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호가 이란과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4차전을 열흘 앞두고 치러진 첫 리허설에서 공방 끝에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일(한국시간) 오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리아와 친선경기에서 후반 35분 상대 수비수 함제흐 알 아이투니의 자책골에 편승해 1-0 리드를 잡았지만 후반 종료 직전 모하마드 야히야 알라셰드에게 통한의 동점골을 내줘 1-1로 비겼다.

   이로써 허정무호는 이란 원정을 대비한 올해 첫 A매치에서 첫 단추를 잘 끼우지 못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42위인 한국은 64계단 낮은 시리아(105위)와 평가전에서 답답한 공격력을 보여 오는 11일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벌어질 이란과 월드컵 최종예선 4차전 승리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한국은 다만 시리아와 역대 A매치 상대전적에서 2승2무1패 우위를 유지했다. 허정무호는 출범 후 첫 경기였던 칠레와 평가전 0-1 패배 후 16경기 연속 무패(8승8무) 행진을 이어갔다. 시원한 득점포를 가동하지 못했어도 전술을 실험하고 조직력을 점검한 것에 위안을 삼아야 했다.

   대표팀은 4일 바레인과 한 차례 더 평가전을 치르고 5일 결전의 땅인 이란으로 건너간다.

   허정무 감독은 이란 원정을 앞두고 월드컵 예선을 치르면서 꾸려왔던 4-4-2 대신 스리톱 공격수를 배치한 3-4-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정성훈(부산)이 최전방, 염기훈(울산)과 이근호(대구)를 좌·우측면 공격수로 기용했다. 또 미드필더진은 중앙에 김정우(성남)와 기성용(서울), 좌·우에 김치우(서울)와 최효진(포항)을 세웠다. 스피드가 좋은 최효진의 빠른 오버래핑을 이용해 시리아의 오른쪽 측면을 뚫겠다는 허정무 감독의 노림수였다.

   스리백 수비라인은 왼쪽부터 이정수(교토)-조용형-강민수(이상 제주)로 구성했고, 골키퍼 장갑은 이운재(수원)가 꼈다.

   시즌이 진행중인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영표(보루시아 도르트문트), 박주영(AS모나코) 등 유럽파 3총사가 빠진 가운데 국내 K-리거로 베스트 11을 꾸린 허정무호는 이란과 스타일이 비슷한 시리아를 상대로 전술을 실험하고 조직력을 점검했다.

   허정무호는 그러나 길지 않은 전지훈련과 현지 적응 시간 부족, 해외파 불참 등으로 손발이 맞지 않아 출발이 좋지 않았다.

   경기 시작 1분 만에 아델 압둘라의 아크 정면 터닝 슈팅을 허용한 한국은 베테랑 골키퍼 이운재가 침착하게 잡아냈다.

   반격에 나선 한국은 전반 7분 김치우가 왼쪽 측면을 돌파하고 나서 크로스를 올렸으나 공격수들과 사인이 맞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전반 18분에는 볼 경합 과정에서 상대 수비수와 부딪힌 미드필더 기성용(서울)이 허벅지 근육 경련을 호소하고 들것에 실려나가는 악재까지 겹쳤다. 기성용 대신 하대성(전북)이 기용됐다.

   전반 18분 김치우의 크로스는 골키퍼 품에 안겼고 3분 뒤 하대성의 패스도 이근호와 호흡이 맞지 않아 수비수가 걷어냈다.

   이렇다 할 유효 슈팅 없이 답답한 흐름을 이어가던 한국은 그나마 염기훈의 크로스가 뒤로 흐르자 최효진이 오른쪽 페널티지역 외곽에서 중거리 슈팅을 때렸지만 공은 크로스바를 훌쩍 넘어갔다.

   이어 전반 27분 김치우가 왼쪽에서 반대편 문전을 보고 전진패스를 했지만 이근호가 한 템포 늦었고 정성훈의 머리를 겨냥한 염기훈의 크로스도 상대 골키퍼가 쳐내 아쉬움을 남겼다.

   전반 42분 최효진이 상대 수비수 파울로 오른쪽 페널티지역에서 프리킥을 얻었지만 `왼발 달인' 염기훈이 감아 찬 공은 왼쪽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허정무 감독은 정성훈 대신 정조국(서울), 최효진 대신 김창수(부산), 이정수 대신 김동진(제니트)을 투입해 이근호-정조국 투톱에 김동진-강민수-조용형-김창수 포백 체제의 4-4-2 전형으로 바꿔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한국은 후반 3분 하대성이 페널티지역 중앙에서 오른발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혔고 왼쪽 문전으로 깊숙이 침투했던 이근호의 왼발 슈팅도 무위로 돌아갔다. 1분 뒤 정조국의 기습적인 슈팅은 크로스바를 맞아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김정우 대신 한태유(서울), 이근호 대신 김치곤(서울)을 기용하며 전체 20명 중 골키퍼 2명과 부상 중인 이청용(서울)을 제외하고 17명을 풀가동했다.

   후반 30분 김동진이 수비 공간이 열렸음에도 아크 왼쪽에서 때린 슈팅이 골대를 넘어 아쉬움을 남긴 한국에 행운이 찾아왔다.

   5분 뒤 김치우가 역습 상황에서 문전으로 찔러준 공을 수비수 아이투니가 걷어내려다 자기 골문에 자책골을 넣은 것.

   1-0 리드를 잡은 한국은 승리를 챙기는 듯했지만 방심이 화를 불렀다. 후반 추가 시간 1분 자기 진영 혼전 상황에서 아크 정면에서 공을 빼준 동료의 패스를 받은 알라셰드가 오른발로 강하게 찬 것. 이운재가 몸을 날려 봤지만 공은 이운재의 손을 스치고 그대로 오른쪽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막판 2분을 버티지 못한 뒷심 부족이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