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김환기·이성철기자]  대한민국에 거주중인 외국인 수가 올해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50명 중 1명꼴로 외국인이다. 구미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외국인의 비율은 낮지만 우리도 이제 다문화사회로 접어들었다. 5천년 역사속에 굳건한 자존심으로 지켜왔던 단일민족, 순혈주의는 이제 더이상 통용되지 않는다.그러나 뿌리깊게 박힌 타 인종과 문화에 대한 편견, 사회 제도화의 미비로 그들에게 한국은 여전히 낯선 나라일 수 밖에 없다.

지역공동체 안으로 융화되기에는 아직도 편견의 벽은 높기만 하고 부당한 대우와 차별은 여전한 것도 사실이다.

이제 '한민족' '한국사람'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 내국인과 동등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이에 경인일보는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가 갖는 위상에 걸맞는 바람직한 다문화 사회로의 발전을 위한 대안을 찾고자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싱가포르 등 국내·외 취재를 통해 총 8회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 주>

■ 국내 거주외국인 현황·실태

 
 
     
 
 
 
 
최근 행정안전부가 각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거주 외국인 주민은 110만6천884명(5월 1일 기준)으로 주민등록인구 4천959만3천665명의 2.2%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외국인 근로자는 57만5천657명으로 전체의 52%를 차지했고 국제결혼을 통한 결혼이민자는 12만5천673명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도내에는 32만3천964명이 거주중이고 외국인 근로자 20만5천239명, 결혼이민자 3만2천444명으로 다문화 가정의 자녀는 1만9천891명이다.

지난 1997년 외국인이 38만여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0여년 사이에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 추세라면 오는 2020년쯤엔 300만명 가까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최근 국제결혼 증가를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실제로 한해 전체 결혼의 11%이상이 외국인과의 결혼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로 외국 여성을 부인으로 맞아들이는 농촌지역은 10쌍 중 4쌍 이상이 국제결혼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국제결혼은 지난 1990년대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운동'을 시작으로 지방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주로 소득이 낮은 계층으로 확대됐다. 게다가 무분별한 국제결혼 중개업소의 난립과 코리안드림마저 맞물리면서 결혼 이민자들의 유입은 크게 늘었다.

현재 도내에는 2만7천600여명의 결혼이민 여성들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사회에 다문화 가정이 뿌리내리고는 있지만 상호 문화적 괴리감과 의사소통의 문제로 인해 이들 가정내 불화와 함께 국제결혼 부부들의 이혼율은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뿌리 깊은 한국 사회의 편견으로 인해 결혼이주 여성은 매우 불안정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최근 통계청과 보건복지부 산하 전국다문화가족사업지원단에 따르면 외국인 배우자 이혼건수는 2004년 3천300건에서 지난해 1만1천255건으로 3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이뤄진 국제결혼 3만6천204건을 기준으로 하면 3쌍 중 1쌍이 이혼한 셈이다. 몇년 새 급증한 국제이혼은 서서히 사회문제로 표면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제결혼 부부들의 평균 동거기간은 3년여. 자녀가 있는 상태에서 이혼하는 경우도 1천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국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상담 내용을 살펴보면 ▲언어폭력, 가정·성폭력 ▲인격 모독 및 인종 차별 ▲가난한 나라 출신이라는 차별과 무시 ▲타 문화에 대한 편견과 배척 등으로 인한 갈등이 주된 것이었다.

이는 곧 언어 문제와 문화적 이질감에서 오는 갈등이 이혼과 경제문제로 비화되고 결국 가정파탄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이혼한 이주여성'들은 말이 서툴고 한국 실정을 잘 모른채 경제적으로 궁핍하기까지 해 2중, 3중의 굴레는 이들의 사회 자립에 적지않은 걸림돌이 되고 있다.

경기글로벌센터 송인선 소장은 "지역사회 단위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여성들이 쉽게 한국 문화에 동화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외국인 이민자들의 국내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책과 법적 토대 마련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 성공적인 다문화 국가 모델, 싱가포르

140여년의 영국 식민 지배를 거쳐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 건국을 이룬 다민족·다인종 국가인 싱가포르.

싱가포르는 국가 최대 난제인 '인종간 결속'을 해결함으로써 정치·사회·문화 등 각 분야의 성공적인 발전을 이룩했다는 평가를 받는 나라다.

다른 수많은 동남아시아 국가 중 다민족 사회를 형성하고 살아가는 나라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이들 국가에서는 아직도 민족간 갈등이 현저히 나타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민족문제'에 대해서 만큼은 다른 나라들과 뚜렷이 대조된다.

싱가포르 정부는 '싱가포르인'으로서의 국민의식의 형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모든 인종을 동등하게 취급한다는 것을 국가 기조로 삼았다.

무엇보다 싱가포르 정부는 싱가포르에서 태어나거나 양친이 싱가포르의 시민권을 가지고 있는 말레이인 또는 인도인에 대해서는 초등교육부터 대학까지를 무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법률을 제정했다.

 
 
서로 혈통과 민족이 다르다고 해도 싱가포르에서 살고 있는 2세들에 대해서는 균등한 혜택을 나눠주므로 해서 민족간 차별과 갈등의 뿌리를 애초에 없애려는 의지를 보여온 것이다.

특히 혼혈 2세에 대한 교육 기회의 균등이 각기 다른 민족의 동질감을 불러일으키고 이로써 조화로운 다민족 사회를 이루는 기틀을 마련하게 됐다.

현재까지 싱가포르의 인종 및 민족 문제는 건국 이후 44년동안 어떠한 마찰이나 분쟁 또는 갈등없이 잘 지내오고 있다. 이는 아마도 정부의 부단한 노력과 소수 민족 집단인 말레이와 인도 민족을 우대하는 정책이 큰 역할을 한 것이다.

싱가포르 한인회 김무성 사무국장은 "나와 다르다는 편견을 갖지 않고 똑같은 국민으로 인식하는 국민성이 바탕이 돼야 바람직한 다문화 국가로 발전할 수 있다"며 "정부가 엄격한 법과 정책으로 통제하기 보다는 통일된 의식을 갖도록 교육하고 지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 기획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