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독일월드컵 직후 한국 축구대표팀을 이끌었던 핌 베어벡(53.네덜란드) 호주 대표팀 감독이 옛 제자들과 한 판 대결을 벌인다.

   5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과 평가전을 치르는 베어벡 감독은 호주의 전력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이번 A매치를 환영하면서도 내심 승리를 바라는 눈치다.

   베어벡 감독은 지난달 28일 한국에 들어올 때도 "한국 선수들을 잘 알고 있다"면서 "한국과 평가전은 호주 대표팀의 실력을 가늠할 기회지만 이기고 싶다"고 강한 승리욕을 드러내기도 했다.

   베어벡 감독은 외국인 사령탑 가운데 한국 축구 사정에 가장 밝은 '지한파'로 통한다.

   무려 7년 동안 한국 대표팀과 동고동락을 함께한 탓에 누구보다 태극전사들의 기본 실력과 팀 분위기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

   '산소 탱크'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비롯해 이동국(전북), 염기훈(울산), 김정우(성남), 김남일(고베), 김치우(서울), 설기현(풀럼), 이영표(알 힐랄) 등 현 국가대표 대부분이 과거 베어벡 감독의 든든한 신임을 받았다.

   베이징올림픽 대표팀 사령탑도 겸임하면서 박주영(AS모나코)과 이근호(이와타), 강민수(제주) 등 '젊은 피'들을 직접 지도하기도 했다.

   한국 대표팀을 지휘하면서 보람도 적지 않았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는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을 보좌해 한국의 4강 신화에 일조했고 베이징올림픽 대표팀을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 올려놓았다.

   올림픽 대표팀과 아시안게임 대표팀, 성인 대표팀까지 이끌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축구의 세대교체를 진행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베어벡 감독으로서는 한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여러 차례 고비도 넘고 시련도 겪었기에 한국 대표팀과 대결을 앞두고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2001년 한일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히딩크 감독의 부름을 받고 수석코치로 한국과 인연을 맺은 베어벡 감독은 2007년 아시안컵을 끝으로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아시안컵에서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계약을 1년이나 남겨 놓은 상황에서 스스로 중도 하차를 택한 것이다.

   베어벡 감독이 사퇴하기 전에는 K-리그와 마찰도 있었다.

   2006년 말에는 K-리그 챔피언결정전과 도하 아시안게임 출전을 놓고도 갈등을 빚었다. 다음해 1월 올림픽대표팀의 카타르 국제대회 참가를 앞두고는 K-리그 이사회의 `대표 차출 거부' 결의로 대회 출전 자체가 무산되는 아픔을 겪었다.

   결국 한국 청소년 대표팀과 성인 대표팀의 A매치 경기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표 선수 차출 때문에 K-리그와 갈등으로 끊임없이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다.

   2006 도하아시안게임에서 4위로 노메달에 그치고 2007 아시안컵에서 3위에 머물면서 베어벡 감독의 리더십으로는 더는 한국 축구를 이끌어가기 어려운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또 한국 대표팀을 지휘하는 허정무 감독과는 전남 사령탑이던 허 감독이 2007년 아시안컵을 앞두고 당시 `소속 선수들에게 새벽 훈련을 시키고 대표팀에 보냈다'며 베에벡 감독이 불만을 터뜨리는 바람에 `진실게임'을 벌이는 등 불편한 관계기도 했다.
베어벡 감독이 한국 축구 지도자로서 느꼈던 보람과 갈등의 연속을 뒤로 한 채 이제는 호주 대표팀을 이끌고 한국을 상대로 과연 어떠한 지도력을 보여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