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악의 도시 '소돔과 고모라'를 홍수로 심판하기로 결정한 하나님은 성실한 노아 부부에게 거대한 방주(方舟)를 만들라고 명령합니다. 타락한 세상에 노한 하나님은 노아의 가족과 직접 선택한 짐승들로 다시 세상을 열 계획이었죠. 하지만 당시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던 사람들은 맨땅에 배를 만드는 노아를 비웃었습니다. 그러나 150일간의 홍수 끝에 결국 신의 은총을 받은 '노아의 방주'에 있었던 인간과 동물만이 살아남았다는 구약성서 창세기편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는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아는 상식입니다. 저 멀리 떨어져있는 미국 월가의 충격이 대서양과 태평양을 넘어 유럽, 중동은 물론 일본과 한국에까지 글로벌 금융 경제쓰나미로 밀어닥치고 있는 현 상황이, 문득 꿈만 같은 아득한 성서속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데… 의학기술 덕분에 수명은 자꾸 늘어나, 다시 구만리(?)나 되는 우리네 미래에는 '노아의 방
주'같이 노년의 삶을 보장할 수 있는 '노후(老後)의 방주'가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구조조정이 일상 다반사가 되다보니 굳이 '사오정(45세 정년)' '오륙도(56세까지 직장에 있으면 도둑)'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40대 은퇴자도 주변에 적지 않습니다. 아차하면 퇴직 후에 더 긴 은퇴인생을 살수도 있다는 것이 현실이 된 것입니다. 그래서 재테크는 생존을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투신사 등의 주식과 펀드로 매일 널뛰기 주식동향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것은 우리의 인생을 타인의 손에 맡긴 것과 같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더욱이 심각한 문제는 우리나라가 일하는 사람보다 부양받을 사람이 더 많은 '고령사회'로 빠르게 진행 중이라는데 있습니다. 결국, 노후를 위해 경제적인 준비를 해야 되는 것이 해법인 것 같지만, 저금리 시대에는 은행적금이나 퇴직보험으론 기대수준을 맞추기란 불가능한 것입니다. 또한 노후준비가 돈이 전부인 것만도 아닌 것입니다. 누구든 인생을 마무리하는 시점에는 내면의 준비가 아주 중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노후에 할 일이나 취미를 찾는 과정을 간과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의정부시에서 월수입 20만원의 단순 노인봉사자 모집에 약 2천명이나 몰렸다는 최근의 뉴스는 새삼 얼마나 많은 노인 인구가 무료하게 사회의 뒷전으로 밀려나 있느냐하는 것을 통감하게 됩니다. 아직도 지방에는 법원경매를 이용하면 소액으로 자급자족이 보장되는 텃밭을 취득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은 실정입니다. 그곳에서 자연과 더불어 노년의 인생을 한발 먼저 개척한다면 나이에 걸맞은 여유로운 노후가 보장될 수 있음에도 대다수 도시의 예비노인들은 도시생활이 주는 편리에 주저앉아있는 것입니다.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를 만난다'는 글귀를 다시금 찡하게 느껴봅니다.
/smnc@hanmail.net /(주)써플라이 엠엔씨 회장·(사)한국실업배드민턴연맹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