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국제결혼은 더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외국인 여성들이 농촌에 시집 와서 가족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이야기와 이들의 애환을 다룬 TV 드라마나 다큐멘터리를 흔히 접할 수 있을 정도. 이처럼 결혼이민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급증하면서 범국가적·지역적 차원에서 다양한 정책적 지원 과제들이 도입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결혼이민자의 인권문제나 가족관계에 대한 관심에서 한걸음 나아가 이들의 취업지원 영역으로 관심이 확장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24일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에서 개최된 '여성결혼 이민자 취업지원 방안 연구' 정책토론회는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들을 우리 사회의 진정한 일원으로 끌어안으려면 어떻게 해야만 할까. 이날 제시된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결혼이민자 취업정책 수립을 위한 방안들을 요약해 본다.

#일, 한국 사회참여의 상징= "어떤 필리핀 엄마가 자녀와 갈등이 있었대요. 아이 친구들이 엄마가 외국인이라고 학교에서 놀렸나봐요. 그러다가 어느 날 아이의 반 친구 하나가 지역아동센터에 갔다가 엄마가 거기서 영어 가르치는 것을 보았대요. 그래서 그 애가 반 친구들한테 '쟤네 엄마 선생님이야'라고 말해서 학교에도 소문이 퍼졌대요. 그 후로 반 아이들이 더이상 놀리지도 않고 모자 사이도 좋아졌다고 합니다." (사례로 발표된 F여성인력개발센터 설문 내용)

우리에게 가장 흔한 '고정관념' 중 하나가 '여성 결혼이민자들은 단지 가난하기 때문에 일을 한다'라는 것이 아닐까. 이들 역시 한국 여성과 마찬가지로 일이란 기본적으로 경제적인 이득을 주는 것이지만, 때로는 당당한 어머니로서 가족관계 형성에 있어 윤활유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한국 사회의 일원이 됨을 의미하는 사회 참여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앞서 쓴 사례는 여성 결혼이민자에게 있어 일이 자신감 회복과 가족 유대를 의미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들의 취업 욕구는 생각보다 굉장히 크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은 지난 4월 27일부터 지난달 19일까지 한국어 및 취업교육을 받고 있는 결혼이민 여성 571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중 '비취업 상태에 있으면서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여성들에게 향후 취업 희망 여부에 대해 알아본 결과 '일하고 싶다'라는 응답이 대다수인 86%를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례로 발표된 A여성회 설문에서는 다음과 같은 발언까지 나왔다. "(한국어교육) 수업에 잘 나오던 사람이 며칠 안나오면 주위 사람들이 불안해해요. 혹시 취직했나 싶어서요. 그러면서 나도 취업해야 하는데, 나도 돈 벌어야 하는데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안되는데 어쩌나 이러고요."

#자녀양육, 취업 걸림돌= 하지만 이번 조사결과 현재 비취업중인 결혼이민자는 무려 84.8%, 취업중인 이민자는 15.2%밖에 안되는 실정이다. 취업 욕구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인원만이 취업중인 셈이다. 이들의 취업 욕구를 실현시키는 데 제일 걸림돌이 되는 요인으로 보통 한국인은 '부족한 한국어 실력'을 제일로 꼽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실제로 결혼이민자들은 한국 여성과 마찬가지로 '육아·집안일'(41.4%)을 제일로 꼽았다. 언어소통의 어려움을 꼽은 결혼이민자들은 17.2%밖에 안된다. 이들의 자아실현 욕구를 가로막는 것은 '외국인'이라는 인종적 요인보다는 '여성'이라는 성 요인이 더 큰 것이다. 특히 설문조사 응답자의 남편 취업 여부를 알아본 결과, 남편 비취업이 21.1%에 달하며 월평균 가구소득이 100만~199만원이 27.3%로 제일 많아서 결혼이민자의 취업은 더욱 절실한 문제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들의 취업을 위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이유다.

