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시 덕양구 원당동 서삼릉 경내의 예릉. 25대 철종과 비 철인왕후 김씨가 묻힌 능 아래의 정자각이 웅장하다. /경기문화재단 제공
[경인일보=김창훈기자]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며 조선왕릉은 이제 한국인만의 유산이 아닌 세계인의 유산으로 가치가 수직상승했다. 이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차원의 조선왕릉 관련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조선왕릉을 지켜온 문화재청은 물론, 조선왕릉 31기를 가진 경기도에도 새로운 과제가 생긴 것이다.

■보존과 활용의 갈림길=현재 조선왕릉 정책의 핵심은 보존이다. 관람객들에게 개방되고 있지만 보존에 주안점을 둔 상태에서의 관람이지 국내외를 겨냥한 관광상품으로 왕릉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수준은 아니다. 관리청인 문화재청의 왕릉 관련 예산도 보존을 위주로 배정·집행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조선왕릉이 세계문화유산인 만큼 효과적인 활용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유네스코 역시 세계문화유산 등재 조건으로 보존과 함께 종합적인 관광계획 및 안내해설 체계 마련 등을 권고했다.

지난 10일 경기도 주관으로 경기문화재단에서 열린 전문가 자문회의에서 김태진 도 문화재위원은 "보존해야 할 왕릉은 철저하게 보존하고, 도시의 왕릉은 더욱 적극적으로 개방하며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고, 김남조 한양대 교수 역시 "경기도 왕릉 전체에 대한 종합적 비전을 마련한 뒤 개별 콘텐츠별로 상품화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보존과 활용이란 두 마리 토끼를 쫓기 위해서는 역시 '돈'이 문제다. 문화재청의 올해 본예산은 정부 재정의 0.16%인 4천544억원에 불과하다.

이 예산에서 운영경비를 뺀 나머지가 문화재 보존에 사용되기 때문에 조선왕릉 관광상품화를 위한 추가 예산 투입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예산 확보 가능성=도는 조선왕릉을 문화 아이콘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경기관광공사 등 산하 기관들과 '조선왕릉문화관광자원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여기에는 도내 왕릉을 유명 사찰들과 묶어 남부권역(수원 화성, 화성 융·건릉 및 용주사), 북부권역(양주 회암사지 및 구리 동구릉), 서부권역(파주 보광사 및 고양 서오릉), 동부권역(여주 신륵사 및 영릉) 등 4개 권역으로 특성화시킨다는 구상도 포함된다.

물론 관광자원화를 위해서는 예산이 뒤따라야 한다. 도는 조선왕릉 활용을 위해 내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 모두 1천23억원의 예산을 들일 계획이다.

이 가운데는 가칭 국립조선왕릉박물관 건립에 필요한 예산 1천억원도 포함돼 있다.

왕릉이 국가소유라 도는 그동안 관련 예산을 세운 적이 없지만 국비 지원이 어렵거나 적을 경우에는 일정 규모를 도비로 충당해야 한다.

도는 최근 문화재청에 조선왕릉박물관 등 왕릉 관련 사업을 위해 국비지원을 요청했지만 문화재청은 난색을 표했다.

■기관 간 협력체계 구축 필요=당장 국비지원이 어려운 것은 올해 예산에 반영되지 않아서이지만 한편으로는 도의 계획이 문화재청과 협의 없이 추진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문화재청도 이미 7월 초 '조선왕릉 보존관리 및 활용 기본계획(안)' 수립에 착수했고, 문화재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다음달 중 확정할 예정이다.

문화재청의 기본계획(안) 중 관광자원화 방안에는 홍보실 건립, 안내판 정비, 재실·정자각 등 문화공간 활용, 권역별 테마탐방코스 개발 등이 포함돼 도의 계획안과 상당 부분 겹친다. 따라서 문화재지정구역에 대한 중복투자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관들 간 철저한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

이창환 상지영서대 교수는 "조선왕릉 보존과 활용은 같은 무게로 다뤄져야 한다. 보존은 기존에 했던 문화재청이 맡고, 활용은 지자체가 주도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