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이종우기자] '풀 뿌리민주주의'라고 일컬어지는 지방자치제. 지방자치는 중앙의 일방적인 독주로 이뤄질 수 없다. 전국 각 지역마다 그곳만의 특색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각 지역의 특색을 살리고 지역 주민들을 위한 독특한 행정을 펼치면서 대한민국 지방자치행정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이렇다보니 광역단체는 물론 중앙정부에서는 오히려 이들 지자체의 행정을 배우기 위해 열심이다. 끊임없는 행정혁신을 통해 저마다 독특한 지방행정을 펼쳐가며 중앙을 선도하고 있는 경기도 지자체의 우수행정사례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지난 2007년 4월 출범한 남양주 희망케어센터는 2년동안 서민들의 애환을 담아내며 시민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행복바이러스를 낳고 있다. 희망케어센터는 법과 제도의 불비로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곤경에 처한 신빈곤층을 시민들의 자발적인 자원봉사를 통해 해결하는 시스템으로 중앙정부의 복지정책의 빈틈을 메우는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역사회의 다양한 민간자원을 활용해 복지 행정의 공백을 해소하는 지방자치단체 시민복지정책의 모델로 평가받고 있는 것.
■ 희망과 사랑을 전하는 희망케어센터
진건읍 용정리 김상진(가명·50)씨는 일본에 수출하는 나전칠기 공장을 운영하며 아내와 함께 두 딸을 키우던 전형적인 중산층 가장이었다. 그러나 IMF이후 사업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설상가상이라고 아내는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출가한 딸과는 연락마저 끊겼다.
수중에 남은 것은 비닐하우스가 딸린 200㎡ 자투리 농지. 흙 바닥에 스티로폼을 깔고 살면서 절망에 빠져 술로 세월을 보냈다. 남양주시 서부희망케어센터가 그를 발견한 것은 지난 2007년 가을. 간경화증으로 복수가 차 위태로운 상태였다. 급한대로 의료서비스를 지원하고 음식과 밑반찬을 제공했다.
서부센터는 김씨의 딱한 사정을 듣고 2주동안 89명의 센터직원, 봉사자, 후원자가 집 지어주기 작업에 돌입, 조립식 가옥을 짓고 생활용품까지 지원했다. 김씨의 주거와 식생활 모두를 자원봉사 시스템이 책임진 것이다. 김씨는 지금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최근들어 새 가족을 맞았기 때문이다.
희망케어센터는 얼마전 왕숙천변 봉고차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2년 넘게 홀로 사는 박모(75)씨를 발견해 김씨와 가족의 연을 맺어주었다. 김씨 집에 추가로 방을 하나 더 만들어 함께 지내도록 했고, 오갈데 없던 두 사람은 부자의 연을 맺는 동시에 삶의 희망과 의미도 되찾았다.
서부희망케어센터 주형귀 사회복지사는 "두 사람이 자신들만의 보금자리에서 건강도 되찾고 삶에 대한 희망도 찾았다"며 "자발적인 봉사자와 후원자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기적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화도읍 마석우리 정 할머니(78)는 몸 왼쪽이 마비된데다 척추변형으로 거동도 못한다. 열악한 환경에서 병마로 거동조차 불가능한 할머니를 찾은 사람은 자식들이 아닌 동부희망케어센터 자원봉사자들이다. 봉사자들은 집안에 이동식 욕조를 설치하고 매일 목욕 서비스를 제공하고, 보건소 방문보건팀은 욕창 치료와 혈압약을 제공하는 등 할머니의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남양주시 희망케어센터의 활동이 성과를 보이자 충남 당진군과 경기 광주시가 지난 3월과 7월 행복나눔복지센터를 개소했고 경기 의왕시, 전남 담양군이 이동센터를 설치 운영하는 등 전국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벤치마킹에 나섰다. 급기야 행정자치부는 지난 2007년 지방혁신 우수 브랜드 사업으로 선정, 올해 지방행정 혁신 명품 인증을 받았다.
희망케어센터에는 복지사 3명과 간호사 1명이 팀을 이뤄 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철저한 현장조사를 벌인다. 그리고는 빈곤층 시민들에게 복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덕분에 일선 읍·면·동사무소의 복지업무는 대폭 축소돼 서민지원 행정력이 신장되는 효과를 낳고 있다.
■이웃돕는 이웃…선진국형 복지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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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케어센터는 시가 연간 7억2천만원을 지원, 동·서·남·북 4곳의 센터를 민간단체인 사회복지법인이 위탁 운영하고 있다. 전문 자원봉사자 1천974명과 시 자원봉사센터에 등록된 3만5천942명의 자원봉사자가 월 평균 4천250건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원봉사자들은 외출 보조, 차량 지원, 가사 지원, 간병 지원, 의료 지원, 교육 지원을 담당한다.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저소득장애인 등과 자원봉사자 사이의 1대1 자매결연만 784세대에 이르며 의료기관·학원 등 640개 업체가 이들을 후원한다.
특히 희망나눔 1인 1계좌 갖기운동의 경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차상위 계층과 수급자로 보호되고 있지만 실제로 생계가 어려운 소외계층의 생계비, 의료비, 희망프로젝트사업을 위해 7천841명이 2만3천415계좌를 개설(1계좌당 5천원)해 매월 1억1천700만원을 정기 후원금으로 기부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도 희망케어센터의 수혜자들이다. 자원봉사자와 후원자들 모두 남을 돕는 놀라운 기쁨을 체험하기 때문이다.
오남읍에서 유기농 두부 생산업체를 운영하는 김장섭(58)씨는 지난 2007년 7월부터 매달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에게 알칼리수로 만든 손두부를 제공하고 있다. 70㎡ 남짓한 소규모 공장을 운영하는 빠듯한 형편이지만 새로 채용한 운전기사로부터 희망케어센터를 소개받고 봉사에 나섰다.
사회교육사업을 하는 황병모(58)씨는 수지침으로 지난 2007년 여름부터 매달 독거노인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다니는 교회의 신도들을 희망케어센터 자원봉사자로 소개하는 등 행복바이러스 확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들의 공통적인 소감은 짧지만 강렬하다. "봉사는 기쁨이다."
■ 대상자별 맞춤형 프로그램 개발
희망케어센터는 중앙센터 1개소와 이동센터 1개소, 그리고 권역별 4개의 센터가 운영되는 시스템이다. 중앙센터는 주민생활지원과에 설치돼 있고, 이동센터는 의사 2명, 간호사 2명, 사회복지사 1명, 운전원 2명 등 한 팀이 돼 자원봉사자와 함께 진료 및 세탁, 이미용, 목욕 서비스를 제공한다.
희망케어센터는 관련 공무원, 권역별 센터, 자원봉사센터, 자활센터, 민관기관 관계자 등 30명이 연구 동아리를 구성해 센터의 지역사회 연계 및 활성화를 도모하고, 매년 20회의 회의 및 발표를 통해 센터 운영의 개선 방향과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해 공유한다. 특히 삼육대와 경복대와는 인적자원 및 지역보건·복지 프로그램 협력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희망케어센터는 전용전화 개설로 24시간 운영되며 텔레케어서비스를 통해 1일 1회 안부전화를 통해 건강상태 및 생활불편 사항을 파악 관리한다. 독거노인, 장애인, 정서 불안, 가출 등 심층관리 대상자를 위해서는 200명의 희망케어 매니저가 종합상담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석우 남양주시장은 "경제가 어려울수록 도움을 원하는 이웃들이 늘어난다"며 "서로 돕고 나누는 따듯함이 있다면 어떤 위기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희망케어센터 대표번호 1577-4343.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