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리카 말라위의 수도 릴롱궤에 사는 한 여성이 깨끗한 물을 얻으려고 손으로 모래를 파고 있다./ 출처:WaterAid
[경인일보=김명래기자]'물 쓰듯 써 버린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국토해양부의 수자원장기종합계획(2006~2020년)을 보면 오는 2011년 우리나라의 물 부족량은 7억9천700만㎥다. 2016년에는 9억7천500만㎥, 2020년에는 9억2천500만㎥에 이를 것으로 추정돼 물 부족 현상이 지속된다는 전망을 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가 '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유엔은 이미 지난 1992년 유엔총회에서 '세계 물의 날'(3월22일)을 제정해 선포하고, 물부족과 수질오염을 방지하려는 국제적인 공동 노력을 강조하고 있다.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18~21일 4일간 열리는 '2009세계도시물포럼'(World City Water Forum 2009)은 세계 50여개 나라에서 수자원 담당자와 물 전문가 5천여명이 모여 '물 문제' 해결 방안을 두고 토론하는 국제행사다. 이번 행사의 주제는 '물과 도시의 혁신과 조화'(Innovation and Harmony of Water and Cities). 논문 570여편이 발표된다.

인천시는 '2009인천세계도시축전'을 맞아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 세계도시축전은 '미래도시'를 표방하는 인천과 송도국제도시를 홍보하려고 인천시가 여는 축제다. 물 문제를 빼놓고 온전한 미래도시를 이야기하기 어렵다. 시는 이번 포럼의 개최를 계기로 '동북아 물 문제 해결의 메카'로 부상하려고 한다.

세계도시물포럼은 세계도시물포럼조직위원회(위원장·조진형. 국회 행정안전위원장)가 주관하고, 환경부·국토해양부·외교통상부·행정안전부가 후원한다.

18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되는 개막식에는 모리 요시로 전 일본 총리와 이만의 환경부장관이 기조연설자로 나선다. 모리 요시로 전 총리는 아시아·태평양 물포럼 회장, 일본물포럼 회장을 지내는 등 물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 공조에 힘을 쓰고 있다.

개막 오찬 기념 이벤트로 일본 전통행사인 '우치미즈(Uchimizu)'가 펼쳐진다. 우치미즈는 신이 지나는 길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 행해진 일본의 전통의식이다. 에도시대부터 일본 서민들은 여름에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정원과 길에 물을 뿌리는 의식으로 변화시켰다고 한다. 한복과 일본 전통의상인 유타카를 입은 이들이 우치미즈를 통해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온도를 낮추는 의식을 벌인다.

세계도시물포럼 연계 행사로 '국제 청소년 미래 물 콘테스트'와 '제7회 인천 국제환경기술전'이 행사기간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다. 청소년 미래 물 콘테스트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일본, 중국, 태국, 몽골 등 10개 나라의 고등학생 193명이 65개 팀을 구성해 참여한다. 각 팀은 '20년 후에 예상되는 물 문제'를 주제로 발표하고, 질의응답을 받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경연을 벌인다. 우승팀은 상금 3천달러와 기념패를 받는다. 인천국제환경기술전은 국내외 기업들이 친환경 기술을 홍보하는 전시회다. 200여개 기업이 전시관을 만들어 대체에너지 발전시스템, 절수·절전형 설비, 환경오염 방지시설 등을 홍보한다.

세계도시물포럼에서는 황해선언(Incheon Yellow Sea Initiative)이 발표된다. 안상수 시장은 20일 오전 10시 황해선언을 통해 '물과 도시의 혁신과 조화'를 위해 전 세계 도시·시민·전문가들이 지녀야 할 자세를 제시한다. 또 도시의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적 협력체계 구축을 제안할 계획이다.

※ 도시물포럼, 어떤 인사들 참석하나

"물정보학 창시자 등 수자원분야 대가… 유엔미래포럼 제롬글렌회장 기조연설"

남태평양 한가운데 산호로 이뤄진 섬나라 투발루(Tuvalu)는 오는 2040년께 물에 잠겨 지구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해수면으로부터 육지까지 높이(해발)가 3~4m에 불과한데, 매년 5.5㎜가량씩 바닷물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해수면 상승이 작은 섬나라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는 것이다.


