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김태성기자]전세계 곳곳에서 물 분쟁이 빚어지고 있다.

물을 태양처럼 무한한 자원으로 여겨왔던 지구촌 대다수 사람들에게 물부족은 이제 남의 이야기가 아닌 생존의 문제기 때문이다. 대한민국도 예외는 아니다. 유엔이 정한 '물부족 국가'에 포함된 우리나라도 강원 태백 등지에서 모자란 식수와 생활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붓는 등 물 부족 문제가 공론화 되고 있다.

이에 경인일보는 전세계의 물부족 원인과 실태를 짚어보고 '물전쟁'이란 인재를 피하기 위한 영국 등 선진국 사례를 통해 대안을 제시해 본다. ┃편집자 주

■ 물부족, 경고하는 세계

2009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은 '수자원부도사태'를 예고하면서 수자원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는 경제성장과 인구급증으로 인한 수자원 수요 증가로 인해 수자원부도사태의 보편화가 초래될 것이고, 이로 인해 2025년에는 전세계 곡물생산량의 30%가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한 것.

OECD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도 2025년에는 52개국 30억명이 물부족을 겪을 전망이며, 현재 아프리카 중동 등지에서 이미 3억명이 심각한 물부족을 겪고 있으며, 2050년에는 전세계 인구의 3분의2가 물부족사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과연 이들이 지적하는 물부족은 무엇인가? 물 부족이란 사람들이 먹고, 쓸 물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을 나타내는 것으로 현재 세계인구의 40%를 구성하는 80여개국이 심각한 물부족 상태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물문제는 미래가 아닌 현실에 직면해 있다.

요르단강 유역 국가들은 사막개발에 따른 관개면적 급증으로 물 없는 고통을 호소하고 있으며, 물 풍요국가로 유명한 미국 역시 지하수 과잉이용으로 인한 지반 침하로 캘리포니아주, 애리조나주, 네브래스카 주 등은 이미 물 부족 지역으로 분류돼 있다. 또한 중앙아시아 아랄해의 경우도 기후변화 등의 문제로 저수량이 1960년대에 30%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중국 및 인도 역시 급격한 사막화와 지반 침하로 인한 물문제로 곡물생산량이 줄어드는 추세다.

UN 등 국제기구는 전 세계적인 물 사용량 급증으로 이같은 물부족 문제가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물의 수요는 지난 1950년대와 1990년대 사이에 3배가량 증가했으며, 앞으로 35년 이내에 또다시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OECD 등 세계는 21세기를 '물 전쟁시대'로 예견하거나, 석유보다 중요 자원이 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목마른 대한민국

대한민국도 이러한 상황에서 예외는 아니다. 올초 강원지역 '대가뭄'처럼 강수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겨울철에 물부족으로 고통받는 지역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물부족 정도를 평가하는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Population Action International)는 1인당 물 사용가능량이 1천㎥ 미만은 물기근국가, 1천~1천700㎥는 물부족국가, 1천700㎥ 이상은 물풍요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이 지표를 따를 경우 한국은 2000년 기준으로 사용가능량도 1천488㎥로 역시 물부족국가에 해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2025년에는 많게는 1천327㎥, 적게는 1천199㎥가 될 것으로 분석되는 등 갈수록 물사정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은 연간 강수량이 세계 평균인 973㎜보다 많은 1천283㎜이지만 국토의 70% 정도가 급경사의 산지로 이루어져 있고, 강수의 대부분이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내림으로써 많은 양이 바다로 흘러가 물의 효용성이 낮은 대표적인 국가로 지목되고 있다. 게다가 높은 인구밀도로 인해 1인당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12%에 지나지 않아, 기상 이변 등으로 인해 강수량 변화가 있을 경우 심각한 물부족 문제가 야기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실제 수자원경제정책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연간 국내 수자원 총량은 1천276㎥로 이중 하천 유출량이 731㎥를 차지하는 반면 일반 손실량 역시 543㎥로 전체의 43%에 달하는 상황이다.

권형준 수자원정책연구소 박사는 "국토의 65%가 산악지형인데다, 하천의 경사가 급하고 강수가 빠르게 유동된다는 우리나라의 수자원 특성 때문에 풍부한 강우량에 비해서 물 부족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라며 "여름철 강우가 집중되는 계절적 특징도 이에 한몫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인터뷰 / 김겸훈 희망제작소 재난관리연구소장

'쓸만한 물' 확보 나서야 할때

'물부족 위기, 이제는 준비할 때입니다'.

김겸훈 희망제작소 재난관리연구소장(사진·한남대 교수)은 "물 사용량 급증은 물론, 급격한 환경변화로 전 세계적인 물 부족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물부족국가라는 심각성을 인식, 수량은 물론 수준높은 수자원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물부족 위기의 첫번째 원인을 수요 급증으로 꼽았다. 세계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물부족 인구 역시 늘어나고 있다는 것.

"현재 세계 인구를 60억명으로 추산할때 물부족 인구는 4억명 정도 되지만 2025년께 인구가 최대 83억명까지 늘어날 경우, 물부족 인구 역시 최대 32억명까지 늘어 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수자원의 부실한 관리로 '쓸만한 물'이 줄어들고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물 부족의 또다른 관점은 실제 사용이 가능한 물이며 이는 식수와 농업·공업용수를 다 포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인구밀도 및 집중강수로 인해 물부족 국가로 분류되는 만큼 물관리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수자원을 개발적인 시점에서 보는지, 아니면 관리와 보존 입장에서 보는지에 따라 시각의 차이는 있지만 이를 사회적 문제로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또한 김 소장은 "물부족을 양적인 확대로만 해석할 경우, 수자원 고갈 및 자연 환경을 파괴하는 환경 재앙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물 문제에 대한 정부 및 사회의 바른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3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공동기획취재)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