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백·힘 없는 자들의 물러설 수 없는 마지막 승부'.

베이징올림픽 우승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준우승을 일궈내며 국민 스포츠로 각광받고 있는 야구가 TV드라마로 시청자와 만난다. 이현세 원작의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이 20부작 드라마 '2009외인구단'(연출·송창수, 극본·황미나)으로 부활, 오는 5월 2일 오후 10시40분 첫 방영되는 것. 27일 인천 송도컨벤시아. 드라마의 연출을 맡은 송창수 감독과 윤태영(오혜성)·김민정(최엄지)·박성민(마동탁)·송아영(최현지) 등은 TV 방영에 앞서 마련된 '2009 외인구단'의 제작 발표회장에 함께 자리했다. 이들은 2008년 6월 크랭크인, 지난 1년간 캐릭터로 완벽하게 변신한 이야기 등을 들려줬다.


■ 4인4색 매력속으로

오혜성은 훤칠한 키에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을 가진 타고난 천재 괴물 투수다. 유일한 친구인 엄지를 만나 야구를 알게 된 혜성의 마음에는 어느덧 '엄지=야구'라는 거대한 삶의 목표를 갖게 된다. 하지만 가난한 현실과 칠성의 복수, 그리고 연적 마동탁과의 승부 등 다소 벅찬 상황에 직면하면서 위기를 맞는다. 하지만 천부적인 운동신경과 피나는 노력 끝에 인정을 받게 된다. 윤태영은 원작 만화가 이미 폭넓은 사랑을 받았던 부담감을 떨치기 위해 원작만화를 100번이나 읽으며 오혜성이 되기 위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최엄지는 모두에게 따돌림을 받던 문제아 오혜성이라는 남자의 인생을 바꾸고 그에게 있어 신과 같은 절대적인 사랑이 되어버린다. 어느덧 어른이 된 엄지는 집안의 가장을 자처할 정도로 당차고 거침없다. 집안의 대소사를 돌봐주던 동탁과 자연스레 연인 사이로 발전하게 되지만 너무나도 대조적인 집안 환경, 사회적 위치,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동탁의 구애를 거절한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나타난 혜성을 만나게 되면서 진정한 사랑을 배운다. 김민정은 원작만화 속 엄지와 잘 어울린다는 주위의 평가에 결코 만족하지 않고 엄지의 매력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마동탁은 지금껏 누구에게 머리 한번 굽혀본 적 없는 천재라 불리는 대한민국 최고의 타자다. 하지만 사랑만큼은 진정한 자신의 것이 될 수 없었다. 자신이 가진 전부를 이용해 엄지를 끌어당기지만 엄지는 끝까지 혜성만을 사랑한다. 강자이기에 고독해야만 했던 마동탁은 오혜성과 마지막 승부를 펼친다. 박성민은 검도 5단 유단자로서 다져진 운동 감각과 수개월 동안 합동훈련을 거쳐 원작 만화속 마동탁과 똑같이 닮은 모습을 선보일 준비를 마쳤다.

최현지는 초등학교때 멋진 왕자님처럼 나타나 자신을 구해준 오혜성을 남몰래 짝사랑했던 순수한 아이였다. 맑게 자란 현지는 자기가 짝사랑하던 혜성을 다시 만나게 되지만 혜성은 엄지만을 바라본다. 혜성에게 현지는 그저 귀여운 엄지의 동생일 뿐이다. 드라마로 옮겨지면서 각색의 주요 포인트가 됐던 인물이기도 하다. 앳된 여고생으로 분한 송아영은 청순한 외모와 탄탄한 연기력으로 '2009 외인구단'의 마스코트로 떠오르고 있다.


■ 인천이 드라마속으로

국내 최고 시설의 문학야구장은 드라마의 주요 촬영 장소 중 하나다. 야구장의 전경과 선수대기실, 감독실, 트레이닝장 등이 드라마속에 펼쳐진다. 송도국제도시의 웰카운티를 비롯해 주상복합건물과 동구 송현동의 주택 등은 드라마속 인물들의 거주지로 선을 보인다.

오혜성과 최엄지는 인천대공원과 월미공원, 수도국산 박물관 등에서 데이트를 즐기며, 마동탁의 해외진출 장면에선 인천국제공항이 주요 촬영장소로 이용된다.

