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양팔경 중 제1경으로 일컬어지는 도담삼봉. 강 가운데 3개의 암봉이 우뚝 서 있다.
단양은 수도권에서 1박2일 코스로 여행하기에 알맞은 곳이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가족이라면 단양만한 여행지가 없다. 일단 가깝다. 넉넉잡아 3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다. 볼거리도 풍성하다. 도담삼봉·석문·사인암 등 단양8경과 천태종 총본산인 구인사 등은 가족 답사여행 코스로 손색이 없다. 또 단양은 석회암 지대라 동굴이 많다. 천동동굴·고수동굴 등 동굴 여행은 아이들에게 최고의 여행 코스다. 중부권 유일의 물놀이 시설인 대명리조트 '아쿠아리움'도 있어 겨울철에도 신나는 물놀이가 가능하다. 방학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가볼만한 여행지가 없나 고민하는 이들, 단양으로 떠나 보자.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오전 9시 30분 정도 출발한다. 영동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해 단양에 도착하면 점심때쯤 된다. 점심식사는 단양읍내에서 해결한다. 첫째 날은 다소 여유있게 보낸다. 오후에는 구인사를 돌아보고 저녁은 단양 특산물인 맛있는 마늘밥을 맛본다.

먼저 구인사로 간다. 구인사는 천태종의 총본산. 전국에 140개나 되는 절을 관장하고 있는 대찰이다. 소백산 국망봉을 중심으로 장엄하게 늘어선 봉우리 가운데 하나인 연화봉 아래에 자리잡고 있다.

▲ 벼루를 세워놓은 것 같은 풍경이 일품인 사인암.
상월원각 스님이 1945년에 이곳에 손수 칡덩굴을 얽어 삼간초암을 지은 것이 시작이다. 구인사에 처음 들어선 여행객은 가람의 웅대함에 놀란다. 3~5층의 현대식 건물의 대가람이 길 양 편으로 늘어서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인 5층 대법당을 비롯해, 설선당·인광당·장문실·향적당·도향당 등 50여동의 건물들이 경내를 꽉 메우고 있다. 1만여명이 취사할 수 있는 규모다.

구인사 조사전은 이 시대를 대표하는 장인 가운데 한 명인 대목장 신응수씨가 건축한 것으로 신씨 스스로 "이 시대의 국보를 만든다는 각오로 온 정성을 기울인 필생의 역작"이라고 말하고 있다.

저녁에는 아쿠아월드에서 물놀이를 즐긴다. 단양 아쿠아월드는 지중해풍의 워터파크, 대규모 바데풀이 있다. 채광이 잘 되는 유리천장 아래, 풀장을 가로지르는 구름다리와 야자수나무 장식들이 마련되어 있다. 아이들은 워터슬라이드가 있는 실내수영장에서, 어른들은 노천탕에 몸을 담그고 느긋하게 겨울 정취를 즐긴다.

▲ 단양의 별미 마늘밥.
노천탕은 탕 자체가 넓은 편이라 실내에서 놀던 아이들이 튜브를 가지고 나와 물놀이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실내 풀장에는 안전요원이 상주하기 때문에 보호자들이 노천탕에 나가 있더라도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한 번 들어간 아이들은 물놀이하는 재미에 좀처럼 나올 줄 모른다.

이튿날 오전에는 도담삼봉과 석문·사인암을 돌아본다. 오후에는 충주호 유람선 타기와 충주호 드라이브를 즐긴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청풍문화재 단지, 연개소문 세트장 등에도 들러보자.

도담삼봉은 단양팔경 중 제1경으로 일컬어진다. 강 가운데 조각배처럼 떠있는 3개의 암봉 중 가운데 봉우리에 정자 하나가 걸터앉아 있다. 새벽이면 어부들이 그물을 건져 올린다. 봉우리에 앉아 물고기를 노리는 백로와 왜가리의 모습도 평화롭다.

인근 식당에 걸려 있는 50년대의 도담삼봉 사진을 보면 강 건너 도담리 마을 앞 강섶이 모두 눈부신 모래사장이었음을 알 수 있다. "강원도 정선의 삼봉산이 홍수때 떠내려와 지금의 도담삼봉이 됐다"는 전설도 전하는데 개국공신 정도전은 자신의 호인 삼봉을 여기서 따왔을 정도로 도담삼봉을 좋아했다고 한다.

퇴계 선생도 도담삼봉에 들렀다가 '산은 단풍잎 붉고 물은 옥같이 맑은데/ 석양의 도담삼봉엔 저녁놀 드리웠네/ 신선의 뗏목을 취벽에 기대고 잘 적에/ 별빛 달빛 아래 금빛파도 너울지더라'라는 시를 남기기도 했다.

