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지: 경북 김천, 충북 영동 황악산 (1천111)
■ 산행일시: 2009년 2월 22일(일)
■ 산악회: 부천 산노을 산악회(87명)

천년고찰 직지사 품은 황학산, 황악산(?)

"학이 찾아들던 산이어서 황학산으로 불렸으나 천년고찰 직지사 현판이나 택리지(擇里志) 기록에는 황악산으로 표기돼 있답니다." 김규열(45) 등반대장의 설명을 듣고 바라본 차창밖엔 모처럼 단비가 흩뿌리며 대지를 적시고 먼 산 자락에 쌓인 눈길을 갈망하게 만든다. 그 시선이 머문자리 하늘가에 황악산이 있었다. 이윽고 해발 357m의 괘방령에 내려선 회원들이 산행을 준비한다. 우리나라 고속도로 고개 가운데 가장 낮은 추풍령(221m)에 인근한 황악산은 그 너른 품에 천년고찰 직지사를 안고 있다. 직지사는 신라 눌지왕 2년 (419년)에 아도화상(阿道和尙)이 선산의 도리사(挑李寺)와 함께 개창(開創)하였다고 전하며 절 이름이 직지(直指)라 한 까닭은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指人心 見性成佛)이라는 불교 선종(禪宗)의 가르침에서 유래하였다 한다. 또한 황악산의 '황'자는 흑, 청, 황, 적, 백의 5색에서 중앙색을 상징하며 남한내 백두대간의 중심으로 황악산이 품은 직지사도 해동(海東)의 중심부에 자리한 으뜸가는 가람이라하여 동국제일가람(東國第一伽藍)이라 일컬어지고 있다.

황악산이 품은 또 다른 것으로 능여, 내원, 운수라는 이름을 가진 세 개의 계곡이 멋들어진 정취를 더해주지만 가장 아름답다는 능여계곡은 수질보전 차원에서 입산금지 구역으로 통제중이다.

 
 
충북과 경북의 경계 괘방령에서 백두대간을 따라 오르다


괘방령은 국가기관에서 역참을 두어 이용하던 추풍령과 나란히 영남, 호서, 한성을 잇는 길로 주로 과거시험을 위한 선비들과 장사꾼들이 이용하던 곳이다. 또한 북쪽으로 흐르면 '금강'이 되고 남쪽으로 흐르면 '낙동강'이 되는 분수령이기도 하여 군사적으로도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괘방령에는 어느새 빗줄기가 눈으로 바뀌어 떨어지고 있었다. 입산금지구간을 지나기 위해 김 대장이 영동군에 미리 연락해둬 산불감시원이 나와서 산행을 지도 감독했다. 후미와 간격을 조율하기 위해 김 대장이 멈칫거리며 "경사가 심한 구간이 나오니까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하시고 천천히 따라오세요"라며 충분한 여유를 갖고 오른다.

목장지대를 지나면서 나타난 가파른 길을 지나 30여분을 더 오르자 능선길이 열리고 고도계를 보니 625m 봉으로 확인된다. 이어지는 고만고만한 산등성이를 타고 오르내리며 조금씩 고도를 높여 나가자 여시골산을 지나 운수봉에 오르는 사이 눈과 비가 혼재돼 떨어지고 있다. "올해 겨울산행에서 눈 구경하기 힘들었는데 그나마 이 정도에 위안을 삼아야 할 것 같네요. 그리고 올겨울 마지막 눈산행이 되지 않을는지요"라는 이중형(49)회원의 말대로 지독히도 긴 가뭄이었다. "이렇게 눈을 맞으며 걷다보면 잔칫집 만난 각설이가 안 부러워요"라고 말하며 웃는 황미숙(51·여)회원의 말에 한참을 웃다 보니 황악산 정상 부근의 특징인 갈대밭이 눈에 들어온다.

한폭의 동양화 연상케 하는 황악의 물안개

조금씩 빗줄기가 잦아 들기에 남동쪽 능여계곡과 신선봉을 바라보니 첩첩이둘러싼 산 능선마다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다. 괘방령에서 3시간여를 오른 그 끝에서 보여주는 황악산만의 자태를 한껏 뽐내기라도 하듯 안개가 군무를 추며 피어올라 졸지에 얼이 빠져 발을 떼지 못한다. "능여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은 상당히 가파르고 위험하니 절대 가지마세요"라는 원희옥(41) 후미등반대장의 일침에 그제야 정신을 다잡는다. 어느새 바람재로 향하는 백두대간 길을 버리고 능선 좌측 신선봉으로 방향을 바꾸자 선두에 있던 김 대장이 애초 하산길로 잡았던 문바위골 계곡도 통제구역이라며 망월봉 직전에서 내려서자며 앞서 나간다.

망월봉을 앞둔 안부에서 비로소 능선길에서 벗어나 계곡 하산길로 접어들자 고요한 적막을 깨뜨리며 들리는 물소리가 정겹게 들려온다. 곧이어 만나는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오다 내원교에 이르러 아이젠을 벗어드니 발놀림이 한결 가볍다. 주차장으로 향하면서 직지사 경내를 분주히 오가는 행자들의 발소리에 잠시 멈추어 주변을 돌아보니 고즈넉한 산자락에 어울리지 않는 대형 건축물들이 보인다. 대단한 불사(佛事)를 한 모양이다. "황악산 일대에 친환경 생태관광 파크를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조성한다는 발표가 얼마 전에 있었죠. 무엇을 어떻게 지을것인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한 번 훼손된 자연은 복구가 힘들다는 점은 꼭 기억해줬으면 좋겠어요." 산악인 엄홍길씨를 후원하고 있다는 김달식(62) 고문의 말에 필자가 몇 년 전에 다녀갔던 황악산과 직지사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보니 참으로 많이 변해있다. 이곳을 다시 찾을 때면 개발이란 미명하에 또 얼마나 많이 변해있을지 쓴웃음만 나온다. 누군가의 업적으로 남을 현상과 형식에 얽매여 집착하는 우리네 삶과 다르지 않은 종교인들의 모습에 단하천연 스님이 불상(佛像)을 아궁이에 밀어 넣으며 던진 단하소불(丹霞燒佛)이란 화두(話頭)가 남아 있기나 한지 궁금해진다.

※ 산행 안내

■ 등산로

·직지사-운수암-백운봉-황악산-신선봉-내원교-직지사 (5시간30분)

·괘방령-여시골산-운수봉-황악산-신선봉-내원교-직지사 (6시간30분)

■ 교통

자가용: 경부고속도로 김천IC-추풍령 방면 4번 국도-977번 지방도-향천리-직지사

대중교통: 경부선(기차) - 김천역 - 역앞 버스정류장 (직지사행 버스 수시운행)-직지사

※ 부천 산노을산악회

1999년 전문등반가들을 주축으로 시작돼 일반 산행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 대한산악연맹 공인 2급 등산가이드 자격증을 가진 2명의 가이드가 선·후미 등반대장을 맡고 있는 순수한 비영리 동호회다.

부천지역 1천여명의 회원들이 활동중이며 소규모 그룹 전문등반도 하고 있다. 특히 사진을 취미로 하는 회원들이 많아 열정적이다.

부천뿐 아니라 인근지역 동호인들도 많이 참여할 만큼 인지도도 높고 안전한 산행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산악회로 초보자도 친절히 안내를 해준다.

회장 신연호 011-331-1018 총무 조성애 010-6231-2649

/송수복객원기자 gosu884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