오혜성이 훈련을 떠나면서 노을 속에서 나누는 최엄지와 이별은 인천의 해안가에서 촬영됐으며, 외인구단의 지옥훈련은 승봉도에서 이뤄졌다.

이 밖에 부상을 당한 오혜성이 재활을 하고, 엄지가 입원 치료받는 곳은 가천의대 길병원이다.

■ 송창수 감독의 연출속으로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은 1983년 만화로 출간돼 만화는 아이들의 전유물이라는 세간의 인식을 불식시켰다. 이후 1986년 영화로 제작된 '외인구단'(감독·이장호)은 당시 28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국내 영화론 드물게 흥행 1위를 기록했다.

1980년대 많은 사람들이 '공포의 외인구단'에 열광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2009 외인구단'의 송창수 감독은 이같이 진단한다.

실패한 외인구단 선수들에게서 사회의 낙오자같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지 않았을까.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다 가질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엘리트 마동탁과 그와 대조적으로 실패한 인생이라 볼 수 있는 낙오자 오혜성. 밑바닥을 전전하면서 사회의 주류로 대접받지 못하던 아웃사이더들의 '恨(한)'과 '성공'을 보여줌으로써 10%의 상류 사회에 포함되지 못하는 평범한 우리들에게 가슴 후련한 카타르시스를 주었던 것.

송 감독은 "직구가 됐건, 변화구가 됐건 '절망'을 '희망'으로 승부하는 사람들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대한민국 어디에선가 돈 없고, 백 없고, 힘 없는 자들을 위한 짜릿한 감동의 드라마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제작 의도를 설명했다.

※ 촬영현장 에너지충만 100점 만점에 98점
2009 외인구단 제작발표회 출연진 인터뷰

'100점 만점에 98점!'

27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2009 외인구단'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송창수 감독은 이날 제작발표회의 사회를 맡은 김완태 아나운서의 '드라마에 스스로 점수를 매긴다면 몇점을 주겠는가'라는 질문에 "배우와 스태프 등 촬영 내내 현장에 에너지가 넘쳐났다"며 만점에 근접한 '98점'을 부여했다.

그는 "작년에 캐스팅됐는데, 배우들이 처음부터 너무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송 감독은 "특히 윤태영씨가 몸을 사리지 않았다"며 "심지어 '우리는 야구선수가 아니고 배우야'라고 말할 정도였다. 야구에 대해서 완벽할 정도로 열심히 하더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개인적으로 열심히 하는 것을 못하게 할 수도 없고, 너무 열심히 해서 탈이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자연스레 김 아나운서의 질문은 윤태영에게 향했다.

김 아나운서는 항간에 알려진 지난 한 해동안 야구 연습으로 인해 갈아치운 아홉 켤레의 야구화와 20여벌의 트레이닝복에 대해 질문한 것.

윤태영은 "촬영이전부터 연습을 했고, 촬영시에도 1군과 2군을 오가야 했다. 대역없이 경기 장면을 소화했는지라, 야구화의 개수는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것 같다"며 "야구복은 슬라이딩 할때 구멍이 쉽게 나기 때문에 20여벌을 갈아입어야 했다"고 말했다.

특히 윤태영은 '2009 외인구단' 촬영 내내 분위기를 이끌었던 분위기 메이커였다.

박성민은 "혼신의 힘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태영이가 많이 다독거려줬다"며 "동생이지만 너무 고맙다"며 윤태영에게 그윽한 눈길을 보내 제작발표회장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송아영도 박성민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는 "신인 연기자로서 큰 역할을 맡아서 힘들었는데, 윤태영 선배가 마음편하게 촬영에 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함께 촬영이 많았던 김민정과 윤태영은 어땠을까?

김민정은 "태영 오빠와 함께 촬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걱정도 많이 했는데, 호흡이 잘 맞아서 기분좋게 촬영하고 있다"며 "까치와 엄지는 멜로라인도 있기 때문에 호흡이 좋은 만큼 시청자들께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성민 오빠와 함께하는 신을 촬영중인데, 이 부분도 잘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송 감독은 "원작 자체가 너무 유명하다. 원작이 갖고 있는 힘이 강렬하다. 처음엔 부담도 됐지만 원작의 힘을 최대한 살리려했다"며 "또한 20여년전 원작을 현재 시청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현실적인 캐릭터 만들기에 신경을 많이 썼다. 요즘과 같은 힘든 시기에 시청자들이 강렬한 자극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