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검사 출신 현직 국회의원이 변호인으로 법정에 서면 판결은 좀 더 유리해질까?
판·검사 출신 국회의원이나 현직 변호사인 국회의원들의 승소율 통계가 없어 속단할 수 없지만 '현직 국회의원이 변호를 맡는다면 매우 유리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통념이다. 이때문인지 선거법 위반 등으로 검찰에 기소되는 국회의원이나 자치단체장들이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율사 출신 동료 의원들에게 변호를 부탁하는 모습이 종종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국회의원이라는 직위를 갖고 있는 '변호사'이기 때문에 오히려 재판부에게 '괘씸죄'를 받아 패소하는 경우도 전혀 없는 건 아니다.
■ '국회의원 변호사'의 활약=한나라당 손범규(고양 덕양갑) 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한나라당 홍장표(안산 상록을) 의원의 변호를 맡고 있다.
비록 홍 의원이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지만 손 의원은 홍 의원과 자주 만남을 가지면서 변론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홍 의원 측도 "손 의원이 적극적으로 변론에 나서주고 있어 재판 진행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며 "개인적으로도 손 의원이 열정을 갖고, 변호에 힘을 쏟고 있어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김태환(경북 구미을) 의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김 의원이 지난 2004년 17대 총선 직후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됐을 당시에도 율사 출신 동료 의원들이 모두 김 의원의 변호를 담당했다.
동료 의원들의 '열정' 때문인지 김 의원은 벌금 80만원을 선고받고 '부활'했다.
고검장 출신인 한나라당 A의원도 현재 아파트 건설 인·허가와 관련된 도내 모 자치단체장의 변호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정가에서는 "조만간 무죄판결이 나올 것이라는 소문이 있는데 A의원이 변호를 맡았기 때문이 아니냐는 얘기가 돌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 중진의원실 보좌관은 "율사 출신 의원이 다른 의원들에 대한 변호에 나서는 것을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다"라며 "이제는 정치적 관례처럼 돼 변호를 부탁하는 측도, 변호를 부탁받는 측도 큰 부담을 갖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꼭 동료 의원들의 변호에만 나서는 건 아니다. 법무법인 나라 대표변호사인 민주당 이종걸(안양 만안) 의원도 최근 '미네르바'로 지목된 박모(31·구속)씨의 변호인단 중 한 명으로 박씨 변호에 나서고 있다.
변호인단은 이 의원과 문병호 전 의원 등 민주당 법률지원단 4명과 박찬종 변호사 등 5명으로 구성됐다.
■ 국회의원은 변호사 겸직이 가능=공무원이나 정부투자기관 임원, 교직원, 시·도·군·구의원 등은 변호사를 겸직할 수 없다.
하지만 국회법은 '친절하게도' 국회의원들의 변호사 겸직을 허용하고 있어 국회의원이 자신들의 '부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놓은 게 아니냐는 비판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국회의원의 겸직 허용 여부 등을 규정하고 있는 국회법 29조는 겸직이 불가능한 직업으로 ▲국가공무원(정치운동이 허용되는 공무원은 제외) ▲지방공무원 ▲대통령 ▲헌법재판소 재판관 ▲각급 선거관리위원회 위원 ▲지방의회 의원 ▲정부투자기관 임직원 ▲농협·수협·축협 임직원 ▲교원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반대로 변호사법 38조 1항은 변호사가 지방자치단체장 등 공무원직 겸임을 금지하고 있지만 국회의원이나 비상근 공무원 등에 대해서는 변호사 겸임을 허용하고 있다.
국회법과 변호사법으로 국회의원의 변호사 겸직을 '철저하게' 보장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