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경기부양책에 3천억달러 규모의 감세안을 포함시키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감세안의 효과를 둘러싸고 논란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오바마 측에서 공식적으로 감세 프로그램을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미국의 주요 언론매체들이 5일 일제히 3천억달러의 감세안이 확정적이라고 보도한 후 오바마 진영이 이를 부인하지 않고 있어 실행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감세안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만만치 않다.

   특히 지난해 중반 경기하강 추세가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조지 부시 행정부가 취했던 약 1천300억달러 규모의 감세조치가 이렇다할 효과를 거두지 못한 점 때문에 감세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해 있다.

   월 스트리트 저널 등의 보도에 의하면 오바마 당선인 측이 구상중인 감세안은 저소득층에게 1인당 500달러 혹은 가구당 1천달러를 지원하고 기업들에 대해서도 신규 투자와 고용 등에 따라 세제혜택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3천억달러의 감세규모는 지난해 부시 행정부가 시행한 세금환급 조치의 2배에 달하며, 오바마 차기 행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경기부양 예산의 약 40%를 차지하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감세를 지지하고 있는 의회 의원들, 특히 공화당 의원들조차도 기대했던 것보다 규모가 커진 것에 의아해하는 반응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이론적으로는 감세조치의 효과에 공감하지만 현재 미국의 경기침체의 원인과 경과를 분석해볼 때 감세조치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퍼스트 아메리칸 펀즈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키스 헴버는 CNN과의 회견에서 이번 금융위기를 통해 미국의 소비자들이 좀 더 책임감있게 지출계획을 짜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으며 이에 따라 감세 혜택으로 소득이 늘더라도 이를 당장 소비지출에 쓰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감세조치의 효과에 대해 의구심을 표시했다.

   또 감세안을 시행하더라도 그 효과가 단기간에 그치고 중장기적으로 기업의 매출효과가 투자확대, 고용창출, 가계소득 증가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실제로 지난해 부시 행정부가 1천300억달러 규모의 세금환금 조치를 취한 후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8%로 높아졌지만 3분기에는 -0.5%로 곤두박질치고 4분기에도 마이너스폭이 더 커진 것으로 추정되는 등 감세효과는 말 그대로 `반짝 효과'에 불과했다.

   특히 소비진작을 위해 세금환급 조치를 취하더라도 이 돈이 미국내 고용확대로 연결되는 고리가 과거에 비해 상당부분 취약해진 점도 감세안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에 한몫하고 있다.

   예컨대, 가구당 1천달러 정도의 감세혜택이 돌아간다면 이 액수로 구입하기 적당한 상품은 TV와 같은 가전제품이나 의료 등이지만 이들 제품은 주로 아시아나 남미, 유럽에서 수입되기 때문에 미국내 투자.고용 확대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또 기업부문에서 세제혜택이 확대되더라도 투자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와이스는 지적했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신용경색으로 인해 금융회사의 대출창구에 접근하기 힘든 것이며, 세제혜택만으로 문제가 해소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금난으로 파산 위기에 몰린 기업들에는 세금감면 혜택으로 최악의 위기를 모면하는데는 조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감세조치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재정지출과 통화량 확대 등 여타부문의 경기진작책과 함께 감세조치가 병행될 경우 경기부양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와 교육, 사회인프라 등 공공부문에 재정자금을 투입할 경우 그 효과가 중장기적으로 나타나는데 비해 감세조치는 즉시 소비증대와 기업매출 확대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재정지출 확대와 감세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CNN은 현 시점에서 대규모 감세안은 경기의 급격한 추락에 따른 쇼크를 완화하기 위해 일종의 쿠션과도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