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나무들의 잔치'인 전국소년체육대회가 1등 지상주의로 변질되면서 어린 선수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소년체전 레슬링 종목에서 경기도중 부상을 입은 선수가 매트에서 일어나지 못하자 의료진이 진찰을 하고 있는 모습.

"빨리 잡아. 뭐해 임마! 또하나(금메달) 날렸네."

매년 5월말에서 6월초에 열리는 전국소년체육대회장에선 지도자들이 패한 어린 선수들에게 거침없는 욕설에 가까운 거친 말을 여과없이 내뱉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러한 지도자들의 태도는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는 아쉬움보단 금메달을 따지 못한 것을 질책하는 성격이 강하다.

어린 선수들의 금메달 하나는 지도교사 및 코치에게 승진을 위한 가산점과 함께 금전적 보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떨쳐버릴 수 없는 유혹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전국 16개 시·도교육청 대부분은 2~4월부터 각종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선수들을 토대로 전력을 미리 파악하고, 대진 추첨이 끝난 뒤에는 본격적으로 종목별 금메달 후보를 미리 점치는 도상 평가까지 실시한다.

이런 과정은 금메달감으로 결정된 어린 선수들에게 심리적인 부담감으로 작용해 경기도중 패하거나 부상이라도 당한다면 좌절감은 더 깊어진다.

그동안 경기도와 서울시는 어린 선수들의 승리에 대한 큰 부담에는 아랑곳없이 '메달' 혹은 '채점'이라는 서로 다른 자신들의 잣대로 우열을 가려 서로 종합우승을 주장해 왔다. 그러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2006년 35회 대회때부터 서울과 같이 금메달 순위로 우승을 정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이후 경기도교육청은 2연패 뒤 37회(2008년)·38회(2009년) 2년 연속 서울시에 금메달 수에서 뒤지자 은·동메달보다 금메달을 우선적으로 여기는 성적지상주의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실제 도교육청은 어린 선수들에게 금메달 50만원, 은메달 30만원, 동메달 20만원 등 메달마다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고 지난해부터는 금메달을 딴 코치들에게도 메달 개수마다 100만원씩 지급하고 있다.

또한 지도교사들도 도교육청의 가산점 적용 기준에 의해 1~0.5점까지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연구상이 주어진다. 일반 교사가 1년동안 벽지학교에서 받을 수 있는 가산점이 최대 0.4점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지도자의 점수는 승진의 지름길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런 가산점 제도와 포상금 제도도 어린 선수들의 금메달 경쟁을 한층 과열시키면서 일부 종목에선 편파 판정 시비까지 일고 있다. 특히 체조·태권도·복싱·배구·축구·야구 등 일부 종목은 심판들의 애매모호한 판정으로 승패가 바뀐다는 것이 체육계의 비밀 아닌 비밀이다.

체급 종목에 출전했던 A 선수는 "특히 소년체전에선 힘이 들어도 어쩔 수 없어요. 감독님이 우승 후보로 분류했기 때문에 아파도 참고 이겨내야 해요"라며 그동안의 괴로웠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B 지도자는 "아무래도 대회때마다 어린 선수들에게 금메달을 주문하게 된다"며 "가산점 제도로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기보다는 꿈나무들이 부담없이 대회를 치를 수 있도록 하루빨리 소년체전에 대한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