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32.요미우리 자이언츠)이 내년 3월에 열리는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나가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강조했다.

   고향 대구에서 동계 훈련 중인 이승엽은 30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언제나 태극마크를 자랑스럽게 생각해왔고 내년 WBC에서도 꼭 뛰고 싶었다. 그러나 2년 전과 달리 팀 내 입지가 좁아지면서 '지금은 때가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불참 의사를 확고하게 밝혔다.

   이승엽은 "2월 중순 소속팀 스프링캠프를 떠나 대표팀에 합류하면 나중에 복귀했을 때 동료와 의사 소통에 상당한 문제가 생긴다. 또 일본 투수들의 공에 적응하는데도 긴 시간이 걸려 내년에는 아쉽지만 WBC를 포기하고 착실하게 시즌을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내년 WBC 이후에는 큰 국제대회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한 뒤 "내게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WBC에 꼭 뛰고 싶었으나 사정이 안좋아 뜻을 꺾었다. 팬들께서도 이런 심정을 헤아려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4강전과 결승전에서 연거푸 결승 투런포를 터뜨리고 대표팀을 금메달로 이끈 이승엽은 그러나 일본시리즈에서 부진에 빠져 6년 만에 요미우리를 일본 정상으로 인도하는데 실패했다.

   지난달 11일 귀국 때 올해를 "야구 인생에서 최악의 시즌"으로 규정한 이승엽은 WBC 불참을 선언하고 팀을 위해 희생하겠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WBC에 안 나가겠다는 뜻을 시즌 후 구단에 이미 전달했고 25일 김인식 대표팀 감독님을 찾아뵙고 다시 한번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WBC 코칭스태프는 26일 이승엽을 포함한 2차 엔트리 32명을 발표했지만 주포 이승엽이 불참 의지를 굽히지 않음에 따라 새로운 4번 타자 물색에 나서야 할 형편이다.

   "내년에는 꼭 좋은 성적을 내고 큰소리를 치겠다"고 다짐한 이승엽은 "내년 시즌에는 퇴장을 당하는 게 목표다. 그동안 몸쪽 위협구에도 많이 참아왔지만 이제부터는 상대 투수와 기 싸움에서 지지 않고자 보다 적극적으로 감정 표현을 하겠다"고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대구 세진헬스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육을 강화하고 왼손 악력을 키우는 훈련에 집중해 온 이승엽은 이날부터 캐치볼을 시작했다. 이어 금주 말부터 본격적인 스윙 훈련을 시작할 예정이다.

   한편 이승엽은 "내년 연봉은 1월 초께 발표될 예정이다. 구체적인 건 에이전트(미토 시게유키 변호사)에게 물어야 하나 아마 올해 연봉(6억엔)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