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대 작곡과 4학년 1학기 기말시험을 치르고 기쁜 마음으로 귀가하던 강정은(23·수원시 장안구 조원동)양이 "간경화로 아버지(강인철·50·경기도교육청 기능직 6급)가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엄마(이종란·48)의 전화를 듣게 된 것은 지난달 19일.
정은 양은 "수년 전부터 아빠가 과로와 스트레스로 쉴 틈 없이 일하다 B형 간염에 걸렸거든요. 몸 관리를 잘 하지 못해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 같아요"라며 안타까워 했다.
할머니(79)를 비롯, 오빠(27) 등 식구들로부터 '아버지의 낙지발'이란 별명을 들을 정도로 아버지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보여 온 정은 양으로서는 '간이식'이란 큰 수술에 선뜻 나선 것이 어쩌면 당연할 수 있다. 다행히 조직검사를 할 때에도 큰 문제가 없었던데다 , 수술일인 지난 5일까지 며칠 밤을 아버지 곁에서 함께 보내 온 효녀의 마음이 통했는지 가톨릭의대 김동구 교수의 집도아래 진행된 8시간여에 걸친 대수술 또한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정은 양의 수술 자국을 최소화 시키기 위해 일반 시술법이 아닌 복강경시술로 상처도 10㎝가량으로 최소화 시켰다.
정은 양의 효심때문인지 강씨 부녀 모두 회복 기간이 일반에 비해 빠른 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아버지 또한 수술에서 깨어나자마자 딸에게 "아프니? 고맙다. 잘 먹고 빨리 회복하라"는 등의 걱정어린 말부터 세세한 집안일까지 챙기는등 빠른 쾌유를 보이고 있다.
정은 양은 "퇴원하자마자 아빠와 함께 며칠을 보내고 싶어요. 가고 싶은 곳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아요"라면서도 "아빠가 몸 관리 잘 안하시고 쓸데없는 가족 걱정만 하면, 다시 간 내놓으라고 할거예요"라며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