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한여름 장맛비도 부천에 몰아친 축구 열기를 식히지는 못했다. 미끄러운 잔디 때문에 기막힌 드리블도, 탄성을 쏟아낼 멋진 슛도 기대하긴 어려웠지만 2만3천320명의 팬들은 '풀뿌리 시민축구'를 지키려는 한국과 잉글랜드 선수들에게 많은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지난 18일 오후 K-3리그 부천FC 1995와 축구의 본고장 잉글랜드에서 날아온 FC 유나이티드 오브 맨체스터(이하 유맨)의 경기가 열렸다.
이날 경기는 부천FC 서포터스 헤르메스가 모 이동통신 회사의 소망스토리 프로젝트에 '해외 클럽을 초청해 팬들의 함성 속에 경기를 치르고 싶다'는 사연이 채택돼 개최됐다.
특히 오후 8시부터 친선 경기가 시작됐지만 2시간 전인 오후 6시부터 경기장을 찾은 팬들의 발걸음은 점점 늘어났다. 이른 시간에 경기장에 도착한 일부 팬들은 경기장 1층 매점에서 즉석라면을 먹으며 허기를 채웠다. 또 경기 시작 1시간여 전부터 축구팬들은 "알레! 알레! 부천FC"를 외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팬들의 멈추지 않은 응원 속에 힘을 낸 부천FC는 전반 초반부터 유맨을 압박했고, 마침내 전반 30분 김두교의 코너킥을 수비수이자 주장인 박문기가 헤딩으로 결승골을 뽑으면서 기선을 제압했다. 부천FC는 후반에도 유맨을 몰아쳤고, 후반 종료 1분을 남기고 김민우가 추가골을 터트리고 인저리 타임 때 장재완이 쐐기골을 넣으며 3-0으로 완승했다.
그러나 결과는 중요하지 않았다. 양 팀 선수들은 주심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유니폼을 벗어 서로 교환하면서 뜨거운 우정을 나눴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은경호(26)씨는 "연고지를 떠난 팀을 대신해 시민구단을 만들고 이런 빅매치를 성사시킨 헤르메스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끝까지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경기를 한 양 팀 선수들에게 감동 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부천FC는 지난 2006년 부천SK(현 제주 유나이티드)가 연고지 이전을 선택하며 제주도로 떠나자 허탈감에 빠진 서포터스들이 자발적으로 힘을 모아 탄생시킨 시민구단이다.
이날 상태 팀으로 초청한 유맨 역시 프리미어리그 챔피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지난 2005년 5월 미국 스포츠재벌 말콤 글래이저에 인수되면서 이에 분노한 서포터스들이 나서 자발적으로 창단한 구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