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가 끝내기 포일을 저질러 KIA 타이거즈와 연장 혈투에서 무릎을 꿇었다.

   SK는 25일 광주구장에서 계속된 2009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KIA와 원정 경기에서 5-5 동점으로 연장 12회말 수비를 맞자 내야수 최정을 마운드에 올렸다가 무사 1,3루에서 패스트볼을 던져 결승점을 헌납했다.

   끝내기 포일은 시즌 첫 번째이자 통산 6호이다.

   KIA는 안치홍이 최정의 2구를 받아쳐 우중간을 가르는 3루타를 때렸고 이성우가 볼넷을 고른 뒤 김형철 타석 때 최정이 낮게 뿌린 볼이 뒤로 빠지자 안치홍이 그대로 홈을 밟았다. KIA는 SK와 이틀 연속 12회 연장 혈투 끝에 간신히 1승을 올렸다.

   SK는 투수가 남아 있는데도 프로무대에서 단 한 번도 마운드에 선 적이 없는 최정에게 볼을 던지게 했고 투수 윤길현에게 1루수를 맡아보게 하는 등 납득하기 힘든 플레이를 보였다.

   SK 벤치는 김형철 타석 때 1,2루 사이를 완전히 비워두는 이상한 수비 포메이션도 선보였다.

   올 시즌에는 무승부가 패수로 계산되기 때문에 SK 코치진은 투수를 더 이상 소모하지 않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패배를 자초하는 듯한 모습도 보여 팬들의 야유를 받았다.

   갈매기 군단 왼팔 에이스 장원준은 곰 타선을 잠재웠다. 롯데는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두산과 홈 경기에서 장원준이 8⅓이닝 동안 4안타 1실점으로 호투하고 상대 실책과 폭투, 보크를 틈타 중반 주도권을 잡은 끝에 4-1로 낙승했다.

   잠실에서는 장원삼이 6⅓이닝 무실점으로 방어막을 치고 클리프 브룸바가 2점 대포를 쏘아올린 히어로즈가 LG를 2-1로 눌렀다.

   삼성은 대구구장에서 최형우, 강봉규, 박석민, 양준혁이 릴레이 홈런을 쏘아올려 한화를 10-5로 누르고 5연패 이후 3연승을 달렸다.

   롯데와 삼성은 LG를 끌어내리고 공동 5위에 자리잡았다. 한화는 5연패에 빠졌다.

   ●광주(KIA 6-5 SK)
9회초 SK 공격이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KIA가 승리를 거두는 듯 했다.

   1년10개월의 부상 공백을 딛고 지난달 초부터 돌아온 주포 홍세완이 3회말 3점 홈런을 때리고 릭 구톰슨이 6⅔이닝 동안 2실점으로 막아 디딤돌을 놓았기 때문이다.

   8회초 SK 반격에 1점 차까지 쫓겼지만 8회말 이현곤이 적시타를 때려 5-3으로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마무리 한기주가 또 불을 질렀다. 9회초 안타와 사구로 위기를 자초하더니 김재현에게 2루타를 얻어맞고 이어진 윤상균의 희생플라이에 5-5 동점을 허용해 다잡았던 승리를 날려버렸다.

   이틀 연속 연장 승부가 펼쳐지자 진풍경이 연출됐다.

   SK 에이스 김광현이 12회초 타석에 들어서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무승부 밖에 거둘 수 없는 상황이 되자 SK는 12회말 투수를 더 이상 쓰지 않겠다는 듯 최정을 마운드에 올렸고 경기는 이상하게 끝이 났다.
●사직(롯데 4-1 두산)
장원준의 날카로운 슬라이더가 제대로 긁혔다.

   올 시즌 유난히 호투와 난조를 번갈아 가며 롤러코스터 피칭을 보여줬던 장원준은 14타자를 연속 범타로 돌려세워 5회 2사까지 퍼펙트로 막아냈다. 손시헌에게 첫 안타를 맞았고 6회 김재호에게 솔로 홈런 1방을 내줬지만 그외에는 완벽하게 두산 타선을 요리했다.

   마무리 존 애킨스는 9회 1사후 마운드에 올라 두 타자를 가볍게 처리하고 시즌 12세이브를 올렸다.

   두산은 어이없는 수비에 울었다.

   깜짝 선발로 나온 김성배는 1, 2회 위기를 연속 병살타로 넘겼지만 3회말 견제 실책과 유격수 송구 실책이 겹치면서 흔들렸다. 롯데 박정준은 1사 2, 3루에서 배트가 부러지면서도 끝까지 타구를 날려보낸 끝에 우선상 2루타를 터트려 주자 2명을 불러들였다.

   두산은 5회말 중견수 유재웅이 높게 뜬 김주찬의 타구 방향을 잃어버려 멍하게 안타를 내주고 이어진 폭투와 보크로 2점을 더 잃었다.

   ●잠실(히어로즈 2-1 LG)
홈런 선두 브룸바의 한 방이 승부를 갈랐다.

   브룸바는 4회초 이택근이 실책으로 출루하자 LG 선발 정재복의 6구를 밀어쳐 오른쪽 펜스를 살짝 넘어가는 2점 홈런을 날렸다. 시즌 22호 아치로 홈런 2위인 LG 로베르트 페타지니(19개)와 격차를 다시 3개로 벌렸다.

   마운드에서는 장원삼이 빛났다.

   1회말 2사 1,2루에서 직선 타구를 잡아내는 자신의 호수비로 위기를 넘긴 장원삼은 7회 1사 이후 불펜의 핵 이보근에게 볼을 넘길 때까지 실점없이 쌍둥이 타선을 봉쇄하고 시즌 4승(5패)을 올렸다.

   LG는 9회말 2사 1,2루에서 손인호가 좌중간을 가르자 2루 주자가 홈인하고 1루 주자 권용관까지 3루를 돌아 돌진했지만 홈에서 태그아웃당해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대구(삼성 10-5 한화)
사자들의 홈런쇼가 달구벌 밤하늘을 수놓았다.

   최형우가 1회말 라인 드라이브로 오른쪽 펜스를 넘기는 2점 홈런을 때려 포문을 열었고 3회말 강봉규와 박석민이 연달아 2점 대포를 쏘아올렸다.

   3경기 연속 홈런을 친 박석민은 한화와 3연전에서 10타수 6안타에 4홈런 6타점을 기록하며 펄펄 날았다.

   양준혁은 5회말 비거리 130m짜리 장외 솔로홈런을 날려 시즌 10호이자 통산 349호 아치를 그렸다. 기록의 사나이 양준혁은 통산 3천800루타를 처음 작성했고 16번째 시즌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1993년 데뷔 이후 작년 한해만 빼고는 매년 10개 이상 홈런이다.

   총체적으로 무너진 한화 마운드에서 최근 5경기에 4승, 평균자책점 1.97로 호투했던 안영명은 홈런 4방을 맞고 8실점으로 고개를 떨궜다.

   한화는 송광민이 2회 1점 홈런과 6회 3점 홈런을 때리며 홀로 분전했지만 역부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