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다. 희망과 사랑을 건네는 시간이다. 지나온 시간이 팍팍했다면 그만큼 더 목마른 것이 희망과 사랑이다. 서로 용기와 의지를 북돋우고 부르는 노래가 힘이 된다. 고단 하지 않은 시간이 있었던가. 기댈 어깨가 없어 힘들 뿐이지… 사람이 사람을 보듬어야 한다.

'오늘은 속이 불편하구나'라는 헤드 카피와 함께, 보자기에 싸인 도시락과 뚜껑이 열린 도시락이 사진으로 나온 광고를 아직도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1984년 5월 스승의 날에 실린 '쌍용'의 일명 '도시락 광고'다. 이 광고를 생각하면 세월이 오래 되었어도 흐뭇함과 함께 위안이 되고, 다시 뛸 수 있는 힘을 준다.


참으로 어려웠던 시절 / 그날도 선생님은 어김없이/ 두 개의 도시락을 가져 오셨습니다.

여느 때는 그 중 한 개를 선생님이 드시고/ 나머지를 우리에게 내놓곤 하셨는데,

그 날은 두 개의 도시락 모두를 우리에게 주시고는/

'오늘은 속이 불편 하구나' 하시며/ 교실 밖으로 나가셨습니다.

찬물 한 주발로 빈속을 채우시고는/ 어린 마음을 달래시려고

그 후 그렇게나 자주 속이 안 좋으셨다는 걸/

깨닫게 된 것은 긴 세월이 지난 뒤였습니다…(이하 생략)


쌍용은 음식업을 하는 기업이 아니다. 도시락을 파는 기업도 아니다. 이 광고가 당시 많은 이의 심금을 울리고 아직도 공감되는 것은 결국 우리의 고단함을 풀어 주는 것은 '사람'이요 '우리'라는 것을 가르쳐 주었기 때문이다.

지금 보다 훨씬 더 어려웠던 시절, 그래도 지금보다 더 따듯하게 견딜 수 있었음은 부비며 살아가는 '우리'가 있었기 때문이리라.

/문화커뮤니케이터·한국외대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