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가모, 루이뷔통, 닥스, 버버리, 알마니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명품 브랜드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명품은 누구나 한번쯤은 갖고 싶은 로망이었다. 하지만 예전에 일부 계층의 특권 정도로만 여겨졌던 명품족이 일반인들에게까지 확산될 정도로 명품은 대중화됐다.
직장인, 주부는 물론이고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명품족' '명품마니아'가 생겨날 정도로 이제 명품은 우리 생활의 일부분이 됐다. 시중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명품 브랜드로 넘쳐난다.
명품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우선 가격이다. 일반 브랜드에 비해 가격이 10배, 많게는 20~30배를 호가하지만 남들이 갖지 못하는 나만의 것이라는 명품 의식이 고객들로 하여금 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게다가 상품의 질적인 면이나 제품 구매 후 AS 등은 구매고객들의 특권 의식을 한단계 더 높여주기까지 한다.
그런데 최근 이런 명품의 반열에 농축산물 등도 이름을 하나둘씩 올리고 있다. 농축산물하면 값싸고 그저그런 1차 식품이라는 인식이 대부분이지만 웰빙 바람과 함께 그 가치는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농축산물은 싸야 제맛'이라는 오명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명품 브랜드로 도약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세계 각국과의 FTA 등 빠르게 변화되고 있는 농산물 시장 개방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농축산물의 브랜드 중요성도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경기지역의 경우 천혜의 자연환경과 철저한 관리,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기존 상품들과 차별성을 둔 명품 농축산물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포도, 배, 버섯 등의 해외시장 진출이 잇따르면서 경기지역 농산물이 해외시장 공략의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대부분의 농업 관련 전문가들은 그동안 소규모 농업 경영체의 영세성으로 농산물 브랜드의 홍보와 대중적 확산이 절대부족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브랜드 개발도 개발이지만 고객에게 확산시키는 과정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농산물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생산단계에서부터 생산과정을 매뉴얼화하는 등 상품화와 가공단계 그리고 물류수송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의 통합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안정적이고 충분한 농산물의 공급체계를 갖추고 모든 농산물을 규격화해야만 고객들로부터 인정받는 진정한 명품 농산물 브랜드로 강력한 파워를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지난 98년 출범한 안성시 공동브랜드 '안성마춤'과 2003년 장호원농협, 경기동부과수농협, 감곡농협, 음성농협 등 경기지역과 충북지역 등 4개 복숭아 생산농협이 주축이 된 햇사레 연합사업단 공동브랜드 '햇사레'는 이러한 철저한 브랜드 품질관리 체계를 통해 탄생한 대표적 사례라고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통합적인 브랜드 전략에 대한 장기 계획없이 일회성 프로젝트로 끝나버려 그나마 비용을 들여 개발한 농산물 브랜드가 사장되기도 한다. 다른 지역 농산물과 차별화된 브랜드 콘셉트와 이미지를 발전시켜 장기적인 관점에서 소비자 중심의 전략적인 브랜드 경영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 소비자만 생각하는 '물 맑은 양평개군한우'
1987년 12명의 한우사육 농가가 400여마리로 사업을 시작해 현재 212농가 9천111마리로 늘어났다. 수입개방에 대비해 경쟁력 있는 한우 고급육 생산의 필요성을 인식, 1991년 우리나라 최초로 무혈거세하는 등 고급육 생산에 전력하고 있다.
'물 맑은 양평개군한우'는 팔당상수원 청정지역에서 생후 30개월령 이상 사육, 성장단계별로 소의 산육 생리에 맞도록 사양 관리를 차별화했다. 이 때문에 근내지방도가 높아 육즙이 풍부하고 감칠맛이 나며 조직이 부드러워 씹는 맛이 좋다. 특히 불포화 지방산 함량이 높아 혈액순환과 성인병을 예방하고, 맛을 결정하는 글루타민산이 함유돼 있어 맛 역시 명품으로 손꼽힌다. 우수 축산물 인증브랜드로 만족하지 않고 혈통이 등록된 한우를 사육해 사료와 사양관리, 도축, 가공, 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안전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다.
# 안성마춤
쌀과 한우, 포도, 배, 인삼, 포크 등 안성지역의 6대 농특산물에 부여되는 농산물브랜드로, 1998년 안성시가 지역 농특산물 공동브랜드로 개발했다. 엄격한 품질관리와 까다로운 생산 매뉴얼을 이행해야만 부여되는 최고급 농특산물로, 현재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농특산물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그동안 선택과 집중을 통한 브랜드 마케팅과 연합마케팅을 추진해 온 결과, 전국 최초로 지역농협이 중심이 된 마케팅 공동조직 '안성마춤농협'이 결성되면서 품질의 고급화와 차별화된 마케팅이 전개되고 있다. 연합사업 초기 매출액 14억원에서 지난해 871억원이라는 놀라운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매출목표는 1천억원.
안성마춤은 1차 농축산물의 물적기반을 토대로 2차 가공상품 개발, 향토산업육성, 학교급식사업 공급체계 구축 등 2차, 3차 산업까지 사업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한우갤러리 1호점(수원)과 안성마춤 갤러리(안성점)를 오픈했고, 쌀·배·포도·인삼·돈육·신선채소·가공상품 등 전 품목을 전시·홍보·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