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와 신라, 고구려가 한반도에서 각축을 벌이던 시대를 보편적으로 삼국시대라고 한다. 그러나 역사 연표를 보면 '삼국시대'라는 시대명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바로 500여 년 동안 경남 일대에 가야라는 국가가 존재했었기 때문이다. 역사책에 존재하지만 삼국에는 끼지 못했던 가야. 그러나 바닷길을 따라 철을 중심으로 한 무역으로 주변 국가에 많은 영향을 끼쳤던 가야. 후기 가야의 수도로 알려진 고령을 통해 잊혀진 왕국 '가야'의 비밀을 찾아가 본다.
■ 잊혀진 왕국 대가야의 수도 '고령'
이중 김해지역에 위치했던 금관가야는 초기 가야 세력을 이끈 왕국으로 알려져 있으며 고령지역에 위치했던 대가야는 5세기 이후 가야 연맹의 중심이 되었다. 금관가야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진 대가야는 상당한 세력을 유지했던 것으로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가야 세력의 중심으로 우뚝 섰던 5세기 대가야는 백제와 신라가 한강 유역을 고구려로부터 빼앗아 낼때 함께 전쟁에 참전해 공을 세웠고, 신라를 견제할 수 있을 정도의 군사력을 유지했다.
또한 지산동 고분군과 같은 독립적인 매장 문화에서 볼 수 있듯 한반도에서 강력한 왕권을 바탕으로 경쟁을 벌이던 백제, 신라와는 다른 독창적인 문화를 창출해 냈다.
특히 가야금을 제작한 우륵이 대가야 출신이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음악에도 조예가 깊은 사람들이 대가야 사람들이었다.
■ 고령에서 찾을 수 있는 대가야의 흔적
금관가야가 신라에 흡수돼 삼국통일에 크게 공헌한 것과 달리 대가야는 자주적인 국가관을 바탕으로 끝까지 가야라는 이름으로 신라와 갈등을 빚었다. 이런 이유에서일까? 역사에는 승자의 편에선 금관가야의 흔적은 쉽게 찾을 수 있지만 대가야의 흔적은 찾기가 쉽지 않다.
책 속에서는 찾기 힘든 흔적이지만 고령에서는 대가야의 독창적인 문화를 찾을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대가야박물관이 그곳이다.
대가야왕릉전시관과 대가야박물관으로 구성되어 있는 대가야박물관에서는 고령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특히 대가야박물관의 어린이 전시실은 다양한 체험거리가 있어 전국에서 손꼽히는 체험식 박물관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대가야박물관 주변에 있는 지산동 고분군과 주산성도 대가야인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 시원한 계곡과 농촌 마을이 있는 고령
고령이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이유는 대가야가 부각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도시인들이 다양한 농촌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낙동강 상류를 끼고 있는 고령은 깨끗한 계곡과 청정한 자연이 아름답고, 사람들이 친절하다. 인기를 끄는 곳은 영남학파를 이끈 문충공 점필재 김종직 선생의 후손들이 350여년간 동성마을을 이루고 있는 개실마을(www.gaesil.net)이다. 개실마을에서는 여름 한 철 휴가를 이용해 방문한 관광객을 대상으로 대나무공예 체험, 농사 체험, 뗏목타기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울창한 숲과 수려한 경치의 만대산이 병풍처럼 마을을 감싸고 있는 산주리마을(www.sanjuri.co.kr)에서는 농촌체험 외에 물놀이 및 물고기 잡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자료제공:고령군청(054-6060, 6068)
※ 인터뷰 / 신종환 대가야 박물관장 "배움·즐길거리 가득 웰빙휴가지 추천"
"청정 고령에서 대가야 문화 및 웰빙 체험을 하는 건 어때요?"
대가야에 대한 흔적을 찾아보기 위해 방문한 대가야박물관에서 만난 신종환 관장은 함께 문화재를 둘러보며 고령의 특징은 대가야에서부터 시작돼 조선시대까지 끊이지 않고 발전한 문화에 있다고 자랑했다.
신 관장은 "대가야가 삼국과 다른 독특한 문화를 이뤄 낸 것은 많이 알려져 있죠. 조선시대에는 김종직 선생님이 영남학파를 만들어 내 영남만의 문화의 맥을 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령은 이런 문화들을 볼 수도 있지만 또 체험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여름 휴가를 고민하는 수도권 시민들에게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 관장은 "역사 유적지가 지루하다면 농촌체험과 삼림욕 체험도 할 수 있고, 또 다양한 문화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어 지루하지 않은 휴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