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가 최근 '탄천 클린'을 슬로건으로 대대적인 탄천 되살리기에 나서면서 수도권 남부지역의 젖줄인 탄천의 신탄생이 주목 받고 있다. 서울의 대표적 명소로 탈바꿈한 청계천의 재생을 능가하는 야심찬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성남시민들의 추억 되살리기를 넘어 시민들과 함께 숨쉬는 여가공간, 최고의 관광코스로의 탄천을 꿈꾸고 있다. ┃편집자주
■ 시름하는 탄천
탄천은 지난 1989년 정부의 분당신도시 건설과 1990년대 말부터 이어진 용인지역 난개발에 직격탄을 맞으며 회생불능의 깊은 병을 앓게 된다. 생활하수와 분당 주변 상가, 일부 아파트에서의 오수가 유입돼 수질이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자연정화 기능을 상실하게 됐기 때문.
조성준 한국 도시계획기술사회 부장은 "분당신도시 건설 당시 구불구불한 탄천을 재해예방과 도시기능의 효율성을 꾀한다며 일자형 구조로 만들면서 건천화를 불러 하천의 자정 정화기능을 떨어뜨리고 오염의 주된 원인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주변이 도시화하면서 비점오염원(도시 노면 배수나 농경지 배수와 같이 광범위한 배출경로를 갖는 오염원)의 증가도 탄천 오염에 한 몫을 했다"고 덧붙였다.
한번 오염이 시작된 탄천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못했다. 지난 2002년 성남시가 측정한 자료에 따르면, 탄천 지역의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은 1ℓ당 24.4㎎으로, 동식물이 거의 살 수 없을 정도로 환경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 세계 최고의 하천을 만들자
지난 1일 오전 8시 송영건 부시장과 3명의 구청장 등 성남시 4급 이상 고위공무원들이 탄천 지류인 동막천에 모였다. 시가 추진하는 '탄천 클린'프로젝트의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탄천을 직접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동막천을 비롯, 율동공원과 중앙공원을 관류하는 분당천, 판교택지개발지구를 흐르는 운중천, 금토천, 야탑천, 여수천, 상적천 등 성남시를 관통하는 탄천 15.85㎞를 장장 6시간 30분 동안 걸으면서 탄천의 문제점을 살펴봤다. 송 부시장은 "탄천은 청계천보다 더 좋은 자원으로,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시민들의 사랑을 받을지, 외면을 받을지가 결정된다"며 "이번 기회에 탄천에 다양한 정비사업을 벌여 청계천을 능가하는 세계 최고의 하천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 '탄천 신탄생 운동'
시의 탄천 살리기 운동은 사실 지난 2002년부터 시작됐다. 그해 2월 추진된 '지천 자연형 하천정비사업'에 이어 2003년 12월 '탄천 친환경적 하상정비사업'을 단계적으로 실시하면서 탄천은 새로운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또 탄천기본종합계획을 수립, 자연형 하천으로 변신을 시도하는 등 시의 탄천살리기 운동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들은 죽었던 탄천을 겨우 살려내는 데 성공한 수준, 시가 최근 추진하고 있는 신탄생 운동은 되살아난 탄천을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고의 여가, 관광 명소로 만들겠다는 프로젝트다.
시는 먼저 탄천 수질을 최소 2급수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수 십년간 하상에 쌓여 썩은 퇴적물을 단계적 준설로 제거하고, 하상 곳곳에 인공섬과 모래톱, 돌무더기를 설치해 새들의 쉼터로 만든다는 복안이다. 또 하천 직접 정화 시설을 상류, 중류, 하류에 설치, 3~5급수인 수질을 2급수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탄천은 유량 변화가 심한 건수천으로서 갈수기엔 수량이 절대적으로 모자라고, 집중 호우시에는 일시에 한강을 통해 서해로 빠지는 구조를 지니고 있어 생태 보전을 위해서는 매일 15만t 이상의 물이 흐르는 친수 환경이 필요하다. 시는 이에따라 향후 부족한 수량을 구미동 오리근린공원 2만t, 봉우재 공원 3만t, 주택전시관 1만t, 금곡공원 8천t, 백현 유원지 4만t, 중앙공원 4만t, 모란대형주차장 14만t, 둔전교 군부대 부지 9만t 등 모두 37만8천t의 대형 지하물 저장고를 건립할 예정이다. 또 하수종말처리장 처리수 14만t과 기존 하천수 8만t 등 전체 59만8천t을 확보함으로써 안정적인 유수량 확보로 건천화 방지에 나설 계획이다.
'검은 물' 탄천이 숯으로 정화시킨 맑은 물로 되살아나 수도권 최고의 명소로 자리잡게 될 날이 그리 멀지만은 않은 것이다.
■ "청계천 능가하는 세계최고의 하천 만들것"
"탄천을 청계천의 명성을 뛰어넘는 세계 최고의 하천으로 만들겠습니다." 이대엽 성남시장은 '탄천 신탄생 운동'을 통해 탄천을 성남시민뿐 아니라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탄천 신탄생운동을 추진하고 있는데.
"중·장기 계획에 따라 단계적 사업이 요구되지만 우선 올 6월부터 12월까지 7개월간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철새가 날아들고 각종 물고기가 뛰노는 대한민국 대표 하천으로 거듭나게 하겠다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표점이다. 청계천을 능가하는 시민 여가공간, 관광명소를 기대해도 좋다."
-시민들의 탄천에 대한 평가가 '편의시설 등의 부족으로 불편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는데.
"많은 시민들이 그늘이 없고 쉼터 공간이 부족하다는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제방 위에 심어져 있는 나무 사잇길 일부를 '미니 숲길'로 만들어 하천의 여유 공간을 확보하고,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 불편도 해소할 계획이다. 응급상황 발생과 장마철 재난에 대비해 '탄천응급센터'도 설치할 예정이다.
이 시장은 "우리민족은 오래전부터 하천 주변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등 물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며 "모든 일정을 차질없이 추진해 탄천에서 다시 멱 감는 날이 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시민들의 격려를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