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이준배기자]수원화성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제13회 수원화성국제연극제가 장장 9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하고 지난 23일 화성행궁 광장에서 성황리에 폐막했다.

어느새 관객과 멀어진 연극이 시민들에게 먼저 다가서는 이번 연극제는 지난해에 이어 모든 시민과 함께하는 시민 축제행사로 열렸다. 매년 성장해가는 연장선상에 놓인 수원화성국제연극제가 올해 얼마나 진일보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어필했는지 결산해 본다.

▲ 시민연극

올해 수원화성연극제에는 6개국 16편의 초청작과 4편의 시민연극, 교육연극워크숍, 학술세미나, 창작희곡공모, 설치미술전이 선보였다. 이번 연극제는 '연극 여민락(與民樂) - 시민들과 함께 즐기는 연극'이란 주제처럼 '그들만의 잔치'가 아닌 지역민이 관객과 배우, 자원활동가로 참여하는 시민연극축제로 꾸며졌다.

특히 올해는 수원 시승격 60주년을 기념해 수원화성의 역사유적과 정조가 화성축성 낙성연에서 보여준 상하동락(上下同樂) 문화가 어우러지는 자리를 마련하는 등 여타 연극제와는 차별화된 시민과 역사와 공동체가 함께하는 색다른 볼거리로 관객과 연극의 공감대를 넓혔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번 연극제에서는 수원화성이란 역사공간에 야외무대를 만들어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200년 역사의 만석공원 저수지(만석거)와 화성행궁 광장, 화서문에 무대가 꾸며져 관객과 연극, 역사가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실례로 만석공원 수상무대에서 펼쳐진 개막공연인 '하야연(夏夜宴)'은 혜경궁 홍씨를 등장시키는 연극적인 요소를 가미한 뒤 가야금 오케스트라 숙명가야금연주단이 옛 궁중잔치를 재연해 보여줬다.

또 화성행궁 앞 광장에서 펼쳐진 폐막공연은 중앙음악극단이 '명(命)다리굿'을 선보여 시민과 함께하는 흥겨운 대동놀이 한마당을 연출했다.

▲ 개막공연 '하야연'

본공연으로는 뮤지컬 '미스 사이공' 국내 연출자 김학민의 '뮤지컬 한여름밤의 꿈', 인도네시아 인형극 장인 키 엔투스의 인형극 '데와루치' 등 수준높은 공연이 시민들을 맞았다.

또 이번 연극제는 이런 무대 안에 한정되지 않고 관객을 직접 찾아 거리로 나섰다. 지난해 조성된 화성행궁 광장과 화서문 화서공원에는 고궁과 성곽이 어우러진 고풍스런 야외 무대가 시민의 발길을 잡았다.

행궁 광장무대에서는 호주 스트레치 MK1의 '애벌레의 꿈'과 노리단의 '노리단 스프로킷 퍼포먼스'가, 화서공원 성곽무대에서는 성북동비둘기의 화성을 소재로 한 '온달평강 - 성(城)의 연인'이, 수원월드컵경기장 중앙광장에선 민족예술단 우금치의 '할머니가 들려주는 우리 신화이야기'가 공연돼 시민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나혜석 거리에선 판소리 뮤지컬 '판소리, 애플그린을 먹다'가 가족단위 관람객들의 박수세례를 받기도 했다.

이렇듯 올해 수원화성국제연극제는 공연 장소를 수원 전역으로 확대하는 한편, 화성 경관을 활용한 무대로 지역 연극제의 특성을 제대로 부각했다.

▲ 폐막공연 '명(命)다리굿'

그러나 물론 '옥에 티'도 눈에 띄었다. 개막공연장인 만석공원 수상무대는 저수지를 배경으로 하다 보니 관객석이 비좁아 자리를 잡지 못한 일부 시민들이 목소리를 높여 항의하기도 했다. 또 어린이와 함께 볼 수 있는 야외공연의 경우 관객규모를 예상치 못해 많은 이들이 불편을 무릅쓰고 서서 보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수원화성국제연극제는 국내외 초청작을 선정하는 것부터 시민 참여 워크숍, 부대행사, 창작희곡 공모, 세미나 등 각 프로그램을 매년 연계 확대하면서 발전하는 축제를 지향하고 있어 그런 고민들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 인터뷰 / 총기획맡은 김동언 감독 "연극제 무게중심은 문화…"

지난해 처음 씨를 뿌렸다면 올해는 물을 주는 격입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수원화성국제연극제 총기획을 맡은 김동언(경희대 아트퓨전디자인대학원 아트기획과 교수·사진) 감독은 폐막 소감을 묻자 문화예술계의 계량화 및 성과주의에 따끔한 일침을 놓았다.

"문화예술은 단기간에 열매를 따먹으려는 욕심을 경계해야 합니다. 올해도 지난해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지난해 허수아비 콘셉트는 문화예술이 허수아비처럼 외롭고 힘들지만 꿈꿀 수 있다는 것입니다."

김 감독은 일반 대중에게 연극이 멀고 어려운 이유는 일상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연극의 본질은 사람에 있다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연극이 먼저 어깨에 힘을 빼고 사람, 공동체, 역사와 함께 해야죠."

특히 김 감독은 이번 수원화성국제연극제가 해야할 일은 여타 연극제와는 다르다고 차별성을 강조했다.

"수원화성국제연극제는 개막작, 폐막작, 공식초청작이 없죠. 이는 언어에 담긴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입니다. 한국사회의 치명적 결함인

서열나누기에서 벗어나 올해에도 변함없이 무게중심을 문화에 뒀습니다."

올해 연극제에 대해 누구보다도 아쉬움이 많다는 김 감독은 바로 그 아쉬움을 희망으로 제시했다. "꿈꾸는 사람들은 언제나 현실의 벽에 부딪히듯 사실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그러나 그 아쉬움을 에너지원으로 매해 수원화성연극제는 시스템화돼 온전히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김 감독은 역시 관객과의 소통을 최우선으로 손꼽았다.

"일단 연극은 관객개발이 우선입니다. 이번 연극제는 씨뿌리기에 비유할 수 있죠. 연극을 통해 한번이라도 좋은 감흥을 느낀 사람은 그 감동을 평생 안고 갑니다."

그래서일까. 수원화성국제연극제는 여타 연극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품수가 적다. 숫자를 통한 실적올리기가 아닌 고품질의 연극만을 관객에게 선보이겠다는 고집이 엿보이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