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밑 모임의 건배구호 중 귀가 솔깃해지는 구호다. 사랑과 우정을 나누자!(사/우/나) 하고 선창하면, 새해 소 해에 모두 웃자는 의미에서 우(牛)하하(웃음소리)! 로 화답하는 것이다. 어려운 시기에 서로 의지하며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이 재밌다.
모임의 건배구호는 그 모임의 성격과 시대의 모습을 그려낸다. '그리고…, 그래서…'로 이어지는 지루한 건배사보다는 짧고 간단한 건배구호가 더 강렬하게 인상 지워지고 모임의 일체를 이룰 수 있다. 시대상을 서로 공감하기 때문이다.
가장 일반적인 '○○○를 위하여'도 각각이다. '위하여'는 여당이, 야당은 '위하야'로, 서울대는 '위해서', 연세대는 '위하세', 고려대는 '위하고' 등으로 변질(?) 된다. 화답형으로 '지화자'하고 제창하면 나머지 참석자들이 '좋다!'라고 답하며 분위기를 고조시키기도 한다. 한때 '우리가 남이가!' 같은 정치색 짙은 구호에서부터, '조평통!'(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 '나가자!'(나라와 가정과 자신을 위하여), '개나발'( 개인과 나라의 발전을 위하여) 등이 대세였으나 사회의 변화를 반영하듯 구호도 다양해졌다.
인문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인문학자들의 '인·사·불·성'(인문학을 사랑하면 불가능한 일도 성공한다) 구호도 위트가 있어 멋지다. 중장년 모임에서 인기를 끄는 구호는 '구구팔팔 이삼사'(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 이틀만 아프고 삼일째 죽자)나 '나이야 가라' 등이다. 건강을 기원하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어 나이에 상관없이 자주 쓰이는 구호다.
'당·신·멋·져'(당당하고 신나고 멋지게 살고 가끔은 져주자), '진달래'(진하고 달콤한 내일을 위해) 등도 듣기가 좋은 구호이고, '당나귀'(당신과 나의 귀중한 만남을 위하여), '초가집'(초지일관 가자 집으로: 2차는 없다는 뜻)의 건배구호는 입가에 웃음을 머금게 한다. 세밑 잦은 송년 모임에 건배(乾杯)의 횟수도 많아지겠지만, 건강을 기원하는 '건(健)'으로 바꿔 절주하고 건배(健杯)로 서로 격려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새해 사랑과 우정을 나누며 소도 웃는 한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문화커뮤니케이터·한국외대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