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같은 ×과 개만도 못한 ×, 그리고 개보다 더한 ×. 이 중 누가 제일 나쁜 ×일까. 며칠 전 교육방송에서 '인간과 개'라는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떠오른 생각이다. 아직도 답이 헷갈린다. 그러나 왜 애꿎은 개를 끌고 들어가 비교의 기준을 잡는지 모르겠다. 오직 충직함 하나로 개만큼 인간과 함께한 짐승도 없는데…. 개만큼만 살아봐라….

평소 '견공지오륜(犬公之五倫)'을 설파(?)하는 친구가 있다. 개에게도 오륜이 있고, 개는 이를 지키고 산다는 것이다. 듣고 보면 그럴 듯하다. 지난 한 주, 인간 같지 않은 끔찍함이 뉴스의 첫머리를 차지하는 걸 보면서 더욱 동감하게 된다.

견공지오륜의 첫째는 '지주불폐(知主不吠)'다. '개도 주인을 알아보고 짖지 않는다'는 뜻으로 군신유의(君臣有義)와 같은 맥락이다. 둘째 '소불적대(小不敵大)'다. '작은 개는 큰개를 적으로 삼지 않는다'는 뜻으로 장유유서(長幼有序)와 같다. 셋째는 모색상사(毛色相似)다. '개도 새끼를 낳으면 서로 닮는다'는 뜻으로 부자유친(父子有親)과 같다. 넷째는 잉후원부(孕後遠夫)로 부부유별(夫婦有別)과 같다. '개도 새끼를 배면 자웅 간에 서로 조심한다'는 의미다. 다섯째 일폐중폐(一吠衆吠)다. '한 마리 개가 짖으면 뭇 개가 따라 짖는다'는 뜻이다. 붕우유신(朋友有信)에 해당한다.

개도 견륜(犬倫)을 지키며 살려한다. 하물며 사람으로서 인륜(人倫)을 저버린 패륜아(悖倫兒)에겐 개에게서 배워오라 하고 싶다. 법이나 질서는 아랑곳없이 함께 살아가는 터전을 어지럽히고, 어른 공경과 예의를 망각하며, 발정을 아무데서나 과시(?)하는 미물을 감히 개에 비유할 순 없다. 아마 개들도 인간 아닌 인간이 자신들에게 비유되는 걸 싫어 할 것이다. 아니 이런 '사람 같은 ×'라는 말이 개들 세계에서 이미 떠도는지 모르겠다.

/문화커뮤니케이터·한국외대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