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욱(오른쪽)·윤혜란 부부.
경찰, 택시기사, 전자제품 배달, 중장비 운전 등 안해 본 일이 없었다. 그에게 삶은 고달픈 일상일 뿐이었다.

수원시 팔달구 화서동에서 '명가네 숯불 닭바베큐'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동욱(42)씨에게 지나간 세월은 후회와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의 첫 출발은 순조로웠다. 청와대 경비단으로 군생활을 한 김씨는 1992년 제대와 동시에 무도특채로 임용돼 경찰공무원 생활을 시작한다. 하지만 2년을 넘기지 못하고 주위의 부러움을 샀던 직장을 그만뒀다. 적성과 안맞는다는 철없던 이유에서였다.

당시 평생 배필인 윤혜란(41)씨와 결혼한 그에게 생계는 눈앞에 닥친 고통이었다. 1994년 고향인 대구로 내려가 빚을 내 당구장을 차렸지만 곧바로 IMF가 터졌다. 가게문을 닫은 뒤 빚을 갚기 위해 어떤 일이라도 해야 했던 김씨는 택시운전에 나섰다. 밤낮없이 열심히 살았지만 태풍 매미가 닥쳐 온 2003년 여름, 비바람 속에 행인을 쳐 부상을 입히는 인사사고로 택시기사 직업도 잃어버렸다. 이후 대형면허를 취득해 덤프트럭 운전을 했고, 가전제품 배달·설치일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그러나 다섯명의 생계를 책임지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김씨는 2005년 가족과 함께 처가가 있는 수원으로 상경, 다시 창업을 결심한다. 처가의 소개로 닭바비큐 기술 등을 전수받고 동네 변두리에 터를 잡았다. 닭집도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하루에 한마리도 팔리지 않는 날이 허다했다. 청결과 맛이 조금씩 소문이 날때 쯤엔 조류독감 파동으로 다시 매출이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이제는 더 물러설 곳이 없었다. 배달이 없을때는 전단지를 돌렸고 술마저 끊으면서 성실히 일했다.

노력의 결과는 가감없이 돌아왔다. 고객들과의 신뢰가 쌓이면서 단골이 늘어났고 경기에 영향을 받지 않고 월 800만~1천만원의 안정적 매출을 유지했다. 이제 경기불황에 가게문을 닫는다는 소식은 남의 얘기가 됐다.

김씨는 "힘든 시간을 이겨내기 위한 숱한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안정적 생활이 가능했던 것 같다"며 "가게를 조금씩 늘려 '잘나가는 닭집 사장'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고 새해 포부를 밝혔다.

사진/전두현기자 dhje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