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촌의 아파트 숲을 헤매다가 초원부영3차아파트단지에 천막이 늘어선 모습이 보이기에 그곳으로 가보았다. 금요일마다 서는, 규모가 꽤 큰 아파트 알뜰시장이었다. 아파트 알뜰시장은 매주 정해진 요일에 개설

이 아파트의 알뜰시장에서는 단지 안쪽을 향해서 뻥튀기·이불·과일·옥수수빵·보석·상·분식·어물·채소·잡화·도넛·젓갈·액세서리·화훼를 파는 천막과 좌판이 양쪽으로 늘어서 있었고, 그 사이에 학습지 판매사원도 자리잡고 있었다. 적지않은 주민이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는 모습이 보였는데, 중간쯤 자리 잡은 떡볶이와 어묵을 파는 천막에 손님이 가장 많았다.

그에 비해서 다른 품목에는 손님이 가물에 콩나듯 했다. 그중 머리띠와 핀 등의 액세서리를 파는 점포에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상인이 앉아있기에 말을 걸어 보았다. 이름은 윤종갑. 거주지는 안양인 그 상인은 도넛과 꽈배기를 만들어 파는데, 액세서리 주인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장사도 봐줄 겸 쉴 겸해서 앉 아있다고 했다. 그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아파트들을 옮겨가며 장사를 한다. 월요일에는 의왕, 화요일에는 수원, 목요일에는 인천, 금요일에는 안양, 토요일에는 의왕에 있는 아파트단지에서 장사를 하고 수요일에는 장소를 정하지 않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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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촌 문화의거리 상징조형물. |
지금부터 20여년 전,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난 해결을 위해 대규모 주택 건설 사업이 추진됐다. '주택 200만호 건설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된 이 사업의 결과, 다섯 곳에 신도시가 건설됐다. 분당·일산·산본·중동 신도시, 그리고 이번 회에서 다루는 평촌 신도시가 그 곳이다.

평촌은 1기 수도권 신도시 중 네 번째 규모인 510.6㏊ 면적으로 조성됐다. 그런데 신도시 조성 전에는 이곳이 작은 동산 하나 없이 농경지로 가득한 벌판이었고, 그 가운데에 마을만이 하나 있었다. 그 마을의 이름은 '벌말'이었다. 벌말이란 산이 없는 허허벌판에 자리잡은 마을이라는 뜻인데, 신도시 건설 초기에 벌말이라는 이름이 어감상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로 한자어 '평촌(坪村)'으로 대신하게 되었다고 한다.
# 신도시에 부는 리모델링 바람
평촌 신도시 이곳저곳을 다니다보면 아파트 벽면에 큰 현수막이 걸린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건설업체나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에서 내건 현수막이 대부분인데, 거기에는 '리모델링 시공사 선정' 혹은 '○○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2~3년 전부터 서서히 불던 리모델링 바람이 한껏 거세진 모양이다. 이러한 현상은 나머지 신도시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현행법으로 아파트 준공 후 15년이 경과하면 증축과 리모델링이 가능하다. 1기 수도권 신도시 다섯 곳에 있는 대부분의 아파트는 1990년대 초반에 완공됐다. 그때부터 15년의 시간이 흘렀으니 현행법에 따라 아파트 리모델링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과 열기가 고조되는 실정인데, 이제는 이들 도시에 신도시라는 수식어를 붙이기가 무색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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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의천 징검다리. |
아파트 알뜰시장을 돌아본 후에 평촌 주민들의 휴식처로 사랑받는 중앙공원을 거쳐 문화의거리로 가보았다. 문화의거리에 문화예술은 없고 음주문화만 넘쳐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는데, 이곳 역시 예외는 아닌 듯했다. 이름이 무색할 만큼 온갖 음식점과 술집, 그리고 유흥업소가 가득했다. '문화의거리에 언제쯤 문화예술이 넘쳐날까?'하는 생각을 하며 안양천과 만나는 학의천변으로 가 보았다. 인근의 과천시가 관악산과 청계산, 군포시의 산본 신도시가 수리산 품에 안긴 것과 달리 평촌은 벌판 위에 건설됨으로써 환경이 좋다는 평가를 듣지는 못한다. 그래도 신도시 외곽을 감싸 돌며 안양천에 합류하는 학의천이 평촌의 주거환경을 돋보이게 해주고 있어 다행이다. 학의천과 안양천은 수년 전만 해도 오염된 하천의 대명사처럼 여겨졌으나 지속적인 노력의 결과, 이제는 생태하천 복원의 성공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사진/조형기 편집위원 hyungphot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