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사단은 강원도 영월군의 장릉(莊陵)에서 능에 얽힌 역사를 듣고 입을 쩍 벌렸다. 장릉은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긴 뒤 사약을 받고 세상을 등진 제6대 왕 단종의 무덤이다. 실사단은 "이런 이야기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거듭 놀라워했다. 조선왕릉이 가진 상품성이 실사단의 입을 통해 확인된 순간이었다.
왕릉은 우리에게만 있는 문화유산이 아니다.
이집트와 인도·중국·베트남 등 많은 나라에 왕릉이 있고, 이미 이 나라들의 왕릉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후발주자인 조선왕릉은 앞으로 이런 왕릉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관광상품으로서의 경쟁력을 겨뤄야 하는 진검 승부에 들어갔다. 그렇다면 조선왕릉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많은 전문가들은 조선왕릉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었던 이유에 그 해답이 있다고 강조한다.
조선왕릉 40기를 모두 측량해 도면을 제작한 세계문화유산 등재의 일등공신 이창환 상지영서대 교수는 왕릉에 녹아있는 당시의 역사와 철학·기술 등에 주목하고 있다. 이 교수는 "조선왕릉은 왕의 무덤이자 그 시대의 종합예술로, 조선의 역사와 건축·조각·조경·철학 등이 모두 담겨 있다"며 "세계문화유산이 된 것은 이런 가치들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기에 600여년간 이어지고 있는 왕릉 제례와 이를 통해 유지되고 있는 유교 관습 등 무형의 유산은 세계무형문화유산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종수 국립고궁박물관장은 "조선왕릉 보존은 세계적인 수준"이라며 관광에 문화와 교육이 어우러질 수 있는 '왕릉 순례'같은 콘텐츠를 제안했다.
정 관장은 "일본에는 평생동안 사찰 30곳을 다니면 극락에 간다는 풍습이 있고, 이는 차량으로 이동하는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다"면서 "사찰에서는 방문객에게 확인 도장을 찍어주는데 이런 방식의 순례는 사찰 입장에서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왕릉 크기나 위치, 주변 경관도 중요하지만 왕이 어떻게 묻혔는지, 왕릉까지는 어떻게 이동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등등 왕릉 이면의 의미를 추구해야 한다"며 "특히 제례는 다른 나라 왕릉에는 없는 조선왕릉만의 강점"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조선왕릉 활용도 좋지만 무분별한 활용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11일 문화재청 주최로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포럼에서 구리시 관계자는 "지자체들이 문화재를 지역경제 활성화 수단으로 인식해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지만 중복 투자하거나 재원 대책없이 추진, 특화된 관광자원으로서 정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는 일회성 이벤트로 운영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