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파타야=연합뉴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의장국인 태국 주최로 휴양도시 파타야에서 열리던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가 반정부 시위대의 회의장 난입으로 개막 하루만인 11일 모두 무산됐다.

   '아세안+3(한ㆍ중ㆍ일) 정상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일정은 무기한 연기됐으며 태국을 제외한 아시아 15개국 정상은 이날 오후에 전원 태국을 떠났다.

   아피싯 웨차치와 태국 총리는 반정부 시위대의 회의장 난입 직후 파타야 및 인근 촌부리주(州)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아피싯 총리는 TV연설에서 "정상들이 안전하게 귀국하도록 치안을 제공하는게 저와 정부의 임무"라며 "극도로 심각한 상황에서 정부는 상황의 수습을 위해 파타야와 촌부리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태국 정부 대변인은 정상회의가 열리기에는 상황이 "너무 폭력적"이라면서 비상사태 선포의 취지는 정상들의 신변에 안전을 보장하고, 파타야 일원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니탄 와타나야곤 정부 대변인도 "정상들의 안전을 위해 회의가 연기돼야 한다는데 아세안 정상들간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정상회의가 2-3개월 연기될 것으로 보도했다.

   비상사태를 선포한 정부는 이어 헬기를 동원해 일부 정상을 호텔에서 인근 군 비행장으로 이동시켰다.

   반정부 시위 사태가 수습 국면에 들어서자 파니탄 대변인은 "아피싯 총리는 시위대의 의회해산-조기총선 요구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수텝 타욱수반 안보담당 수석 부총리는 곧 파타야 일대에 내려졌던 비상사태를 해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12일 아세안-유엔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웃국인 라오스에서 낸 성명에서 "아세안 및 관련 정상회의들이 연기되고 이에따라 저의 참석도 미뤄져 매우 유감"이라며 태국이 조속히 정상을 되찾고 대화와 평화적 방식으로 이견이 해소되기를 희망했다.

   앞서 파타야로 집결했던 반정부 시위대 가운데 1천여명은 이날 오후 1시(현지시간)께 정상회의장인 로열클리프 호텔 안으로 난입했다.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지지단체인 '독재저항 민주주의 연합전선'(UDD)가 이끄는 붉은 티셔츠 차림의 시위대는 경찰 경계선을 돌파, 호텔의 유리문을 깨고 정상회의장 미디어센터로 들어갔다. 이들은 이어 금속탐지기를 넘어뜨리고, 탁자 등 기물을 파손했으며 이 과정에서 일부 시위대가 경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태국 국기를 흔들면서 "아피싯은 퇴진하라"는 구호를 외치는가 하면 현 아세안 의장인 그를 찾아내겠다며 회의장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현장에는 경찰이 있었으나 시위대의 돌진을 저지하지 못했다.

   시위대는 그러나 아세안 회의 취소가 발표되자 '승리'를 선언하면서 별다른 충돌없이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현지 언론은 이번 주말에 이어 태국 최대 신년 축제인 송끌란 연휴 기간(13~15일)이 이어지기 때문에 반정부 시위는 한풀 기가 꺾일 것으로 전망했다.

   태국 정부는 11일 한ㆍ중ㆍ일 3개 대화 상대국이 참여하는 '아세안+3 정상회의', 12일에는 인도, 호주, 뉴질랜드까지 16개국 정상이 모두 참여하는 EAS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아세안 정상회의 취소 결정으로 지난해 12월 집권한 아피싯 총리 정부는 출범 4개월만에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태국에서는 지난 15개월간 4명의 총리가 거쳐갔지만 모두 정국 정상화에 실패한데 이어 또다시 정국 혼란의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