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출범 100일을 앞두고 주요직 인사가 마무리된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와 백악관 요직 등에 한국계 인사들의 진출이 역대 어느 정부보다 크게 늘어났다.
이민 100년사를 넘긴 한인 사회가 미국의 주류 세력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이다.

   한인 2세들은 생업에만 매달려야 했던 조부모와 부모 세대와는 달리 미국에서 최고 엘리트 교육을 받으며 미국 주류 사회 진출의 꿈을 키워 왔고 미국에서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한 시대적 배경 등의 덕택으로 미국 사회에서의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미국내 한인 사회가 정치적 영향력이란 측면에서 여전히 소수계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인 2세들이 미국 행정부 등에서 두드러진 활약상을 보여 줌으로써 미국내 한인 사회의 미래를 준비하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오바마 행정부와 백악관 등에는 차관보급 3명을 비롯해 특별보좌관, 비서관, 연락담당관 등으로 지명되거나 발탁돼 일하고 있는 한인들이 모두 10여명에 이른다.

   미 행정부내 차관보급 인사 중에는 형제인 고경주ㆍ홍주 씨가 가장 눈에 띈다. 형제가 동시에 미 행정부 고위직인 차관보급에 기용되는 사례 자체가 드문 일인데다 이들의 업무 능력과 비전 등에 대한 미국내 평가가 매우 호의적이다.

   하버드대 공중보건대 부학장인 고경주(57ㆍ미국명 하워드 고) 박사는 보건부 보건담당 차관보에 지명됐다. 예일대 로스쿨 학장인 홍주(54ㆍ미국명 해럴드 고) 씨는 차관보급인 국무부 법률 고문에 내정됐다.

   고경주 박사는 예일대 의대를 졸업하고 공중보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보건담당 차관보는 백신과 에이즈 대책, 혈액 안전 등 보건 문제 전반에 관한 정책을 입안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와 질병통제센터 등을 관리하는 직책이다. 1997년부터 약 6년간 매사추세츠주 보건장관으로 일한 경력이 있는 고 박사는 오바마 주요 정책 중 하나인 의료보험 개혁 분야에서도 큰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고홍주 씨는 31세의 나이에 예일대 로스쿨 교수로 발탁됐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8년부터 약 3년 간 국무부 인권.노동 담당 차관보를 지냈고 당시 한인으로선 최고위 정부직에 올라 주목받기 시작했다.

   홍주 씨는 2000년 미국 언론이 `가장 영향력 있는 아시아계 미국인 100인'에 선정한 바 있다. 또 조지 부시 전임 행정부의 테러 용의자에 대한 가혹한 신문 행위와 구금 정책을 강력 비판해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국제법을 전공한 홍주 씨가 내정된 국무부 법률 고문은 국무부 장관을 보좌하며 미 헌법과 법률 해석에 깊이 관여할 수 있는 핵심 요직으로 꼽힌다.

   고 씨 형제의 부친은 장면 정권 당시 주미대사관 공사로 일하다 5.16 쿠데타 이후 미국으로 망명한 故 고광림 박사다. 모친은 전혜성 박사로 예일대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예일대 동암문화연구소 이사장에 재직중이다. 전혜성 박사의 자녀 6명은 모두 하버드와 예일대를 나오고 가족이 보유한 박사 학위가 11개로 알려져 있다.

   한인 2세인 리아 서(38) 씨는 윌리엄 플로라 휴렛재단 프로그램 오피서로 일하던 중 내무부 정책관리 및 예산 담당 차관보에 지명됐다. 환경 분야 프로그램에 정통한 리아 서는 미국 국립공원 전역에 대한 관리 업무를 맡게 된다.

   컬럼비아대에서 환경과학 및 교육학 등을 전공한 리아 서는 미 상원의원 입법담당 수석 보좌관으로 일한 경력이 있다. 서 씨의 부친은 서정하(77) 전 컬럼비아대 교수이다.

   20-30대의 젊은 나이에 오바마 대통령의 측근에서 일하게 된 한인들에 대한 기대감은 한층 커지고 있다.

   유진 강(24) 씨는 오바마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하는 백악관 특별보좌관 자리에 올랐다.

   지난해 미 대선 당시부터 오바마 측근 인사로 화제를 낳았으며 오바마의 휴가 기간에 함께 골프 라운딩을 하는 모습이 언론에 크게 보도돼 눈길을 끌었다.

   미시간주에서 태어난 강 씨는 미시간대에서 영어와 철학을 공부했다. 고교 시절 오바마 의원 사무실에서 인턴 생활을 했던 강 씨는 2006년 오바마가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서자 오바마의 스케줄을 관리하는 수행 비서 역할을 맡았다.

   정치에 특별한 관심을 보여 온 강 씨는 2005년 대학 재학 시절 시의원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경험이 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서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한 유일한 한국계 인사로 불린다.

   크리스토퍼 강(32ㆍ한국명 강진영) 씨는 백악관 특별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다. 강 씨는 과거 백악관 직속 장애인위원회에 일했던 강영우 박사의 둘째 아들이다. 그는 백악관 법률담당 수석 보좌관을 도와 의회법률 관계 분야를 맡고 있다. 강 씨는 1995년 시카고대를 졸업한뒤 오바마가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으로 일할 때부터 친분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는 한인 2세 렉슨 류(36) 씨가 발탁돼 이란 핵문제 등 안보 분야 전문가로서 활약하고 있다.

   한인 젊은 세대들의 잇단 약진과 더불어 오바마 행정부에서 한인 여성 파워도 거세다.

   지난 대선 당시 버지니아주에서 아태계 출신 주민들을 상대로 한 오바마 캠프 선거 운동에 적극 참여했던 베치 김(44) 변호사는 그 중 한 명이다. 캘리포니아주 포모나 칼리지에서 행정학을 공부하고 애리조나대 로스쿨을 나온 그는 현재 국방부 연락담당관으로 재직하고 있다.

   변호사 헬렌 H. 홍(31ㆍ한국명 홍혜련) 씨는 법무부에 일하다 오바마 취임 직후 백악관 법률 고문직으로 이동했다. 홍 씨는 캘리포니아주 UC버클리대에서 정치학 등을 전공했으며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왔다.

   백악관 람 이매뉴얼 비서실장의 직속 부서에서는 에나 김(25ㆍ한국명 김소연) 씨가 일하고 있다. 노스웨스턴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에나 김은 오바마 행정부 정책의 산실로 꼽히는 미국진보센터(CAP)에서 2년간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에나 김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주요 서류 및 문서 작성,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맡고 있다.

   조지 부시 전임 행정부때 발탁된 수미 테리(37ㆍ한국명 김수미) 씨는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한국ㆍ일본ㆍ오세아니아 담당 국장으로 계속 일하고 있다. 테리 국장은 초등학교때 미국에 와 뉴욕대를 졸업하고 터프츠대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