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되면 바다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다. 시원한 바람과 차가운 바닷물. 뜨거운 여름을 잊기 위해 그 바닷물에 몸을 맡기고 싶은 충동은 누구나 한번쯤 느낄 것이다. 마음에 깨끗한 자연을 담고, 바쁜 일상으로 만들어진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면 일석이조 아닐까?

# 깨끗한 자연, 문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 '변산'

전북 부안군에 위치한 변산반도국립공원은 내변산과 외변산으로 나뉜다. 내변산 지역은 고찰 내소사를 중심으로 한 변산반도 내륙에 있고 외변산은 해안가 절경으로 뛰어난 풍광으로 예로부터 문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뛰어난 풍광 못지않게 깨끗한 자연은 이곳의 자랑이다. 바닷물에 침식돼 깎인 절벽이 마치 수만권의 책을 쌓아 놓은 듯해서 이름 붙은 채석강과 역암과 황토가 뒤범벅이 된 채 퇴적 산화되어 붉은 색을 띤 적벽강 등 변산반도 해안가에는 침식과 퇴적작용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또 '하섬'은 매월 음력 보름과 그믐날에 3~4일간 바닷길이 열리면서 육지와 연결되는 모세의 기적을 보여주기도 한다. 인공둑을 쌓은 방조제라는 이름보다는 바다에 성을 쌓은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드는 '새만금 방조제' 등 자연 그대로의 모습부터 사람들이 자연과 싸워 나가는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변산이다.


# 해안길 따라 떠나는 포구 여행

개펄 위에 배들이 나란히 얹혀져 있다.

밧줄에 묶여 있지만 그들의 모습 또한 보기 편하다. 노예들의 휴식은 아닌 것이다.

밀물이 들면 그들은 다 푸른 바다로 나갈 것이다.

배들이 싱싱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바다로 나가는 모습은 사랑스럽다.

―시인 곽재구의 '포구기행' 중 변산편

생태의 보고라는 갯벌과 함께 해안을 따라 많은 포구들이 들어선 곳이 변산이다. 생태여행을 처음 기획한 뒤 서점을 방문했을 때 눈에 들어오는 책이 곽재구 시인의 '포구기행'이었다. 감수성이 뛰어난 곽 시인은 왕포라는 작은 포구를 방문해 자신의 책에 깨끗한 갯벌과 조그만 항구에서 살아가는 어민들의 소소한 일상을 담담하게 전한다.

변산의 포구가 모두 곽 시인이 느낀 조용하고 한적한 일상을 느낄 수 있는 곳만은 아니다. 예로부터 천일염과 젓갈로 유명한 곰소항은 주말이면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포구의 느낌을 즐기고 난 후 일본에 수출될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는 곰소 천일염으로 만든 맛깔스런 젓갈을 구입하려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 항공모함의 형태를 띠고 있는 이색적인 방파제와 등대를 보려고 사람들이 많이 몰리기도 한다.

조금 더 해안가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면 '불멸의 이순신'이라는 모 방송사 사극 촬영을 위해 제작된 임진왜란 시대의 배를 볼 수 있는 모항과 세트장이 있는 궁항이 나온다.

또 채석강 가까이에는 2000년대 초 방폐장 유치 문제로 논란이 일기도 했던 '위도'로 가는 배가 출항하는 격포가 있다. 위도는 수달, 검은머리물떼새, 황조롱이, 매원 원앙 등과 푸조나무, 위도상사화, 수백 년 묵은 풍나무 등 천연기념물과 희귀 동식물들이 살고 있어 생태계의 보고로 불리기도 한다.


# 다채로운 체험이 있는 '변산'

동쪽을 제외한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부안은 해안선을 따라 곳곳에 갯벌이 발달되어 있다. 상록해수욕장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대여해 주는 호미와 바구니를 이용해 바지락을 캘 수 있다. 서쪽에 있는 두포갯벌은 모래펄과 혼합갯벌이 섞인 갯벌로 신발을 신은 채 걸어다닐 수 있어 어린 자녀와 함께 쉽게 조개 잡는 체험을 할 수 있다. 갯벌 속으로 쉽게 발이 들어가는 체험을 하고 싶다면 모항의 갯벌이 좋다. 모항의 갯벌은 진흙개펄로 피부에도 좋다.

또 유천도요와 백련도예, 문씨네공방, 이화준도예 등에서는 세계적 명품 고려청자로 시작된 부안의 도예문화를 경험할 수 있고 내소사에서는 사찰문화를 만끽할 수 있다. 숙박을 하며 농촌 생활을 체험하는 녹색농촌체험(마을)도 추천한다.

#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부안군(063―580―4434, 4734)

※ 인터뷰 / 김춘덕 문화관광해설사 "부안댐 주변, 숨겨진 변산의 보석"

"천연의 바다와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있는 곳이 부안입니다."

부안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9년째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김춘덕씨는 부안의 자랑거리로 첫 손에 무엇을 꼽냐고 묻자 '청정한 자연'이라고 말했다.

또 개인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는 궁항마을의 등대가 밀물과 썰물로 인해 물속에 섬처럼 떠 있기도 하다가 방파제가 드러나 포구와 연결되는 모습을 꼽았다.

김씨는 "서해안에서는 드물게 침식과 퇴적작용을 볼 수 있는 곳이 부안이다. 자연의 신비함과 함께 아름다운 풍광이 어우러져 있는 곳 또한 부안이라는 것을 알고 오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내변산과 외변산은 모두 다 특징이 있고 전국에서 손을 꼽을 정도로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이다.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부안댐 주변의 풍광과 물 문화관의 다양한 프로그램들도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