▲ 소백산 연화봉 아래에 자리한 구인사에는 국내 최대 규모인 5층 대법당을 비롯해 3~5층의 현대식 대가람이 길 양 편으로 늘어서 있다.
도담삼봉 관광지 왼쪽 편에는 팔각정으로 오르는 길이 있는데 팔각정에서 등산로를 따라 200m 정도를 가면 웅장한 석문을 만날 수 있다. 가운데가 뻥 뚫려 있는 '산 속의 육교'다. 석문 역시 단양팔경의 하나. 사인암은 김홍도가 암벽을 마주하고 10여일을 고민해도 그 모습을 담지 못해 1년 뒤에야 그려낼 수 있었다는 절경이다. 명경지수 위로 솟아오른 70m 높이의 깎아지른듯한 바위는 200여년이 지났는데도 그 위엄 그대로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코스는 동굴이다. 단양은 온달·노동·천동·고수 등 동굴이 많다. 이 가운데 천연기념물 제256호로 지정된 고수동굴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석회석 동굴 중에서도 빼어난 역동미를 자랑한다. 종유석과 석순의 모양이 거친 칼날처럼 굽이친다. 스케일도 장대하다.

관람 코스가 약 1천700m에 이르는데 모두 돌아보려면 40분 정도가 걸린다. 천동동굴은 고수동굴에 비해 한결 덜 붐빈다. 총 관람 소요시간은 20여분. 길이 비좁고 때로는 오리걸음으로 걸어야 하는 구간도 있어 아기자기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충주호 유람선을 타고 호수의 아름다운 풍광을 즐긴다. 충주호 장회나루에서는 충주호 유람선을 탈 수 있다. 유람선을 타면 단양8경중 구담봉과 옥순봉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제비봉~옥순봉 구간의 경관이 가장 아름답다. 유람선 탑승 시간은 왕복 약 1시간 30분 정도다.

청풍문화재 단지도 가볼만 하다. 충주댐 건설로 사라진 문화재들을 옮겨 놓았다. 팔영루·한벽루·금남루·응청각·청풍향교 등 문화재 50여점과 생활유물 2천여점이 전시돼 있다. 향교에서 바라보는 청풍호반은 풍치가 빼어나다. 청풍문화재 단지 정자에 오르면 충주호 풍광이 한 눈에 들어온다. 아마도 유람선에서 내려설 때쯤이면 해질녘이 될 것이다. 충주호의 예쁜 노을을 보기 좋은 곳이 바로 청풍문화재 단지 정자다.

요즘 뜨고 있는 곳이 온달관광지내에 있는 단양오픈세트장이다. 드라마 '연개소문'을 촬영한 이곳 세트장에 들어서면 수나라와 당나라의 황공, 드라마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의 가옥과 부속 건물, 연못·장터·낙양성문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최근에는 영화 '쌍화점'을 이곳에서 촬영하기도 했다.

타 지역과의 연계 관광 코스를 짜기 쉽다는 것도 단양 여행의 매력이다. 충주·제천과 지척이라 충주호 드라이브, 청풍문화재단지 등을 일정에 넣어 코스를 구성할 수도 있고 풍기·영주의 부석사·희방사·소수서원·선비촌 등과 함께 일정을 구성해도 된다. 두 곳 모두 단양을 기점으로 삼을 때 1시간내에 접근이 가능하다.

/ 여행수첩

■ 교통: 영동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한다. 중앙고속도로 북단양 IC로 나오면 된다.

■ 숙소: 단양읍내에 대명리조트(043-420-8311) 등 리조트와 청풍호 주변에 청풍리조트(043-640-7000) 등 특급 호텔이 있다. 여관과 모텔도 많다.

■ 먹거리: 장다리식당(043-423-6660)은 단양의 특산물인 육쪽마늘을 재료로 한 음식을 낸다. 흑미·찹쌀·마늘·밤·대추·은행·콩·팥고구마 등을 넣고 가마솥밥을 지어낸다. 달콤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난다. 솥밥 외에도 마늘튀김 등 마늘을 재료로 한 반찬 20가지가 오른다. 경주식당(043-423-0504)의 올갱이국도 맛있다. 올갱이를 삶아낸 푸르스름한 국물에 집에서 담근 된장을 풀고, 올갱이 속살과 함께 근대·아욱·배추 등을 넣고 푹 끓여낸다. 제천묵마을(042-647-5090)의 묵도 유명하다. 박달재에서 자생하는 도토리로 만든다. 인기 메뉴는 채묵밥. 가늘게 채 썬 묵에 양념한 육수를 붓고 따끈한 밥을 말아먹는다.

글·사진/최갑수 여행작가 ssuchoi@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