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미국/94분/SF 액션

감독:브라이언 테일러, 마크 네빌딘

출연:제라드 버틀러, 마이클 C, 엠버 바레타

개봉일:2009.10.1. 목. 청소년 관람 불가

홈페이지:www.gamerthemovie.com

별점:★★★★☆(4.5/8개 만점)

▶줄거리 가까운 미래, 전세계인들이 열광하는 온라인 FPS 게임 '슬레이어즈'. 게이머들은 실제 공간에서 사형수와 무기징역수들을 고도로 진보된 마인드 컨트롤 시스템을 통해 마치 게임속 캐릭터처럼 조종하며 전투를 벌인다. 머리에 심어진 나노 칩 때문에 그저 게이머들이 조종하는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플레이어들은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처절한 사투를 벌이다 죽어간다. 이들의 유일한 희망이라면 최후의 승자가 되어 '슬레이어즈'라는 게임속에서 벗어나는 것뿐인데.

[경인일보=이준배기자]'재미로 사람을 죽인다(?)'.

SF 액션영화 '게이머'는 가까운 미래 게임속에서 가상 캐릭터가 아닌 실제 사람을 조정하는 위험천만한 발상으로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차세대 온라인 FPS 게임 '슬레이어즈'에서 사형수들이 목 뒤에 삽입된 '나노셀' 칩을 통해 다른 인간의 조종을 받는 꼭두각시 역할을 하게 된다는 놀랍고도 잔인한 설정이다. 이들 사형수들은 30번의 전투에서 살아남으면 자유를 준다는 말에 희망을 걸고 게임을 빙자한 일종의 전쟁터로 끌려나간다. 여기서 우린 예전 로마시대 검투사들의 목숨을 건 싸움을 떠올리게 된다.


아무리 사형수라지만 인간의 생명마저 단순한 오락거리로 전락시킨 비윤리적인 미래 사회는 무척 충격적이다. 그러나 또다른 실제 인간을 모델로 한 가상 캐릭터 게임 '소사이어티'를 보고 나면 그런 상상이 허무맹랑하게 들리지만은 않는다. '소사이어티'를 플레이하는 게이머들은 실제로 살아있는 사람을 조종하며 현실 세계에서는 해보지 못하는 자신들의 판타지를 충족시킨다. '소사이어티'의 캐릭터로 조종을 당하는 사람들은 '슬레이어즈'의 사형수와 무기징역수들과는 다르게 하나의 직업으로 돈을 받고 일한다. 소사이어티는 자본주의가 극도로 심화된 사회에서 물질 만능주의에 물든 나약한 인간들 모습의 미래 정도로 상상할 수 있는 지점에 있다.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들이 저마다의 쾌락에 눈이 멀어 점차 자신을 잃어버리고 물질의 노예로 전락하기를 갈구하는 모습은 영화 '매트릭스'에서 현실을 부정하고 가상세계로 돌아가길 원하는 해방군 '사이퍼'와 다름 없다.

영화는 액션을 강조하다보니 영화속 전투 장면이 실제라기보다는 가상 세계를 보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게임의 속성에 충실하다. 또한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SF형식을 빌어 커다란 카테고리를 만드는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 하지만 받은 만큼 돌려준다는 고대 인과응보적 사고관의 한계를 그대로 반복하고 있고 스스로에 대한 성찰 없이 맹목적으로 열광하는 말초적인 사람들의 모습은 뒷맛이 무척 씁쓸하다.

한편 '디스터비아' 등으로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한국계 훈남 배우 아론 유가 영화 '게이머'에서 잔인한 온라인 네트워크에 맞서는 인간 저항군 '휴먼즈'로 얼굴을 비춰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