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양 몇 마리가 베이스캠프 주변을 배회하더니 사라졌다. 2팀의 한국원정대가 머물렀던 자리에 먹거리를 찾으러 온듯 하다.

   원정대가 떠나고 없는 자리에 남은 흔적으로 사람이 있었음을 미루어 짐작하는 것이 전부인 한가로운 히말라야 어느 산속의 전경에서 사람의 그림자 만큼이나 반가운 것이 또 있을까. 그것도 한국에서 일부러 찾아왔으니 얼마나 더 반가웁겠는가. 버선발로 대청마루에서 뛰어내려오는 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으리라.

   12일 오전한국여성산악회 회원인 송귀화(여. 60), 이승형(여.50), 박은영(여,40)씨와 수원대학교 산악부 OB회장인 최성우(47)씨가 베이스캠프에 찾아왔다. 카트만두를 출발하여 일주일만에 도착하였다는 이들의 표정에서 쉽지 않은 여정이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언니 너무 반가워요" 오은선 대장이 이승형씨와 부둥켜 안으며 반가움의 표시를 한다. 이에 이승형씨가 "어디 아픈데는 없구요? 등반하는데 지장을 주지나 않을까 고민했어요."라며 화답한다. 뒤이어 송귀화씨와 박은영씨가 도착을 하고 그 뒤로 금번 여성산악회의 트레킹에서 머슴을 자임하며 궂은일을 맡아온 최성우씨가 도착을 했다.

   아는 얼굴들마다 인사를 나누다보니 모처럼 베이스캠프가 활기찬 모습으로 돌아온다. 부산의 다이나믹 원정대로부터 저녁식사 초대를 받고 식사를 마친후 이들은 맛난 식사였다며 흡족한 모습으로 베이스캠프로 돌아와 하루를 마치고  베이스캠프에서의 첫 날 밤을 보낸 이들은 다음날 아침 전진캠프 부근까지 다녀오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해낸 후 14일 아침 그들이 지나왔던 길을 따라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시작했다.

   "한국에 돌아가서 꼭 연락드릴게요" 오은선 대장이 아쉬움이 묻어나는 인사말을 건네자 "안전하게 등반 성공하고 돌아오길 바란다."며 최성우씨와 오대장이 두손을 꼭 잡은 뒤 미리스티 꼴라로 떠나가는 모습을 그렇게 한참이나 바라보던 오대장이 다시 베이스캠프로 돌아와 등정준비를 위한 회의를 소집한다.

   안나푸르나 능선에 머물고 있는 제트기류에 대한 대비와 수시로 변하는 기상상황에 대한 준비를 모색하는 자리다. 폭설로 인해 묻힌 캠프에 대한 대책도 함께 논의 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등반일정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는 상황이다. 바람에 사람이 날려 갈 수 있다는 초속 30~40m의 제트기류가 18일까지 계속된다는 기상예보 때문인지 오대장이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