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도 일부 구간만 개방한 상태라 결국 제천시 백운면에 위치한 삼봉산에 찾아들게 되었다. 덕동계곡을 끼고 있는 삼봉산은 백운산을 모산으로 하여 주변으로 구학산, 주론산 등이 있다. 백운산에서 뻗어나온 산줄기가 십자봉을 지나 삼봉산을 세운 뒤 화당리 방향에서 야트막한 언덕으로 가라앉았다. 지형적인 특성 때문인지 약 60여년 전까지만 해도 많은 호랑이들이 서식했던 곳으로 대호지 마을 일원 너럭골 부근에 호식총(虎食塚)이 있었다 한다. 호식총은 호랑이에게 변을 당한 사람의 유골을 수습해 그 자리에서 화장을 한 후 무덤을 만들었던 것으로 산간지방에서 흔하게 볼 수 있던 양식. 무덤에 시루를 뒤집어 씌우고 시루 구멍에 부엌칼을 꽂아둬 원귀가 나오지 못하게 했다한다. 호식총 양식은 강원도 태백, 삼척, 정선군에서 볼 수 있는데 제천시 인근에선 이 일대가 유일하다. 하지만 현재 호식총은 볼 수 없고 돌무덤의 흔적만 남아 있을 뿐이다.
■ 버려진 양심으로 신음하는 계곡
402번 지방국도에서 대호지 마을 방향으로 좌회전하자마자 삼봉산 등산 안내판이 보인다. 조금 더 직진하면서 만나는 화당교를 건너면 좌우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오고 오른편의 민가와 창고 사이의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걷는다. 바로 보이는 지능선으로 올라붙어도 삼봉산과 연결되지만 약수동 계곡이 여름철에 볼만하다해 계곡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곳이 바로 꽃댕이라는 옛지명을 가진 화당리 마을. 예전 꽃들이 만발한 작은 연못이 많은 데서 연유한 것이라고 한다. 한가롭고 여유롭게 길을 걷다 과수원 사이의 계곡길로 접어들어 산으로 진입했다. 손때 묻지 않은 계곡을 기대했는데 이와 달리 얼마 되지 않은 물이 흐르는 그곳에는 타이어와 과수원에서 버린 농약병과 헌 비닐 등이 심심찮게 보여 실망하고 말았다. 계곡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아 아마도 다시 삼봉산을 찾게 된다면 화당리 마을 뒷산으로 오르는 길을 택할 것 같다. 완만하게 오르던 길이 급경사로 바뀌면서 발목을 덮는 낙엽에 미끄러지며 올라서니 등산로 주변으로 각종 버섯들이 눈에 많이 띈다. 능선에 올라 고도계를 보니 724m의 전위봉쯤 되는 듯하다.
■ 작지만 옹골찬 맛의 산행지
능선에 서서 바람맞이를 하고 앉았다. 코르크 마개의 원료로 쓰인다는 굴피나무도 어루만져 보고 햇살과 바람이 조화를 이루는 곳에 자릴잡아 여유롭게 후미를 기다리고 있으려니 어느새 산행이 90분 가량 소요됐다. 생각보다 시간이 꽤 걸리는 코스다. 이후 삼봉산까지는 밋밋한 육산에서 암릉으로 이어지는 듯 잦은 바위지대를 만나게 되지만 녹음이 무성한 계절에 오면 주변을 볼 수 있는 조망터가 단 한 곳도 없을 정도로 나무가 빼곡하다.
비로소 두어 시간만에 선 삼봉산의 정상은 열명 남짓 서있기도 불편할 정도로 비좁다. 북쪽으로 눈을 돌려 멀리 바라보면 치악산 비로봉이 보이고 바로 앞의 백운산까지 이어지는 능선을 볼 수 있다.
■ 등산로
화당리 약수동계곡~724봉~삼봉산~828봉~870봉~임도~대호지 (5시간30분)
화당리 마을 뒤편~삼봉산~대호지~주막거리 (4시간)
■ 교통
자가용: 영동고속도로~중부고속도로 충주방면~감곡IC~앙성방면~봉양방면~화당리
대중교통: 제천시~덕동행 (1일 3회운행) 제천교통 (043-643-8601)
■ 산행가능한 제천지역의 산
동산 : 금성면 성내리 ~ 동산
금수산 : 수산면 상천리 ~ 용담폭포
용두산 : 송학면 도화리 용담사 ~ 용두산
까치봉 : 의림지 솔밭공원 ~ 까치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