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기대를 걸었던 박진만(33.삼성)이 끝내 오른쪽 어깨 통증으로 최종 엔트리에서 빠지면서 야구대표팀 수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 경기, 단기전일수록 그물망 수비가 승패의 중요한 분수령으로 작용했고 박진만은 그때마다 명품 수비로 대표팀을 구해냈기에 박진만 없이 맞는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대표팀이 4강을 재현할 수 있을지 불투명해진 게 사실이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어깨가 아파 캐치볼도 못하는 박진만을 끝까지 데려가고자 트레이너 2명을 전담으로 붙였고 예선전이 안된다면 8강 본선전에라도 기용하겠다며 순전히 박진만과 관련한 엔트리 교체 여부를 WBC 조직위원회에 문의하는 등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무위에 그쳤다.

   이승엽(33.요미우리)의 한 방도 중요하나 박진만의 완벽한 수비 하나가 비중이 더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라서 박진만의 엔트리 탈락에 대한 진한 아쉬움이 곳곳에서 배어나온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부터 태극마크를 단 박진만은 지난해 베이징올림픽까지 8차례나 국제무대에서 대표팀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다. 국제경기에서만 50게임을 뛰어 최다 출장 기록을 보유 중이기도 하다.

   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획득했고 3년 전 초대 WBC에서는 4강 신화를 이끄는 등 박진만은 메이저리거도 울고 갈 명품 수비라는 찬사를 받았다.

   야구팬들이 기억하는 명승부 장면에는 항상 박진만이 있었다.

   시드니올림픽 일본과 동메달 결정전에서 3.유간 땅볼을 잡아 2루 커버를 들어오던 박종호에게 토스하고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지었던 모습이나, 1회 WBC에서 사실상의 결승전으로 여겨졌던 대만과 1차전에서 중전 안타성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로 걷어내 2루에서 포스아웃시키던 장면이 스쳐간다.

   또 베이징올림픽 쿠바와 결승전 9회말 1사 만루 역전 위기에서 앞으로 굴러온 타구를 안전하게 잡아 병살타를 엮어내던 모습 등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박진만은 넓은 시야와 날렵한 풋워크를 앞세운 예측 수비로 안정성에서 만점을 받아왔다. 경험이 풍부해질수록 배짱과 담력도 늘어 어떤 상황에서도 주눅이 들지 않는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왔다.

   박진만 대신 주전 유격수를 맡을 박기혁(롯데)은 도하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게 전부다. 최정(SK)은 유격수보다는 3루수가 어울리고 대체 멤버인 손시헌(두산)은 상무 제대 후 실전 감각이 떨어진 상태.

   나주환(SK) 역시 붙박이 유격수로 출장한 게 지난해가 처음이어서 경험이 부족하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이 남은 기간 '발등의 불'을 어떻게 처리할지 주목된다. 동시에 박진만의 뒤를 이을 4명 중 누가 '난세의 영웅'으로 자리매김할지도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