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했을뿐인데 이렇게 큰 상까지 받게 돼 영광입니다." 과학의 날을 맞아 과학기술훈장 1등급인 창조장을 받은 가천길재단 이길여 회장. 이 회장은 인류를 질병에서 해방시키겠다는 한가지 일념으로 평생을 살아왔다. 이 회장의 이같은 신념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초의과학연구를 할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인재양성이 인술'이라고 확신을 갖고 있는 이 회장은 "질병을 정복할 수 있는 것은 그 어떤 것도 할수 없고 오직 인간만이 가능하다"고 강조하고 "그것을 한국인의 힘으로 이루고 싶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또 후학을 양성하고 외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출신의 세계적인 과학자들을 스카우트해 기초의과학 연구의 초석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석학들로 구성된 최고의 연구진과 최신의 장비를 갖춘 연구소를 통해 불치병으로 알려진 암과 당뇨를 정복하는 것이 이 회장의 꿈이라고 말한다.

이 회장은 이같은 꿈이 서서히 열매를 맺어가고 있다고 자신했다.

이 회장은 2004년 설립한 뇌과학연구소와 이길여 암·당뇨연구원(2007년 설립)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만큼 머지않은 장래에 불치병을 정복할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이 회장은 목표를 이루기 위한 열정이 대단했다고 회고했다. 2005년 10월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일하던 김성진 박사를 설득하는 과정을 설명했다. 김 박사는 당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SCI)' 논문만 192편을 발표한 암성장 억제 단백질 연구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였다. NIH에서 종신 연구직까지 보장받은 상태였다.

이 회장은 김 박사에게 백지수표 한장을 내밀었다고 한다. "원하시는 연구조건은 다 들어드리겠습니다. 세계적인 암·당뇨연구를 우리나라에서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회장의 열정적인 설득에 김 박사는 한국행을 결심했다고 한다. 김 박사는 "남은 생을 조국에 기여하기 위해 귀국을 결심했다"며 "이길여 회장님에 대한 확신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한다.

이 회장이 김 박사에게 '백지수표'는 연봉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길여암·당뇨연구원의 연구시스템 구축부터 연구원 스카우트까지 전권을 위임한다는 뜻이었다고 밝혔다.

김 박사는 이후 미국 시카고 프랭클린의대 전희숙(당뇨연구) 교수, 하버드대 김영범(비만 전문) 교수, 플로리다주립대 오석(유전성 출혈 연구) 교수, 미국 예일대 최철수(당뇨 전문) 교수 등 암·당뇨연구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학자들을 연구원에 대거 합류시켰다. 일본 쓰쿠바대 마무라 미즈코 교수 등 일본인 2명도 포함됐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세계최고 수준의 뇌 과학연구소와 암·당뇨 연구원이다.

암·당뇨연구원 설립은 이 분야의 세계적 석학 22명이 인천에 둥지를 틀게 된 것으로, 국가적으로도 해외 석학들의 '귀거래'라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회장은 "인재 양성이 곧 인술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며 "평생의 꿈인 인재양성을 위해 경원대학교를 인수하는 등 교육에 관심을 기울여온 것도 이러한 신념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과학·교육계와 사회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1천800억원대의 재원이 투자된 세계적 수준의 기초의과학연구는 규모나 내용면에서 국가 차원에서나 가능한 일인데, 일개 개인이 국가산업과 과학발전을 위한 일념으로 그것을 완성케 한 것이 첫 번째 업적이다. 두 번째는 의사로서 인류를 질병으로부터 해방시키고자 노력했고, 교육자로서 기초의과학 분야의 학문 증진에 기여했다는 점이다.

이 회장은 가천의대길병원과 가천의과학대학교, 경원대학교 등이 소속된 '가천길재단'의 설립자로 약 1천800억원을 투자, 가천의과학대학교 산하에 세계 최고 수준의 뇌(腦)과학연구소와 이길여암·당뇨연구원뿐만 아니라 경원대학교에는 가천바이오나노연구원을 설립, 바이오나노메디컬 연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 회장은 "외국에 있는 우수한 인재 중에서 세계적인 과학자로 성장한 사람들이 꽤 많다. 이제 그들을 모셔와야 한다는게 내 생각이다"며 "당장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