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가<라트비아> =연합뉴스) 한때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최고의 경제성장을 구가하다 최악의 위기에 몰리며 짧은 기간에 '천국과 나락'을 경험하는 라트비아.
국가부도 위기라는 상황 속에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고 있지만 "아직은 희망을 버리기에 이르다"라며 재기를 노리는 분위기도 어렴풋이나마 감지할 수 있다.
25일 수도 리가의 중앙역 바로 옆에 위치한 핀란드계 대형 백화점 스톡만.
크리스마스 이후 이달 초까지 계속된 세일이 끝나 고가의 신상품이 입점된 데다 경기가 급속도로 악화하면서 평일 오후 넓은 스톡만 매장에서 물건을 사려는 사람을 찾아보기는 매우 어려웠다.
남성의류 매장의 점원 다세 스탈라냐(23.여)씨는 "손님이 크게 줄어서 걱정"이라고 한탄하면서도 "하지만 경기가 안 좋기 때문에 국민이 상황에 적응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스탈라냐씨는 "나부터도 지출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라트비아 사람들은 원래 상황에 적응하고 이겨내는데 강하다"라고 강조했다.
현실이 쓰라리기는 하지만 좌절과 비관 속에 위기 앞에 무릎을 꿇으려 하지 않는 라트비아 국민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한 마디였다.
실제 라트비아는 작년 말 국제통화기금(IMF)과 EU 집행위원회 등으로부터 75억유로의 구제금융을 지원받기로 하면서 그 조건으로 재정지출 축소 등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미 공무원 급여가 25% 삭감됐으며 기업과 근로자들도 임금 삭감 등 비용 절감에 동참, 고통을 나누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라트비아 최대 은행인 SEB(스웨덴계 금융그룹) 라트비아의 안드리스 빌크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모든 경제주체가 앞으로 1~2년간은 고통을 감내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새로운 재화, 서비스, 일자리를 창출할 것인지 고민하고 실행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라트비아 국민의 희망을 뒷받침하는 긍정적 '신호'도 없지 않다.
25일에는 EU 집행위가 약속했던 31억유로의 구제금융 지원금 가운데 1차분 10억유로를 라트비아 정부에 송금했고 외국인직접투자(FDI) '탈출 러시'도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또 24일 EU 통계기관인 유로스타트(Eurostat)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12월 라트비아의 제조업 신규주문 지수는 전월대비 5.8% 증가, EU 평균인 5.3%를 웃돌며 27개국 가운데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이르면 내년, 늦어도 2011년에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가입기준을 충족, 2012년에는 유로존에 가입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물론 위기극복이 의지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며 소규모 개방경제인 라트비아 경제에 영향력이 큰 외부요인이 급속하게 악화하는 지금이 상황은 언제든 희망의 '불씨'를 꺼뜨릴 수 있어 불안한 외줄타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라트비아>
"희망은 있다"..재기 노리는 라트비아
입력 2009-02-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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