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17일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8차전 대한민국 - 이란 경기에서 후반 박지성이 동점골을 작렬시킨 뒤 이근호와 함께 환호하고 있다. 아래사진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 건설중인 사커시티 스타다움.이 경기장에서 내년 6월11일 개막전과 7월11일 결승전이 치러진다.
[경인일보=신창윤·김종화기자]'검은 대륙' 아프리카에서 사상 처음으로 열리는 '지구촌 사커전쟁' 월드컵 축구대회가 9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전세계 축구인들의 축전인 2010년 월드컵이 내년 6월11일(이하 한국시간) 밤 11시 아프리카 대륙의 최남단에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사커시티 스타디움(수용인원 9만4천명)에서 화려하게 막을 올린다. 남아공 월드컵 대회는 9개 도시 10개 경기장에서 31일동안 열전을 벌인다. 남아공 월드컵은 원년 대회였던 1930년 우루과이 월드컵 이후 19번째로 맞는 세계의 축구 제전이다.

# 본선 진출팀
대회 주최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을 통과한 한국과 일본·호주, 유럽예선 1위를 예약한 네덜란드 등 5개국이 32개 본선 진출국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와 2006년 독일 월드컵 우승팀 이탈리아, 지난해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8) 챔피언 스페인,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준우승한 독일도 유럽예선 조 1위를 달리며 본선 합류가 예상되고 있다.

남미대륙에서는 '삼바 군단' 브라질을 비롯 파라과이·아르헨티나·칠레 등의 본선 진출이 기대되고 있다. 예선이 시작된 아프리카는 가나와 나이지리아·코트디부아르 등이 본선 진출국 후보로 꼽히고 북중미에서는 코스타리카와 미국·엘살바도르가 남아공행 비행기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본선 진출팀은 오는 12월 4~5일 조 추첨을 가진 뒤 8개조로 나눠 내년 6월26일까지 조별리그 예선을 치른다. 각조 1, 2위가 16강에 오른 후 16강, 8강, 4강 토너먼트를 거쳐 내년 7월12일 오전 3시30분 사커시티에서 결승전을 갖는다.

# 목표는 16강
'16강 진출이 목표다.'

축구대표팀 허정무 감독과 주장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짓고 밝혔던 출사표다.

세계에서 6번째로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냈지만 한국 축구의 수준은 본선 1라운드 통과인 16강 진출이 목표인 것이 현실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창조했지만 아직 외국에서 열린 대회에서는 단 한 번도 예선을 통과해 본 적이 없다. 따라서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한국 축구가 2라운드에 오른다면 이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감격의 본선 첫 승을 일궈낸 것과 비교할만한 성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역시 축구 팬들에게 가장 아쉬움이 남았던 16강 진출 실패는 2006년 독일 월드컵이었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지휘 아래 예선 G조에 속했던 한국은 첫 경기에서 아프리카의 복병 토고를 상대로 2-1 역전승을 거두며 월드컵 원정 첫 승리라는 값진 결과를 얻었다. 이어 2차전에서는 강력한 우승 후보 가운데 하나였던 프랑스를 맞아 0-1로 뒤지다가 후반 36분 박지성의 기적같은 동점골로 무승부를 만들어 1승1무가 되며 16강 진출이 유력해 보였다.

그러나 마지막 상대였던 스위스에 0-2로 패하면서 예선 탈락의 고배를 들었다. 특히 많은 팬은 스위스의 두 번째 골이 오프사이드였다며 오심 의혹까지 제기하는 등 좀처럼 탈락의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였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을 제외하고 한국은 지난 1954년 스위스 월드컵부터 1998년 프랑스 대회까지 44년을 계속 예선 통과에 실패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1954년 첫 도전에서는 헝가리에 0-9, 터키에 0-7로 대패하는 망신을 당했다. 다른 나라들과 수준 차도 컸던데다 개막 당일에야 현지에 도착하는 어려운 여건까지 겹쳐 성적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후 32년간 본선 구경을 하지 못했던 한국 축구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본선에 나가 첫 골의 기쁨을 맛봤다. 김정남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아르헨티나와 예선 첫 경기에서 박창선이 시원한 중거리슛으로 월드컵 사상 첫 득점을 올렸지만 1-3으로 패했고 이후 불가리아와 1-1무승부, 이탈리아에는 2-3으로 져 1무2패로 예선 탈락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허정무 대표팀 감독은 이탈리아와 경기에서 득점을 올리기도 했다. 비록 탈락했지만 세계적인 강호들을 상대로 매 경기 득점을 올리며 선전했던 한국은 16강 문을 두드렸지만 이번엔 3패로 무너졌다.

이후 1994년 미국 대회에선 2무1패, 1998년 프랑스 대회에서는 1무2패로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 한국대표팀의 향후 계획
일찌감치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쾌거를 이룬 한국 대표팀은 2006년 독일 대회때 놓쳤던 16강 티켓을 따기 위해 지난달부터 남아공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지난 12일 파라과이와 평가전을 가진 것을 시작으로 오는 5일께 호주와의 친선경기를 앞두고 있으며 오는 10월에는 16강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아프리카 지역 팀인 세네갈과 평가전을 계획하고 있다. 또 월드컵 본선 경기를 대비한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 오는 11월에 월드컵 유럽예선 1위 팀과 두 차례 평가전도 갖는다.

이번 한국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허정무 감독은 '캡틴' 박지성을 중심으로 월드컵 본선 진출에 앞장섰던 간판 공격수 이근호(주빌로 이와타)·박주영(AS 모나코)·기성용·이청용(이상 FC서울)·이영표(도르트문트)·오범석(사마라)·이정수(교토)·조용형(제주)·이운재(수원) 등으로 베스트 11을 꾸려 유럽의 높은 벽을 허물겠다는 복안이다.

또 신예 공격수 유병수(인천)와 양동현(부산), 수비수 김근환(요코하마) 등의 치열한 주전 경쟁도 예상된다.

태극전사들은 내년 1월 동계훈련과 본선 한달 전 소집 훈련으로 본격적인 담금질을 이어간다.

다만 최근 또다시 표면화된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의 '대표팀 차출 거부' 싸움이 월드컵 프로젝트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