투발루 공화국의 아피사이 이에레미아(Apisai Ielemia) 총리가 이번 세계도시물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한다. 투발루는 "2020년까지 신재생에너지로 에너지생산량의 100%를 충당하겠다"고 지난 달 19일 선언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일에 모범을 보여, 지구온난화 방지 노력에 소극적인 선진국·개도국에 본보기를 보이겠다는 것이다. 아피사이 이에레미아 총리는 오는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에서 해수면 상승을 늦출 수 있는 강력한 합의가 이뤄지길 고대하고 있다. 그가 기조연설을 통해 투발루에 재정지원을 포함한 국제원조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제롬 글렌(Jerome C. Glenn) 유엔 미래포럼 회장도 기조연설을 한다. 유엔미래포럼은 밀레니엄 프로젝트로 부르기도 한다. 유엔 본부를 비롯해 유엔 산하 각 연구기관이 협력해 세계적 갈등에 대한 문제해결 방안을 연구하는 단체다. 제롬 글렌 회장은 유엔미래포럼 창설자로, 지난 1996년부터 '유엔미래보고서'(State of the Future)를 매년 펴내고 있다. 그는 기조연설에서 "중요한 정치적·기술적 변화를 일으키지 않으면, 물을 도시·농촌·생태 분야에서 사용하는 데 각 주체간 갈등이 빚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밖에 기조연설자로 이만의 환경부 장관, 티모시 맥(Timothy Mack) 세계미래학회 회장, 사무엘 은코모(Samuel Nkomo) 짐바브웨 수자원부 장관 등이 나선다. 수자원 분야의 '대가'들도 이번 포럼에 참석한다.

페리 맥카티(Perry McCarty) 미국 스탠퍼드대 명예교수는 '하수도의 아버지'로 불릴 정도로 이 분야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학자다.

물정보학(Hydroinformatics)의 창시자인 아보트(Abbott, M. B.) 박사도 세계도시물포럼에 온다. 물정보학은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수자원을 관리하는 것으로, 21세기 수자원 분야의 핵심기술 중 하나다.


※ 물포럼 참가방법

사전·온라인 등록기간은 지난달 31일로 끝났다. 세계도시물포럼 개막일인 18일 오전 9시부터 송도컨벤시아 1층 로비에서 현장등록이 가능하다.

등록비로 일반은 12만원(기본등록), 36만원(전체등록)이고 학생은 6만원을 내면 4일간 포럼에 참가할 수 있다. 전체등록자에게는 4일간 점심식사권, 환영·환송만찬, 기념품, 향토음식 티켓, 프로그램북, 초록집, 가방, 테크니컬 투어 신청자격 등이 제공된다. 기본등록자 중 점심식사를 원하는 이는 등록할 때 1만2천원(1일)을 추가로 내면 된다. 환영·환송 만찬장에도 각각 6만6천원씩 내면 들어갈 수 있다.

19~20일 양일간 오후 1시30분부터 6시까지 '테크니컬 투어'가 예정돼 있다. 학익하수처리장~장수천(코스1), 인천대교 홍보관~인천대교 건설현장(코스2), 시화조력발전소~갈대습지(코스3),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국립생물자원관(코스4) 등으로 구성됐다. 기본등록자가 테크니컬 투어를 하려면 1만5천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문의:(032)851-1307

※ 인터뷰 / 최계운 조직위 사무총장 "인천, 무한한 가능성… '물시범도시' 선정"

세계도시물포럼 개막을 4일 앞둔 지난 14일.

세계도시물포럼 조직위원회 사무국 직원들은 국내외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눈코 뜰 새가 없었다. 조직위 사무총장을 맡은 최계운(사진) 인천대 교수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후 4시부터 조직위 사무실에서 한 인터뷰 시간 내내 그의 휴대전화는 쉴틈 없이 울려댔다. 그는 "외국에서만 1천명 이상이 세계도시물포럼에 참석합니다. 인천에서 이렇게 대규모 행사는 처음 치르는 것입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지난 1994년 인천대 교수로 부임한 이후 줄곧 '물과 도시의 조화'를 강조한 '물 전도사'다. 인천에서 최초로 구성된 민·관 네트워크인 하천살리기추진단장을 지냈고, 이번 세계도시물포럼을 처음부터 기획해 추진하고 있다. 세계도시물포럼 개최가 우리나라와 인천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최 교수는 "전 세계 인구의 40%가 상하수도 혜택을 받지 못한다"며 말을 이었다. 그는 "세계 환경문제의 제1과제는 물부족 해결이다"며 "일본은 OECD 회의에 나가서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물 문제를 발표할 정도로 다양한 공헌활동을 벌였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경제력 10위권인 우리나라도 이제 전 세계에 기여하는 부분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세계물위원회(WWC)는 지난 3월 터키 이스탄불에서 연 '세계 물 포럼'에서 인천을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물 시범도시로 선정해 발표했다. 3년 뒤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열릴 세계 물 포럼에서 인천은 그동안 물 시범도시를 위해 추진해온 실적을 공개해야 한다. 최 교수는 "WWC는 인천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고 물 시범도시로 선정한 것"이라며 "세계도시물포럼의 주제인 '물과 도시의 혁신과 조화'는 인천이 3년 안에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물의 도시'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물길을 인공적으로 바꾸지 않는 것"이라고 답했다. 최 교수는 "그동안 도시계획을 세울 때 물과 하천, 상하수도 문제 등은 큰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며 "세계도시물포럼에 나온 수많은 학자와 전문가들이 풀어내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