

만안구 안양동의 고물상 업주 A(52)씨는 "노인들에게 폐지가격을 조금이라도 더 쳐주고 싶지만 우리도 업체에 넘기는 가격이 있어서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물상 업주 김모(48·여)씨는 "하루종일 고생하며 폐지, 고물을 주워도 돈이 안 된다"며 "폐지를 줍는 노인들에게는 이번 겨울이 정말로 추운 겨울이 될 것 같다"며 안타까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