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도, 선생님도, 스님도, 신부님도 하룻동안 평균 4~5회 들르는 곳. 일평생 동안 남자는 290일, 여자는 380일 정도 시간을 보내는 곳. 신문을 보거나 전화를 하거나 우편물을 확인하는 공간. 자주 가도 문제고 못가도 문제인 곳. 화장실이다. 화장실은 그만큼 우리 생활의 일부이다.

화장실을 문화의 척도라 한다. 화장실을 보면 대강 그 가정의 청결과 예의를 가늠할 수 있고, 음식점의 맛과 위생을 짐작할 수 있으며, 관공서나 회사의 근무기강과 친절을 눈치 챌 수 있다. 나아가 공중 화장실에서는 그 나라 국민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공중 화장실은 놀라울 정도로 개선되고 발전했다. 시가 있고, 음악이 흐르고, 심지어 비데까지 설치되어 있는 곳도 있다. 그러나 아름다운 문화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만든다하지 않던가. 크고 고급스러우면 뭐하랴…. 복불복(?)의 줄서기, 휴지가 너저분하게 떨어진 바닥, 물기가 흥건한 세면대, 담배연기 자욱한 실내, 잡담과 휴대폰 통화,… 아직도 아름답지 못한 (일부) 공중 화장실의 풍경이다. 불결한 뒤처리는 결국 내 뒷모습과 같다. 우리 모습이다. 인간이면 누구나 겪는 생리현상을 즐겁고 상쾌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더 늘어났으면 한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가 아름답다." 그가 머문 자리, 역시 아름답다.

낮은 음성으로 문화와 예술을 얘기하던 사람. 화성의 역사를 되살려 놓은 사람. 처음 듣는 사람은 실소(?)를 머금게 했던 '미스터 화장실'이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 자택(해우재)을 변기로 지은 사람. 세계화장실협회를 창립하고 초대회장을 맡았던 사람. 아마 그가 있었기에 우리나라 화장실의 시설개선과 화장실 이용문화의 발전이 있었을 것이다. 그가 남긴 아름다운 자리 더욱 아름답게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의 영면이 안타깝지만, 세상의 근심걱정을 풀고 편히 쉬소서.

삼가 고(故) 심재덕님의 명복을 빕니다.

/문화커뮤니케이터·한국외대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