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김태성기자]한국도 UN이 정한 물부족국가로 편입되면서 국내에서도 물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특히 전국 곳곳에서 겨울 가뭄으로 인한 피해가 증대되면서 이에 대한 시급한 개선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개발을 통해 수자원 확보량을 증대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과 현재 상수도 시스템상의 문제점 등을 개선해 개발보다는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 태백가뭄극복 상징조형물. 태백시는 가뭄 피해의 고통을 잊지않고, 이같은 일이 반복돼선 안된다는 취지로 태백시내에 가뭄극복 상징조형물을 세웠다.

■ 물 부족 위기 알린 태백 가뭄현장

태백시 황지동에서 고원세탁마을을 운영하는 임모(37)씨에게 올초는 지옥과도 같았다. 지난해 겨울부터 시작된 강원지역 가뭄은 시간이 갈수록 상황이 심각해졌고, 급기야 1월부터 하루 3시간 제한급수가 시행되면서 이에 따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세안 및 목욕은 물론 삶을 영위하기 위해 꼭 필요한 식수 조차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물구경하기가 힘들었다. 물이 없는 화장실은 악취가 진동했다. 단수로 인해 가정에서 의뢰해 온 세탁물량은 넘쳐났지만, 시에서 파견된 용수공급차의 급수로는 세탁물을 도저히 해결할 수 없어 사실상 3개월여간 개점휴업상태로 지냈다.

올초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태백지역의 가뭄은 '물부족 위기'를 전국민에게 알린 큰 사건이었다. 단수가 시작되자 도시에는 장염과 아토피 같은 질환이 퍼져나가 사실상 공황상태에 접어들었다.

함억철 태백상의 사무국장은 "가뭄이 끝난 지금까지도 그때의 상처를 잊지 못해 태백을 떠나는 사람이 많다"며 "관광도시로서 발전을 꾀하는 태백의 이미지도 크게 실추됐다"고 설명했다.

▲ 태백에 소재한 황지연못. 황지연못은 낙동강의 발원지가 되는 곳이다.

■ 댐, 과연 필요악인가?

태백가뭄과 같은 한국형 가뭄은 그 강도는 다르지만 사실상 겨울철 빈번히 나타난다. 강우가 여름철에 집중되는 한국 기후의 특성상, 이같은 겨울가뭄에 대비하기 위해 곳곳에 댐을 설치했지만 이번 태백 가뭄은 사실상 댐에서 비롯됐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태백지역에 식수를 공급하는 곳은 바로 광동댐. 태백가뭄은 이곳 광동댐의 수자원 고갈에서 비롯됐다는 게 주민들의 전반적인 견해다. 평년기준으로 강수기준을 삼고, 댐의 수위를 낮췄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예년보다 강수량은 줄어 들었고, 지속적 방류를 강행했던 댐은 결국 겨울철 바닥을 드러내게 됐다.

우리나라에서 댐 건설이 본격화된 것은 1966년 특정다목적댐법 제정으로 한국수자원공사가 창립되면서부터다. 현재 전국의 댐과 저수지는 1만8천개에 달한다. 높이 15m 이상의 대형댐도 1천개 이상이다. 댐은 현재까지도 용수공급과 홍수방지 측면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안으로 통한다. 최근 환경론자들의 반대와 경제적 가치 등의 이유로 댐건설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지만 최근 물부족 문제가 다시 이슈화되자 댐 추가 건설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김현경 녹색성장위원회 사무관은 "기후변화와 물 수요 급증 등으로 인해 국민이 받을 스트레스가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며 "정부는 물부족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녹색성장을 통한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물부족 해결, 누수율을 줄이자

물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전문가들은 상수도 노후관 교체를 통해 누수율을 줄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 가뭄이 발생됐던 태백지역 상수도의 경우 노후관으로 인한 누수율이 47%대에 달했다. 즉 생산되는 용수의 절반 가량이 이동중 버려지고 있다는 뜻이다.

경인지역의 경우 경기도는 누수율이 2007년 현재 8.6%, 인천은 13.8%를 나타내 선진국 수준인 7%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이 버려지는 물만 제대로 활용해도 한국의 물부족 문제는 원활히 해결될 수 있다는 견해다.

하지만 국가예산이 투입되는 댐 건설과는 달리, 노후관 공사와 관련된 대부분의 예산은 지자체가 부담하도록 돼 있어 예산 부족 문제 등으로 지자체는 이를 기피하고 있다.

김겸훈 재난관리연구소장은 "진짜 실용을 따진다면 수조원이 투입되는 댐공사보다 수백억원으로 해결할 수 있는 노후관 교체가 더욱 효과적"이라며 "개발보다는 수자원 보전과 관리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인터뷰 /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장

"물관리 기능 환경부 통합… 양보다 질 중시 정책펴야"

"물부족 해결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물부족과 관련, 공급 확대보다 수요 관리를 통한 수자원 효율화를 주창하고 있는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장은 "한국의 현재 물부족 위기는 진정한 물의 부족이 아닌 비효율, 불공평, 과잉개발, 환경파괴, 중앙집권적 구조에서 비롯됐다"며 "현재의 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선택이 아닌 사람을 위한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염 위원장은 "UN이 발표한 물부족국가는 미래 인구증가에 따른 물부족을 경고하기 위해 나선 것이지 실질적인 물부족사태를 나타내지는 않는다"며 "실제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뭄 등의 사태도 물관리가 효율적으로 이뤄질 경우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수자원국이 환경부가 아닌 국토해양부에 소속된 것만 봐도 우리나라의 물 정책이 개발정책에 얽매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유역관리청을 신설해 유역별 관리를 실행하고, 물관리 기능을 환경부로 통합해 양은 물론 질도 중요시하는 정책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공동기획취재) 지원을 받았습니다.