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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지: 여주, 양평, 광주 잇는 양자산~앵자봉~관산
■ 산행일시: 2009년 1월 3일(토)
■ 산악회: 4050수도권남부산악회 (41명)
여주로 올라 양평을 보고 광주로 내려오는 능선. 산악회에서 마련한 버스가 작아 그 이유를 물으니 뒤풀이 식당에서 내어준 버스란다.
산행대장인 이강철(56) 부회장이 등산을 마친 회원들의 편의를 위한 아이디어다. 양자산(709m), 앵자봉(670m)은 당일 산행 코스로 손색이 없고 산행 코스도 위험 구간이 없기에 가족끼리 다녀오기에 안성마춤이다. 다만 불편한 교통편으로 인해 대중교통 보다는 자가용을 이용한 원점회귀 산행을 권한다.
분당을 출발해 50여분이 채 지나지 않아 하품교를 앞에 두고 영명사의 작은 간판을 따라 좌회전하여 양자산과 각시봉이 품은 하품리 작은 골짜기로 들어섰다. 영명사까지의 길은 큰 차가 다니기엔 무리가 있고 입구부터 걸어간다면 족히 30분은 걸린다. 소박한 가정집 같은 영명사를 바라보며 각시봉으로 접어드는 길머리, 이강철 부회장을 따라 회원들이 줄지어 오르기 시작한 시각이 오전 10시. 빼곡히 늘어선 북미산 소나무와 전나무 숲이 솔내음도 좋고 겨울치고는 따스한 날씨다. 동행하던 전임회장 윤영일(52)씨가 "하품리는 표고버섯 산지로 유명한 곳이지만 지명때문에 애써 가꾼 농산물을 하품(下品) 취급 당하는 불이익이 있어 개명을 추진중"이란다.
말잇기가 벅찬 솔숲의 가파른 오르막, 조경수로 가꿔 놓은 듯한 노송들을 만나면서 능선길로 변했다. 각시봉에 이르기전 각시바위에서의 조망은 가히 수준급이다. 각시봉에 오르자 양평 방향의 용문산이 흰머리를 한 채 앉아있고 오른편으로 중원산과 도일봉이 한 눈에 들어온다.
#앵자지맥을 따라 걷는 아기자기한 오솔길
양평쪽의 남한강과 유명산은 그렇다 치고 가야할 방향인 앵자봉과 관산으로 이어지는 뚜렷한 능선은 앵자지맥의 일부구간이다.
앵자지맥은 한남정맥에서 뻗어나온 산맥으로 안성 칠장산(492m)에서 김포의 문수산(376m)까지 이어지는 한남정맥 중 용인의 문수봉(403m)에서 북동으로 나아가는 줄기가 바로 '앵자지맥'인 것이다. 산경표에 기록된 이러한 마루금(능선을 이은 선)을 따라 걷는 길은 언제나 가야할 길과 걸어온 길을 볼 수 있기에 산행의 또 다른 매력을 안겨준다. 양자산에서 앵자봉으로 가는 길엔 고압선 철탑이 많아 눈에 거슬렸지만 이러한 시설이 없다면 산업이나 생활 전반이 어려운 까닭에 눈 딱감고 능선 아래 여주 방향으로 조림된 자작나무 은빛 물결의 위로를 받으며 급한 내리막을 따른다.
주어고개는 양평군 강하면과 여주군 산북면을 잇는 고갯마루로 많은 사람들이 왕래를 하였던 곳, 여주방향 문바위 계곡에서는 장마철 폭우에 조난사고가 종종 일어나기도 한다.
내리막 끝 주어고개에서 앵자봉으로 가는 오르막은 그다지 힘들거나 지치게 하지 않는다. 비교적 잘 가꿔진 정원처럼 소담스럽고 아기자기한 산길인데다 발목을 덮는 낙엽으로 인해 무릎관절 고생은 덜하게 할 듯. 또한 등산로가 여주군에서 신경 쓴 흔적을 엿볼 수 있었는데 나무에 붙은 표찰을 유심히 보니 나무가 손상되지 않도록 스프링구조로 해놓은 것이며 주변경관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설치한 밧줄구간과 나무의자도 그랬다. 다른 산의 요란한 철계단과는 차별 되는 것이라 앞으로도 가급적 환경을 훼손치 않는 범위에서의 편의시설을 설치했으면 좋겠다는 사견을 가져본다.
주어고개에서 출발, 1시간 20분정도 지나서 양자봉 고스락에 서니 발아래 천진암과 퇴촌방향으로 검단산과 예봉산이 자태를 뽐내고 섰다. 이곳 앵자봉 일원은 200여년 전만해도 8곳의 사찰이 있었으며 실학의 영향을 받아 불교와 무관한 사람들도 들어와 공부를 했다고 한다. 1777년 정유년 겨울에 이벽(李檗)을 위시해 정약전, 정약용, 이승훈, 권철신 등의 학자들이 앵자봉 아래 천진암에 터를 잡고 천주교 교리강학을 하였고 이외의 다양한 학문을 연구, 강의하였던 역사적인 장소로 이곳이 천주교의 성지가 된 연유이다. 본래의 천진암은 옛터의 흔적과 그 이름만 남았고 천진암 주변으로 10만㎡에 달하는 대지에는 100년에 걸쳐 지을 기념성당과 박물관이 건립을 준비중이다.
#치잣빛 노을을 안겨준 관산의 해거름
앵자봉 이후로 평온한 길이 방화선처럼 뚜렷하고 거칠 것이 없어 마음 편히 걷는다. 어느새 바람은 자고 햇살만 분주해져서 산너머 어디론가 떠나려 한다. 조금 잰걸음으로 나아가 보지만 관산 하나가 덩그러니 남아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삐죽거리며 못생긴 철판 이정표가 관산으로 안내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어느샌가 관산(555m)정상에서 산행의 마지막 기념촬영을 마쳤다.
무갑리 방향의 하산 길로 접어들자 식수로 쓸만한 계곡이 나오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민가가 연이어 나타나면서 산행은 끝나간다.
계곡 한가득 쏟아지던 햇살을 품에 안으며 내려서던 회원들의 얼굴을 담홍빛으로 물들였던 노을만 남긴 해가 서산너머로 지고 어깨를 견주며 내려오던 길에 즐거운 산행이었다고 말하는 필자에게 이병환(55) 회장이 "마음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며 해결책이라고 하잖아요. 장시간 산행이었지만 회원들 모두가 즐거워하고 보람된 하루였다고 느낄 수 있도록 집행부가 최선을 다해야지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노력과 끊임없는 반성뿐이란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모습 뒤로 회원들이 사랑의 하트를 전하고 있었다.
■ 산행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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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산로
여주군 산북면 하품리 영명사~각시봉~양자산~앵자봉~관산~광주시 초월읍 무갑리 (7시간)
여주군 산북면 하품리 영명사~각시봉~양자산~하품리 (2시간30분)
광주시 퇴촌면 우산리~관산~앵자봉~천진암 (3시간30분)
■ 대중교통
곤지암~만선리~건업리(삼합리)~상품리~하품리 (1일5~6회)
광주시~천진암 (1일 8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