#교육 중 자녀보육 필요= 취업을 위해서는 한국어·취업교육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취업 여성들에게 자녀보육의 문제가 애로사항인 것과 마찬가지로 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하는데 있어서도 보육 문제가 관건이 된다. 연구책임자인 김영혜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연구위원은 "기관 면접조사 결과 보육시설이 마련돼 있는 기관에는 수강생들의 참여율이 높게 나타났다"며 "현재 보육시설이 마련돼 있지않은 경우 교육수강시간동안 자녀를 보육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하고 이 시설에는 결혼이민자들을 보육교사로 활용하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다. 또 김 연구위원은 취업교육을 비롯한 각종 교육프로그램 진행시 프로그램 강사 이외에 강의 진행을 보조하고 수강생들의 고충이나 어려움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는 다국적 교육보조강사를 활용하는 것도 제언했다.

이밖에도 이날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가한 서종남 경기도다문화교육센터 부소장은 '다양한 수준의 전일제 교육 실시'를 이들을 위한 중요한 정책으로 꼽았다. 현재 다문화 교육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 중에는 항상 같은 수준의 교육만을 반복해 받게 되거나 특정 분야에만 집중돼 있어 다양한 여성결혼이민자들의 참여가 힘들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서 부소장은 "한국어를 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결혼이민자의 임금 격차가 굉장히 크지만, 현재 한국어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교육 수준이 주로 초등학교 정도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라며 "수준별 한국어 교육을 비롯해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교육을 위한 결혼이민자만의 전문학교를 개설해야 하고, 외국인을 한국인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다문화 정책의 기본이론'을 수정해 일원론이 아닌 문화 다원론 이론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 김영혜 도가족여성연구원 연구위원

"아동영어지도사·병원코디 등 다문화지원 활용 직종 개발을"

"여성결혼이민자에게 취업은 가족을 넘어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중요한 방법이기 때문에 정책지원이 절실합니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개원 4주년 기념으로 열린 '여성결혼이민자 취업지원 방안'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영혜 연구위원은 "결혼이민자 관련 연구는 사안의 중요성으로 인해 주로 인권문제나 부부 및 가족생활 관련 연구에 한정된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결혼이민자 연구는 이들의 취업지원정책 및 경제적 역량강화에도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사회 주변부 남성들이 외국인 여성과 결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취업을 통한 경제적 지원이 필요해요. 더 나아가서는 한국사회의 일원으로 소통하기 위해서도 필요하죠. 안산지역에 다문화공방이 있는데 이민자들이 직접 만든 물건을 길거리에서 팔거든요. 1만~2만원 버는 게 고작인데 결혼이민자들이 굉장히 좋아한다고 해요. 돈의 액수보다는 한국 시장경제에 참여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는 방증이죠."

결혼이민자의 성공적 취업을 돕기 위해서는 결혼이민자의 국적 등 이주관련 특성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가족의 소득 정도도 다양해 취업에 대한 욕구도 다양하다는 인식이 우선 바탕이 되어야 할 터. 결혼이민자가 직업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문화의 차이에 대한 적응이 필요하고 외국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도 맞서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김 연구위원은 그래서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문화 자원을 활용한 직종 및 교육개발이 필요합니다. 본국의 언어및 본국문화의 강점을 활용하는 거죠. 아동영어지도사, 통번역, 의료시장 개방시 병원 코디네이터를 예로 들 수 있겠죠. 하지만 무엇보다 기업주 및 지역사회의 인식전환이 제일 절실합니다. 이민자를 위한 취업박람회를 해도 성과가 좋지 않은 건 기업주들은 이민자 월급을 한국인의 반값으로 주려하고 이민자들은 한국사람과 같은 대우를 받고 싶어하거든요. 그래서 기업주를 대상으로 결혼이민자들에 대한 인식전환 교육도 우선적으로 실시돼야 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