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로봇연맹(IFR)은 올해 세계 로봇시장 규모를 350억 달러로 예측하고 있다. 오는 2010년을 기점으로 세계 로봇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해, 2020년에는 5천억달러 규모의 거대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IFR은 내다보고 있다. 이 금액은 자동차시장 규모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 해 9월 22개 신성장동력에 로봇산업도 포함시키고 이후 인천과 경남 마산을 로봇랜드조성 국비지원대상 지방자치단체로 복수 선정했다. 전 세계가 로봇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인천은 '로봇의 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도약대에 서 있다.
■ '로봇=아톰'(?)
미국 아이로봇(iRobot)사의 룸바(Roomba)는 지난 해 국내 청소로봇시장에서 7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했다. 룸바는 지난 2003년 국내에 들어온 뒤 몇 차례 '진화'를 거듭했고,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최근 나온 3세대 룸바 모델에는 화상탐사로봇 소저너(Sojourner)와 이라크전에 쓰인 군사용로봇 팩봇(Packbot)에 쓰인 인공지능 시스템이 적용됐다. 룸바는 센서를 이용해 스스로 장애물을 피하고 바닥 먼지와 쓰레기를 찾아 구석구석을 누빈다. 아이로봇사는 룸바로 전세계에서 연평균 4천억원 이상의 매출을 내고 있다.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은 2003년 휴머노이드(안간을 닮은 로봇) 와카마루(Wakamaru)를 개발했다. 와카마루는 낱말 1만개를 알아듣고 간단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와카마루는 노인봉사 도우미, 건물 로비 안내 도우미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06년부터 매년 1천만 달러를 투자해 인간로봇 개발·상용화를 지원하고 있다.
로봇은 전쟁터에서도 활용된다. 아군의 인명살상을 최소화하고, 적군의 군사정보 수집 등에 로봇이 활용되고 있다. 마르스(전투), 탈론(폭탄 제거), 레이번(정찰·폭탄투하)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벌인 전쟁에서 군사용 로봇은 실전 투입돼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 미 국방부는 이같은 '미래형 전투시스템(FCS)'을 구축하는데 오는 2012년까지 17조8천억원의 예산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이와 함께 미군은 오는 2015년까지 수송수단의 30% 가량을 무인화 한다는 계획이다.
■ 인천이 로봇도시가 되려면?
지난 해 말 한국에 온 스테판 뮐러 IFR 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구 고령화로 사람들은 점점 더 로봇을 필요로 할 것이다. 의료, 물류, 교육 분야에서 서비스 로봇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며 "한국은 서비스 로봇 분야에서 앞서 나가고 있고, 앞으로 이 분야에 집중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 로봇은 일본, 군사 로봇은 미국이 강세를 띠고 있다.
인천정보산업진흥원은 로봇랜드 연간 생산유발효과로 건설기간(2009~2013년)에는 2천600억원, 운영단계(2012년 이후)에는 2천4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 매년 2만명 안팎의 고용창출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한다. 로봇산업과 테마파크를 함께 육성하는 로봇랜드는 '로봇왕국'이라 불리는 일본에서도 전례가 없는 사업이다. 로봇랜드는 기획단계서부터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인천 로봇랜드는 공공기관의 주도로 민간자본을 끌어와 진행하는 사업으로 우선 로봇 관련 국내외 기업체와 학교·연구기관 등을 연계하는 산·학·연 클러스터 조성이 시급하다. 로봇전문인력도 끌어와야 한다. 테마파크의 수지타산을 맞추려면 매년 120만명의 외국인을 유치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인천 로봇랜드가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는 콘텐츠 개발보다는 건설사업에만 열을 올린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시 과학기술과 관계자는 "인천정보산업진흥원, 외부 박사급 연구원 등과 협의해 로봇랜드의 내용을 충실하게 다져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