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로 인한 최진실 자살사건을 비롯, 국민천사 문근영에 대한 근거없는 악플 등 최근 들어 연예인 악플과 관련한 사고가 잇따라 일어남에 따라 악플이 다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이와 관련해 여당에서 악플과 관련한 사이버모욕죄라는 이름의 관련 법안까지 제출하면서 악플에 대한 논란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따라 악플은 어떻게 시작됐으며, 어떤 연유로 발생했는지와 악플의 역사, 그리고 악플과 관련한 주요 사건을 통해 낱낱이 파헤쳐 본다.

▲ 2005년 악플을 첫 사회적 문제로 야기시켰던 지하철 '개똥녀' 사건


 
 
#악플의 기원은?


악플은 리플에서 출발한다. 리플이란 인터넷 게시판이 활성화되면서 나타난 말이다. 인터넷 게시판 이용자들 사이에 주고받는 글쓰기 문화를 통틀어 일컫는 개념으로, '댓글'은 '대답하다, 응수하다'를 뜻하는 영어 단어 '리플라이(reply)'를 한국어로 옮긴 새로운 표현이다.

하지만 인터넷 게시판의 익명성을 악용해 상습적으로 남을 헐뜯거나 허위 사실을 퍼뜨리는 댓글문화를 가리켜 일명 '악플'로 부른다.

인터넷 게시판의 등장은 사회현실에 대해 비판할 공간이 없던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을 마음껏 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게시판 이용자들이 늘어나면서 게시판을 마치 자신의 불만을 토로하거나 악의적으로 남을 공격하는 공간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댓글문화에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모두 존재하며, 자유로운 토론의 장이 될 수 있는가 하면, 비판을 위한 비판에서 더 나아가 비난을 위한 비판의 장이 될 수도 있는 것이 댓글문화가 가지고 있는 특성이다. 때문에 잘못된 댓글문화를 올바른 방향으로 유도하려는 노력들도 계속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두 가지 요소가 공존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편 댓글문화의 부정적인 측면을 문화지체 현상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악플은 악플러가 낳는다

악플러는 본문과는 전혀 상관없는 리플을 반복해서 올려놓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예를 들어 '한국 축구 비상'과 관련한 기사나 글 등에 '한국 축구 월드컵 예선 탈락에 올인' 등의 댓글을 다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또한 '웃기는 소리하네~~ 대략 초딩이 쓴글이구만… 너 초딩이지? 초딩 즐~~'처럼 어떤 사람이 정성껏 올린 글에 비방과 비난을 일삼는 사람도 악플러에 해당한다. 이러한 악플러의 경우 대개 누군가에게 관심을 끌고 싶어하는 애정결핍증환자일 경우가 많다는 게 정신분석학적인 해석이다.

이밖에 오프라인상에서 쉽게 다른 사람에게 태클걸지 못하는 성격일수록 비방과 비난을 일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최근에는 진실이 아닌 새로운 가공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 악플을 다는 악플러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탤런트 A는 속도위반 임신중이라는 데~', '가수 B군은 여자연예인 킬러라더라~' 등 특정인을 비방하기 위한 악플러들의 활동도 증가 추세에 있다.

악플의 종류도 다양해지면서 악플러에 대한 분류도 넓어지고 있다.

'뻘플러'는 본문의 내용과 상관없이 댓글을 다는 사람들중에 꼬투리를 잡아 리플을 다는 네티즌을 뜻한다. 이들은 악플러와는 달리 무분별하게 욕설이나 반말조를 써가며 댓글을 달지는 않는 특징을 보인다.

'네가티즌'의 경우는 'Negative'(부정적인)와 'Netizen'(네티즌)이 합쳐져 생긴 신조어로서 주로 인터넷 게시판 상에서 미끼를 통해 낚시질을 벌이는 강태공들과 게시판 상에서 이유없이 지역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훼방꾼들을 총칭한다.

'메주남'과 '메주녀' 등도 악플러를 지칭하는 새로운 용어중 하나다.

메주남의 경우 여성을 '냄비' 등으로 묘사하는 등 여성들을 비하하는 글 등을 올리는 남자 네티즌을 뜻하며, '빠순이'라고도 불리는 메주녀는 특정 연예인을 옹호하면서 연예인에 대한 긍정적 비판에도 '오빠는 잘생기고 노래를 잘하니까 군대 안가도 돼'라는 말처럼 의미없는 댓글을 다는 특징을 보인다.

▲ 악플과 우울증에 시달려 우리곁을 떠난 故 최진실씨

#역사로 기록된 악플 사건들

지난 2005년 6월 발생한 '개똥녀' 사건은 단순 비방 및 농담성 댓글에 지나지 않던 악플을 사회적 문제로 까지 야기시킨 첫번째 사건이었다.

지난 2005년 서울 지하철 2호선에 탑승한 한 여성이 데리고 탄 애완견이 갑자기 설사를 했다. 하지만 여성은 지하철 바닥에 떨어진 개 배설물을 치우지 않고 다음 정거장인 아현역에서 내렸다. 결국 같은 칸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바닥에 떨어진 개의 배설물을 치웠다. 이 사건을 지켜본 한 사람이 애완견의 배설물을 치우지 않고 자리에 앉아 있는 여성의 사진과 나중에 애완견을 데리고 사진속의 주인공이 내린 다음 어떤 할아버지가 개의 배설물을 치우는 사진 등을 글과 함께 인터넷에 올렸다. 이 사진과 글은 인터넷 뉴스 사이트에 실리면서 폭발적으로 퍼져나갔다.

네티즌들은 사건 후 그 여성에게 '개똥녀'라는 이름을 붙이고 경쟁적으로 개똥녀 추적에 나섰다. 이에 개똥녀의 신상정보는 물론 개똥녀의 일상이 실시간으로 인터넷 게시판 등에 게재됐고, 개똥녀라 불리던 여성은 결국 일상 생활을 한동안 포기하고 잠적에 들어갔다.

이 사건은 워싱턴포스트 등 외국 언론에 '익명성으로 인한 폭력' 등의 내용으로 보도되기도 했고, 이를 설명하기 위한 단어로 일부 사전에 신조어로 등록되기도 했다.

지난 베이징올림픽 당시 은메달을 획득한 왕기춘의 홈페이지를 찾아 악플을 올려, 일반 네티즌들과 한판 싸움을 벌였던 '회손녀 사건'도 악플 사건의 대표적 사례다.

네티즌들은 악플을 올렸던 고모씨의 홈피를 찾아 악플 공격을 시작했고 순식간에 신상정보 등도 유출됐다. 고씨는 이에 굴하지 않고 네티즌들에 다시 악플로 대항했지만 네티즌들이 고씨가 재학중인 수원 소재 모대학 홈페이지를 집중적으로 공격함에 따라 고씨가 사과의 글을 남기고 사건이 종료됐다.

이밖에 '모델 B양 사망설', '영화배우 K양 재벌2세 임신설' 등은 결국 허위 악플로 밝혀져 악플러가 해당 연예인으로부터 고소를 당하기도 했으며 최근의 최진실 사채연루설 및 문근영에 대한 '빨갱이' 악플 등도 근거없는 루머를 악플로 만든 사건으로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