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대표 여성기관 두곳이 때아닌 통폐합 논란에 휩싸였다. 시작은 경기도여성비전센터 이순희 소장이 지난해 12월 사표를 낸뒤 화성 유앤아이센터 내 여성비전센터장으로 옮기자,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 조정아 소장이 경기도여성비전센터 소장을 겸직하면서부터. 게다가 지난달 21일, 여성부와 노동부가 구직희망 여성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하여 추진해 온 여성 새로 일하기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여성새로일하기센터' 지정기관 50개소를 선정·발표한 가운데, 경기도여성비전센터는 지정기관 목록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지자 통폐합은 기정사실이 된 것 같은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통폐합 논의의 시작=경기도여성비전센터는 2007년 1월까지만 해도 '경기도여성회관'이었다. 1970년 8월 경기도여성회관 설치 및 운영조례를 제정해 설립된 경기도여성회관은 도내 여성들을 대상으로 문화·취미·교양강좌 과정을 운영해오다 지난 2007년 2월 급변하는 시대상 반영을 위해 조례 개정 등을 통해 '경기도여성비전센터'로 명칭을 바꿨다. 하지만 '경기도'라는 타이틀에 무색하게 이용자의 대부분이 수원지역 여성들이었으며, 2007년 9월 수원시가족여성회관이 개관하자 기능 중복과 이용자 중복이라는 문제에 봉착했다. 이같은 문제제기가 끊임없이 이어지자, 경기도여성비전센터는 지난해부터 국제여성 전문인력 양성과정 등 '전문직업훈련과정'으로 프로그램을 개편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여성들의 직업훈련을 담당하고 있는 또다른 경기도 설립·운영단체인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와 기능 중복 논란에 휩싸였다. 급기야 이순희 경기도여성비전센터 소장이 사퇴하고 조정아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 소장이 지난해 12월 23일 비전센터 소장으로 발령이 난데 이어 같은달 29일에 취임하자, 활활 타오르던 통폐합 논란에 기름을 부은 꼴이었다.
■여성 새로 일하기센터 지정에서도 비전센터는 소외=게다가 여성부와 노동부가 공동으로 여성인력개발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지정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선정하고 있는 '여성새로일하기센터' 지정기관에서도 경기도여성비전센터는 제외돼 더더욱 통합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힘을 받았다. 경기지역에서는 고양여성인력개발센터, 부천여성인력개발센터, 성남여성인력개발센터, 수원여성인력개발센터, 안산여성인력개발센터, 안양여성인력개발센터,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 경기도북부여성비전센터 등 8개가 지정됐다. 용인에 있는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와 북부지역을 관장하는 경기도북부여성비전센터(의정부)는 선정됐지만 남부지역을 관장하는 경기도여성비전센터(수원)는 '경기도'라는 타이틀이 붙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원여성인력개발센터에 '밀렸다'는 얘기다. 이것이 경기도여성비전센터의 현 위상과 위치를 알려주고 있지 않느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숙영 경기도가족여성정책국장은 "우리 국에서 추천을 해서 기관명단을 보내는 것이었는데, 도 관할 기관 3곳을 모두 추천하기에는 염치가 없었다"며 "북부관할여성기관(경기도북부여성비전센터를 지칭)을 뺄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부득이하게 경기도여성비전센터를 추천명단에서 뺀 것이지, 통폐합 논란과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경기도 정책기획심의관실 관계자도 "통합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여성비전센터의 미래는?=도내 여성계를 중심으로 '경기도비전센터가 없어질 것'이라는 논란이 계속되자 경기도가족여성정책국은 지난달 말 도내 여성계 대표를 만나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폐합을 할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경기도여성비전센터의 올해 운영방안이 여태까지 확정되지 못했다는 데 있다. IT중심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을 주력으로 하는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와 기능이 중복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짜고있지만,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IT를 제외한 여성재취업과정을 학원식으로 위탁운영한다는 안 등이 '아이디어'로 나왔으나 반려됐다. 이런 상황에서 효율을 중요시하는 도지사를 설득할 수 있는 운영방안이 나오지 않으면 역시나 통폐합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절박감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해 조정아 소장은 "비전센터와 능력개발센터가 같은 여성인적자원개발을 기치로 내세우고 있으니 통폐합 논의가 나오는 것 같다"며 "시·군여성회관과의 차별성과 민간기관과의 차별성 역시 담보되어야하는데 여전히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조 소장은 또 "통합하려고 소장으로 와있는 것도 아닌만큼 뚜렷한 대안없이 통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박은 후, "국제스튜어디스 양성과정 등 시범운영됐던 사업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내·외부 전문가와의 논의를 끝냈으며 새로운 씨를 뿌려 비전센터가 보다 큰 나무로 성장할 수 있게끔 머리를 맞대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정숙영 국장도 "조정아 소장이 겸직한 것은 도내 여성사무관 중 진급할 인력풀이 없어서 조 소장을 앉힌 것 뿐"이라며 "여성쪽으로 방안이 없으면 저소득층 가정이나 이민자가족을 지원하는 등 '가족기능'을 모색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으며 상반기 중에 운영방안을 확정짓겠다"고 말했다.
■여성계, 통폐합에 반대=일단 여성경력개발·재취업 등의 방안으로 여성비전센터를 운영하게 되면, 접근성이 좋은 경기도여성비전센터(수원시 팔달구 인계동)는 여성능력개발센터(용인시 기흥구 마북동)의 분소형태로 가지 않겠냐는 분석이 여성계에서는 지배적이다. 도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성계는 "중요정책 입안자들이 바라보는 여성들의 삶, 관점, 느낌이 실제로 현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삶의 질과 현저히 다르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류명화 경기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여성이 더이상 사회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