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천시의회가 2009년 부천세계무형문화유산엑스포 개최를 위한 예산 60억원을 전액 삭감키로 의결하면서 내년도 엑스포 개최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일단락됐다.

지난 10월 우여곡절 끝에 개막한 엑스포의 참담한 성적표는 시의회가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데 한 몫을 더했다. 이른바 '엑스포 1차 대전'은 시의회가 사실상 압승을 거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김관수 시의회 기획재정위원장


"전국 경기불황… 현 상황 우선순위 명확하게 따져봐야"

"내년도 엑스포 개최에 앞서 현 상황에서 무엇이 선행돼야 하는지 명확하게 따져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김관수 기획재정위원장은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무엇이 우선이고 무엇이 필요한지 명확히 따져보라'고 시 집행부에게 일침을 가했다.

김 위원장은 "시가 전통문화를 발전시키자는 취지로 도비 포함 60억원 이상을 투입해 엑스포를 개최했으나 유료 관람객이 목표치의 30%에 그칠 만큼 결과가 부실해 결국 시민 혈세와 행정력만 낭비했다는 비난 여론이 일었다"며 "시는 모든 행정력을 엑스포에 집중하면서 시민들로부터 동의를 얻어내지 못하고 결국 초라한 결과만 낳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행정안전부는 행사운영비 등 소모성 예산을 줄이고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 서민생활 관련 예산에 중점을 두도록 지자체에 권고했다"며 "온 나라가 경기불황으로 시름하고 있는 때에 홍 시장은 엑스포만을 고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지난 행사를 통해 순수 시비 적자 38억원을 포함 모두 50억원의 혈세가 낭비됐다"면서 "내년도 도비 지원여부도 불투명한 상태에서 행사성 예산을 줄여야 한다는 의원들의 뜻이 모아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무형문화에 대한 보전 및 계승에 대해서는 그 중요성을 인정하지만 지자체에서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 "정작 무형문화가 부천시에 어떠한 문화활동의 단초가 됐는지 생각해보면 연관성을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시가 엑스포 추진 과정에서 행정 절차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추진한 점도 크게 반성해야 할 일"이라며 "예산에 대한 통제 권한은 시민의 대표인 시의회에 있는 만큼 의회를 경시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서는 제재를 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건표 시장은 시의회의 횡포라고 크게 반발하며 엑스포와 관련해 '이견을 가진 시의원 및 시민들이 참여하는 시민대토론회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보자'고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시의회의 반응은 냉담했다. 그간 엑스포 준비 과정에서 벌어진 일련의 논란들이 엑스포에 대한 불신과 회의감을 증폭시켰기 때문이다.

임명 두달만에 사무총장 겸 총감독과 전문 스태프들의 줄이은 사퇴로 비롯된 인사 문제와 이권개입설 등 갖가지 문제점이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부천시가 꿈꾸던 화려한 축제는 진흙탕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이어 엑스포 행사장내 공방거리 조성공사 과정에서 행정 절차상 하자와 공사 업체의 일괄 하도급 문제 등이 터져나오면서 경기도로부터 받은 시책추진보전금 20억원은 의회에 묶여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이와관련 시의회와 시민단체는 "행사를 개최할 경우 수십억원의 예산 낭비가 우려돼 좀더 시간을 갖고 치밀한 준비를 거친 후 개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엑스포 졸속 추진 중단' 및 '이권개입 의혹에 대한 행정사무조사 및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가까스로 시 집행부와 시의회간 이견 조율을 통해 조건부 승인이 이뤄졌고 엑스포는 당초 계획했던 기간보다 열흘이나 단축해 개최됐다.


하지만 좀처럼 관람객들은 모여들지 않았고 관내 유치원 및 어린이집·학교들의 단체관람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또한 부천시민을 비롯해 타 지역에서는 엑스포 개최 사실마저 모르는 등 홍보 부족과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프로그램 운영으로 부정적 평가가 쏟아졌다.

엑스포 개최 이후에도 논란은 끊이지 않았고 최근 문화재청이 전주시에 무형문화유산전당을 건립키로 결정했다는 소식은 그야말로 '불난 집에 기름붓는 격'이 돼버렸다.

시는 내년도 추경에 엑스포 예산을 다시 제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함께 일각에서는 시의회의 예산 삭감에 대해 '문화를 모르는 자들의 한심한 노릇'이라고 강하게 비난을 하며 홍 시장에게 더없이 고마운 지원군으로 등장하고 있다.

다음달 다시 맞붙게 될 홍 시장과 시의회의 '엑스포 2차 대전'의 순간이 임박해오고 있다.

 
 
■ 홍건표 시장


"위기가 기회… 문화정책 성패 한순간에 평가못해"

"문화정책은 한 순간에 성패를 평가할 수 없는 일이다."

홍건표 시장은 "시의회는 예산안 예비심사에서 제안설명조차 듣지 않고 예산 60억원을 삭감하고 예결특위로 넘겼다"며 "이미 모든 결론을 정해놓은 것처럼 심사가 진행되는 이해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홍 시장은 또 "부천시는 지난 18년간 문화도시를 추구해왔고 음악과 영화·애니메이션 등 각 장르별 예술을 발전시켜 왔다"며 "무형문화유산엑스포 역시 부천시 미래의 중요한 문화정책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문화재청이 전주에 무형문화유산 전당을 건립키로 한 결정에 대해 "부천시가 엑스포를 추진하고 나서 전주와 강릉시가 뒤늦게 무형문화 관련 행사를 준비한 것"이라며 "그만큼 가치있는 엑스포라는 것이 입증된 것이고 부천시가 먼저 선점한 만큼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이어 "물론 경제가 매우 힘들고 이 어려운 시기에 문화가 뭐 필요하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며 "이럴때일수록 위기를 기회로 삼아 옳은 방향의 정책 추진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그는 "엑스포에 대한 비판적 시각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하다"며 "행사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음에도 이 결과를 무시하고 자의적인 평가로 일방적으로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홍 시장은 "문화정책은 한 순간에 성패를 평가할 수 없는 일"이라며 "세계적으로 발전 가능성이 있는 엑스포를 꾸준히 발전시켜 문화도시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김학석·이성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